영국의 새 50파운드 지폐의 초상 인물로 '천재 수학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등으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선정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50파운드 지폐의 초상 인물로 튜링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재는 "튜링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라며 미쳤다"면서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AI)의 아버지이자 전쟁 영웅으로서 광범위하면서 선구자적인 기여를 했다"라고 밝혔다.

2014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튜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하며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현대 컴퓨터 과학의 토대를 마련했고, 기계가 인간과 지적 대화를 할 수 있는 AI 능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탁월한 연구 업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동성애가 범죄로 여겨지던 영국에서 그가 성소수자라는 게 드러나면서 기소됐다. 유죄 판결을 받고 화학적 거세를 당한 그는 1954년 41세의 젊은 나이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애플이 로고로 사용했던 한입 베어 문 무지갯빛 사과 문양에 대해, 성소수자로 안타깝게 삶을 마친 튜링을 기리는 의미라는 설도 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동성애로 기소된 이들을 사면하는 '튜링법'을 제정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튜링을 사후 사면하며 그의 명예를 공식적으로 복권했다. 

미국계산기학회도 1966년부터 그의 이름을 딴 '튜링상'(Turing Award)을 제정하여 매년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와 매튜 볼턴을 50파운드 지폐에 새겨왔으나, 이번에 플라스틱 필름을 입힌 폴리머(polymer) 소재의 지폐로 새롭게 만들면서 초상 인물도 바꾸기로 했다. 

그레이엄 벨, 스티븐 호킹, 알렉산더 플레밍 등 유명 과학자들이 추천을 받았으나 치열한 경쟁 끝에 튜링이 최종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여성이나 소수 인종 과학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카니 총재는 "영국 사회의 다양성, 문화, 가치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