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해 일본의 전후보상네트워크 아리미츠 켄 간사대표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반론을 포함 이와 관련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항의하며 "일본 제품 판매 중지와 불매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들은 “일본 정부가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발생했던 위안부 및 강제 징용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대한민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해 무역보복을 발동했다”라며 “우리는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판매중단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항의하며 "일본 제품 판매 중지와 불매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경제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본래는 역사·인권 문제이자 정치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과제인데도 경제나 국가간 투쟁으로 바뀌는 책동은 잘못됐다. 전쟁이니 총성이니 하며 위협을 받는 한국 측도 편치는 않다.

징용공과 '위안부' 문제로 한일간의 문제인식이 대립하면서 갈등고조를 부추기고 있다. 언론도 갈등고조를 즐겨 보도한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국가 대 국가 대결과 투쟁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세력이 자기 주장을 호소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일본에 퍼지는 '식은 혐한론'

강제 징용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한일 민간 기업이 출연하는 기금 방식을 겨우 6월 하순에 제안,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거부했다고 한다. 이 방안을 제시되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지만 너무 늦었다.

내용도 한일 기업이 피해자에 대한 지불을 위한 기금을 반분하고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초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방안은 한일 양국 정부도 포함해 사자가 출연하는 식이었다. 2010년 12월에 한일의 변호사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공동 선언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공동 기금을 설립한 독일의 선례를 소개하고 이에 따르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런데 이번에 제시된 방안에서는 양국 정부의 참여가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자산을 압류당하고, 법원이 명령한 지불에 마지못해 응하는 것으로 정말 문제는 해결될까? 한국 법정에서 피해자 측이 개별적인 일본 기업에 승소한 것만으로 (물론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큰 의미는 있지만), 근본 부분에서 가해국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역사적 책임을 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언설은, '일본 기업이 피해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끝났는데도) 한국은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심한 나라'라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도된 논리다. 유감스럽게도 연일 일본 TV나 신문,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 잘못된 논리에 많은 일본 국민이 물들어가고 있다. 뜨거운 혐한론이 아니라 식은 혐한론이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교적 리버럴한 입장의 저널리스트나 연구자들의 발언도 점점 소극적으로 되고 있다.

불투명한 문재인 대통령 모습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중 '2015년 위안부 한일 합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 측 대리인(변호사)을 지낸 바 있어 피해자에 기울어진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일 정상이 반년마다 상호 방문해 의견을 교환하는 '셔틀외교' 부활을 약속했다.

당연히 일본 측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했으므로 전후 보상 문제에서도 대폭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2년 전부터 각오하고 예상해 왔다. 그런데 '위안부'를 치유하는 화해치유재단은 폐지하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은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했지만, '합의'는 지킨다고 해 그 후 무엇을 어떻게 고치는지,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와는 국제회의 때 잠깐 만나는 정도이고 셔틀외교도 실현되지 않았다. 일본 측의 궁금증에 대해 답변과 설명도 없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존중하고 지켜보겠다는 것일 뿐 전체적인 전망과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겨우 꺼낸 카드는 또 어중간한 대응 방안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참여의사를 밝힌 재단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다는 소식이다.

현재 일본 기업에 한국 대법원 결정을 따르지 말라고 지도하고 압박하는 것은 바로 일본 정부다. 대법원으로부터 지불을 명령받은 일본 기업은 '샌드위치' 신세다.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이상 한국의 법과 명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데도, 일본 정부가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따르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일본 법원으로부터 받은 판결을 따르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다면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른 나라의 룰이나 명령에 따르지 마라고 압력을 계속 가하는 이웃 나라(일본) 정부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비상식적인 이웃국 정부를 판결한 측의 나라가 계속 무시해 온 결과, 계속 무시되어 온 측이 기다림에 지쳐, 괴로움에 가까운 대항 카드를 꺼냈다고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역사적 인권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본질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 읽은 건 아닐까? 무시하면, 일본 측이 꺾여 다가올 줄 알았을까? 혹 일본 측이 완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리라 예상한 걸까? 어정쩡하게 타결하면 다시 한국의 피해자·지원자, 여론으로부터 비판받을까 봐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노사 임금인상 협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974년 이전에 일어난 인권 침해의 인과를 밝히고, 특히 가해자 측을 향해 그 죄가 깊음을 인지시키는 것 아닌가. 그 죄와 진상을 알면 가해자 측의 사과는 절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 후 어떻게 속죄하는가 하는 방법론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지혜가 있을 것이고, 독일 등의 선례를 참고할 수 있다.

지금 막다른 골목에 빠진 것은, 그 보상금의 지불에만 주목되어 그 전제가 되는, 중요한 무엇이 일어나고, 얼마나 죄 많은 인권침해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는지 그 사실을 알고, 전하고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과 과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아무리 시위를 해도, 일본 기업의 이름을 적은 상자를 밟더라도 일본 국민과 시청자들은 불쾌감이나 반발만 느낄 뿐 효과적인 변화를 낳지는 못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대화다. 그것도 사교적인 대화가 아니라 핵심에 대한 의견 교환이다. 전쟁 중 일본에서 혹사당한 한국인의 수난과 끝나지 않은 인권침해의 실상을 일본 측에 알기 쉽게 설명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한국 측 지도자의 미션이 아닌지?

