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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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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에선 경제도 어렵고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도 나오는데 (참여연대가 삼성 회계사기 문제를) 너무 엄정하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행위는 최근 경제위기 상황과 완벽하게 구분돼야 합니다."

15일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말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재벌총수의 불법행위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승계과정에서 수많은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그에 따라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익이 충분히 많았고, 피해는 국민들이 봤다는 점이 너무나 명료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의 불법행위에 대해 반드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6700억 원이 사라졌다

참여연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했음을 드러내는 핵심증거로 꼽히는 삼정·안진회계법인의 자료를 최근 입수하고,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익을 추정했다. 앞서 단체는 공개된 자료를 활용해 적정합병비율과 이 부회장의 부당이익을 계산했었는데, 검찰 수사 등 영향으로 관련 증거가 추가로 나오면서 이를 다시 추산한 것.

이번 종합보고서에서 참여연대는 적정합병비율을 1대 1에서 1대 1.36으로, 이 부회장의 부당이득액은 3조1000억~4조1000억 원,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은 최대 675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삼정·안진회계법인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누락했던 1조7500억 원의 현금자산 등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 0.35 비율로 합병했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계산됐다는 얘기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됐다면,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최소한 동등했거나 오히려 삼성물산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조정됐을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이 경우 제일모직(4%)보다 삼성물산(11%)의 지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합병에 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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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1조7000억원 현금 반영 안 해"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직전 1조7500억 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삼정·안진회계법인은 이를 무시했다"며 "다른 회계법인들과 국민연금은 모두 이 현금자산을 반영했음에도 그렇게 한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물산의 사업분야는 건설·상사로 나뉘는데, 상사부문의 가치는 약 5조원이었고 건설과의 공통가치는 14조원이었다"며 "그런데 두 회계법인은 삼성물산의 전체 영업가치를 4000억 원으로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상사부문의 10분의 1 수준, 공통의 30분의 1 수준으로 삼성물산을 평가절하한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회계법인들은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가치를 6조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를 순자산가치로 평가하면 4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에 투자한 비영업자산은 순자산가치로 평가해야 하는데, 두 회계법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법인들은 업계에서 통상 쓰이지 않는 증권사 리포트 등을 활용했고, 삼성바이오는 지분 감소와 관련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았다고 단체 쪽은 설명했다.

"적은 돈으로 삼성그룹 인수하려는 승계작업"

이날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삼성이 이 같은 회계사기를 저지른 배경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 변호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결국 회계사기까지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이 회장의 와병 전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던 반면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의 지분은 충분히 보유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려면 삼성에버랜드나 삼성생명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삼성 승계를 위해 뭔가를 해야 했는데, 그것이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의 근원이 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삼성전자의 2대주주는 삼성물산이었죠.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회사 합병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더 많이 가지게 되면 삼성전자 지배에 유리해집니다. 합병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찬성이 필요했고, 이는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이 적은 돈으로 삼성그룹을 인수하기 위한 승계작업의 일환이었습니다."

태그:#삼성합병, #참여연대,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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