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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함께 걸어갔다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함께 걸어갔다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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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이곳에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판문점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방북'을 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꼭 한 번은 한국을 방문한다. 그 이유는, 미 국민들에게 한반도는 '미군이 파병돼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최전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방한한 미국 대통령은 미군 기지를 찾아가 식판을 들고 병사들과 함께 줄을 서서 식사를 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휴전선에 가 망원경을 들고 매서운 눈초리로 북쪽을 들여다 본다. 이런 사진은 미국으로 전송돼 미 국민들에게 '미국, 나아가 세계를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단순한(?) 만남이지만, '망원경으로 적진을 노려보는' 것이 아닌 '전선에서 적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모습이 담고 있는 역사적 상징은 어마어마한 대전환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과 보다 진전된 평화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해도 미국 의회가 정책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북미관계를 위한 노력은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한국전쟁 종전 촉구' 결의
 
 지난 11일 미 연방하원의 모습.
 지난 11일 미 연방하원의 모습.
ⓒ U.S.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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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019년 7월 11일, 미국의 '2020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2020)이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국방수권법이란, '대통령이 제출한 다가올 회계연도의 국방예산을 의회가 승인해 법안으로 정하는 일'을 말한다(국방수권법이라는 단어보다는 국방예산승인법안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이라 생각한다). 

지난 11일 미국 연방하원에서 국방수권법이 통과되자 언론은 '미 하원이 한국전쟁 종전 결의 내용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언론은 "미 하원 종전선언, 평화협정 물꼬 터졌다"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행정부)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할 때 예산 집행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이를 위한 정책 제안을 함께 첨부한다. 그러면 미국 의회가 이를 수정하거나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또는 의견을 덧붙이는데, 이를 '수정안'(amendment)이라고 부른다.

언론이 보도한 국방수권법 통과는 정확히 '국방수권법 수정안 217'이고,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재미동포들의 관심은 이 수정안에 들어 있는 한반도 평화에 관한 조항이다. 수정안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외교로 풀어야 한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은 미군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들, 동맹국 시민들, 그리고 지역 안보에 막대한 위험 부담을 수반함으로 이를 피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국전 종식을 위해 지속적이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 과정을 추구한다."

이 조항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종전을 지지하는 미 연방의회의 '최초 법안'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정책을 펼쳐 나가고자 함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야당' 민주당도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데
 
 로 카나(Ro Khanna) 하원의원이 수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 카나(Ro Khanna) 하원의원이 수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U.S.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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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 연방의회는 '대북 강경책'을 요구해 왔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노골적으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반대해왔다. 심지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폄하하기 위해 일부러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역인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김정은 위원장)는 세계적 인정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큰 승리자다"(He got global recognition and regard. He's the big winner.)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24일치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기사 제목 '펠로시, 트럼프를 조롱하다'가 말해주듯 김정은 위원장을 띄우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대북정책을 힐난했다.

이런 의회의 분위기 속에서 캘리포니아 출신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로 카나(Ro Khanna)와 브래드 셔먼(Brad Sherman)이 공동발의한 수정안(NDAA 2020 Amendment 217)이 가결됐다. 

로 카나 의원은 "초당적인 노력으로 북한과의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를 찾을 때가 됐다"라며 "미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풀뿌리 재미동포 사회의 노력

이 수정안의 발의·통과에는 평화를 지향하는 재미동포 민간단체들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피스 트리티 나우'(Peace Treaty Now)를 비롯해 미주민주연합, 그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풀뿌리를 이뤄 수정안 통과를 지지하고 나선 것. 재미동포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의사를 표시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의원들이 '수정안 217'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독려했다.

고국에서 온 국회의원들도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은 미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이 법안의 발의와 통과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모든 의원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미국의 전·현직 관료를 찾아다니며 북미협상과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 11일 미 연방의외가 공화당-민주당의 경계를 넘어 초당적으로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서 고국의, 대한민국의 국회를 생각해본다. 고국의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한다' 같은 결의안 같은 게 채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환영은커녕 야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들 마저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되레 북한과의 대결과 긴장관계를 조장하는 언행을 서슴치 않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누구를 위한 평화일까. 미국을 위한 평화도 아니요, 다른 나라를 위한 평화도 아니다. 바로 우리를 위한 평화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를 명심하고 민족의 화합과 번영, 나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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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