유감스럽게도 지금 일본인 중 상당수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 일본 정부는 가르치지 않고 있다. '그런 것도 모르는가'라고 분노를 느낄지도 모르지만, 끈기 있게 전달해야 한다. 2012년 12월에 노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울화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후에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그 뒤로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는 서툴렀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던 노다 총리, 일본 민주당 정권의 태만이 오늘의 혼란에 이르는 데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베 총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베 총리만이 일본과의 채널은 아니다. 한국 측 지도자,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일본 시민을 향해서도 언급하기 바란다. 한국의 피해자들은 어떤 체험을 했고, 전후에도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한국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대통령 자신은 현재 누구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려는 것인지 알기 쉽게 자신의 말을 꺼내기 바란다. "이 문제의 해결에 일본의 여러분도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일본에 와서 직접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청와대 등에 주한대사나 일본 여야당 국회의원, 일본 언론을 초청해 일본 시민들에게도 전파되도록 적극 발신하기 바란다. 그러한 노력과 프로세스가 없어 상처를 크게 하고, 한일외교가 전대미문의 기능부전에 빠져 있다고 보여진다. 조속히 특사를 임명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기금에는 일본 정부의 참가가 불가결

기금 설치의 경우, 일본 정부가 참여한 한일 정부+한일 기업의 '2+2 참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화룡점정이 없다. 처음에는 한일 기업에서 시작해 시간을 두고 일본 정부에 대해 참여를 독려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 같지만, 반대가 아닌가?

우선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징용공을 사역한 것은 기업이지만 국책으로 수행한 사역이었다. 누가 봐도 일본의 국가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으로 하여금 지불에 응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고 있으니, 일본 정부의 생각과 자세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1938년 국가 총동원령을 발한 일본 정부가 부담을 피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도리에 어긋나고 정의에 어긋난다. 2000년 독일 정부가 했던 것처럼 일본 정부가 솔선해서 일본 기업에 참여를 호소하고 나아가 사과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사과도 반성도 없다. 일부 일본 기업 자산을 접수해 지급하는 데 그치고 만다.

이를 위해서는 터프한 외교가 불가결하다. 아베 총리나 일본 외무성만 상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듯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대리의 특사(독일의 경우는, 전 자유 민주당(FDP) 당수였던 람스도르프 전 경제상을 특사로 기용)가 일본의 경단련 등 경제 단체·기업의 톱과 회담하는 것도 필요하고, 일본 미디어와의 대화도 중요하다.

한국의 국익을 밀고 나가라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인권 문제의 피해자가 입은 불이익·손해·부정의를 규명하는 역사적 노력에, 법적 책임을 넘어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도 참가해 달라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협의·교섭 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 걸맞은 룰과 골대 구축

일본 측의 반박으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끝났다" "한국 측은 언제나 골대를 움직인다"라는 정도가 나올 것이다. 그런 류의 속론을 겁낼 것 없다.

오히려 당당히 "1965년 협정을 파기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21세기는 인권의 세기다. 1965년 당시는 완전하게 생각한 것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빠뜨린 것도,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과제도 나왔다. 새로운 과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를 보다 강고하고 우호적이며 안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협정을 맺고 새로운 공동선언을 내고 싶다"고 밝히면 된다. 정치나 외교는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따라, 룰도 골 포스트도 진화시켜 가야 한다.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 지향적인 추가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대선 공약과 정합성을 맞출 수 없지 않은가. 대통령 선거 중 그 말을 믿고 한 표를 던진 지지자를 배신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정권의 대외 공약을 속속 바꿔놓고 있다.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교체했으니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맺어진 문서도, 서명도 없는 합의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다. '파기', '해소'라고 하면 된다.

그 후에 대체 방안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개선된 방책이 제시되면 일본의 여론도, 한국의 여론도 수긍할 것이다. 2015년 한일 합의라는 간판을 바꾸지 않고, 알맹이를 바꾸려는 때문에 모순이 발생했고 비판받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채워야 한다.

대화와 공손한 설명을 거듭하여, 해결을 향한 큰 틀의 제기를

다만, 중요한 것은 대화를 거듭해 상대방의 이해를 얻으면서 한일 쌍방에서 변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만 변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가해국 일본이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발표되면, 발표를 강요받는 쪽은 황당하고 반발할 뿐이다.

예컨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된 10억엔은 아베 총리와 키시다 외무 대신(당시)의 쌈짓돈이 아니다. 재일동포를 포함한 일본 납세자의 세금이다. 10억엔을 일본의 국고에 환불할지, 다른 일에 사용할지 확실히 하고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의 납세자에게도 설명해야 한다. 그런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유감이다.

덧붙여 기금 구상은, 이미 말한 대로, 나는 한일 기업 뿐만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도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층 더 테두리를 넓혀서, 징용공뿐만이 아니라, 위안부나 사할린 잔류조선·한국인 문제 등 이른바 남겨진 전후 처리·전후 보상 문제의 피해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큰 기금도 좋다.

또 기업도 징용공을 사역한 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전후 완성된 기업이라도 소니나 교세라, 소프트뱅크 등 사회공헌에 관심있는 기업에는 거금을 호소해도 좋을 것이다. 기금액을 크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보다 넓게 일본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고, 경단련 등이 해결을 향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제를 오래 끌게 하고, 괴롭혀 온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가해국인 일본 정부, 일본 기업에 있다. 나 자신도 포함해 일본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눈치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게을리해온 한국 역대 정권의 책임도 무겁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깊이 관여한 노무현 정부 당시의 조치도 미흡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 옳다. 부작위와 어중간한 대응이 여기까지 해결을 미뤘다. 더 이상 고령의 피해자와 유가족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안고 있는 피해국 대통령이 용기 있고 대담한 제기를 알기 쉽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