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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조업중 납북되었다가 같은 해 10월 북한에서 귀환한 어부들이 있습니다. 귀환하자마자 간첩으로 몰린 이들은 이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50년을 전과자로 살았습니다. '지금여기에'와 '원곡법률사무소'를 만나 어렵게 재심을 신청한 끝에 지난 7월 11일 군산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한많은 사연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유. 지난번 재판에서 선고한다고 하더니 왜 갑자기 재판을 다시 열겠다는 거예유. 이거 뭐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유?"

5월 17일 아침에 선유도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선고일자가 미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론을 재개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몰라 일단은 알아보겠다는 말로 안심시켜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별일 아닐 것이라고는 했지만 왜 선고가 미뤄지고 재판을 다시 열겠다는 것인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나 역시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급한 마음에 원곡법률사무소에 전화를 넣었다.

"변호사님, 어떻게 된 걸까요?"

의외로 재판을 맡고 있는 서창효 변호사는 차분했다.

"별일 아닐 겁니다. 검사 측에서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 변론을 재개하자고 했던 모양인데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제가 피해자 분들에게 연락을 드려서 상황을 설명 드리고 안심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검찰이 무슨 중요한 증거 찾았길래 

서 변호사의 말대로 재판은 검찰의 추가증거를 이유로 변론이 재개 되었고, 재판이 다시 열리는 날은 6월 13일로 정해졌다. 재판이 다시 열린다 해도 별일이야 있겠느냐는 생각이었지만, 수십년 간의 한을 풀어보고자 마비된 몸을 이끌고 나올 피해자를 생각하니 검찰의 태도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고 긴급한 증거를 찾았기에 불법 감금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에게 다시 재판을 요구하는 것인가.
 
 재심이 열리는 군산지원 정문(2019.6.13)
 재심이 열리는 군산지원 정문(2019.6.13)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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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6월 13일, 군산지원 201호에서 판사, 검사, 변호인이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다.

판사 : 변호인 측 다 부동의 하지요?
변호인 : 네

판사 : 검사 측 말씀하세요.
검사 : 공판조서 상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판사 : 다른 증거는 없죠?
검사 : 네

판사 : 그럼 공판조서 상 증거를 채택하겠습니다. 변호인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변호인 : 혹시 판사님께서 저희가 재심개시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제시한 공판조서를 그대로 인용하시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저희는 1969년에 제출된 공판조서가 불법구금 및 고문 등의 위법수집증거라고 보고 있고 재심개시결정에서 그와 같은 저희 주장을 받아들였기에 공판조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판사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위수증이란 말씀이죠? 제가 공판조서 상의 증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 드린 말씀이고 재판 절차가 늘어지는 것을 우려해서 공판조서상의 증거를 확인 후 위수증이 확인되면 증거효력을 부인하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함을 말씀드린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변호인 말씀하실 거 있으세요?

변호인 : 검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같은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사례로 처벌을 받았고 개별적인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밝혀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공판을 통해 이에 대한 선고공판을 고지한 상황에서 검사 측이 1969년에 있었던 공판조서 상의 증거를 그대로 제출하고, 선고 역시 50년 전과 같은 선고를 하는 식으로 선고공판을 연기시키는 태도가 굉장히 안타깝고, 특히 고문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령의 피해자에게 과연 공익을 지켜야 하는 검사로서 맞는 태도인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판사 : 검사 측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검사 : 변호인 측에서 말씀하신 부분에 답하자면, 검찰도 대검 차원에서 직권으로 재심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변호인의 취지는 알겠으나 유사 사례에서 유죄가 나온 사례가 있기에 공판조서 상 증거를 채택해 달라고 말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판사 : 피고인 하실 말씀 있으세요?
남정길 : 제가 말하기가 불편해서 힘듭니다.

판사 :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세요. 그럼 오늘 공판 종료하고 7월 11일 13시 40분에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다...음에는 끄...끝...나겠죠?"
 
 재판 당시 법정 앞에서(2019.6.13)
 재판 당시 법정 앞에서(2019.6.13)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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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며 나오는 남정길씨를 부축하던 아내는 분개했다.

"검사 말투가 너무 하네. 아니 고문으로 만들어진 증거라고 몇 번을 말하고 써내고 했는데 그 증거를 날름 채택하라는 게 말이 되는 거야? 바지락도 캐야 하고 여기 아저씨는 몸도 불편한데 오라가라하고. 내가 속에서 천불이 일고 눈물이 나는 걸 억지로 참았어."

법정 출입문을 나온 남정길씨는 힘든 발걸음에 복도의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내의 분노 어린 말에 그는 멍하니 법정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다...다...음에는 끄...끝...나겠죠?"

7월 11일 이 긴 진실의 싸움이 끝나는 날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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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