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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조업중 납북되었다가 같은 해 10월 북한에서 귀환한 어부들이 있습니다. 귀환하자마자 간첩으로 몰린 이들은 이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50년을 전과자로 살았습니다. '지금여기에'와 '원곡법률사무소'를 만나 어렵게 재심을 신청한 끝에 지난 7월 11일 군산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한많은 사연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 "제가 너무 억울..." 50년 전과자로 산 남자의 통곡  http://omn.kr/1k0v9  에서 이어집니다.]

5월 2일 새벽, 제5공진호 재심 1차 공판 방청을 위해 서울에서 군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는 채 열 명도 안 되는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 정시에 맞춰 출발하는 차 안에서 일전에 해둔 메모를 꺼내 들었다. 50년 만에 열리는 납북어부 조작간첩 재심, 제5공진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었다.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이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려 버스에 타고 있다. 391흥진호는 지난 21일 동해 상 북측 수역을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27일 풀려났다. 북한이 주장한 391흥진호의 동해 북측 수역 불법 침입 여부나 구체적 나포 경위는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2017.10.28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이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려 버스에 타고 있다. 391흥진호는 지난 21일 동해 상 북측 수역을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27일 풀려났다. 북한이 주장한 391흥진호의 동해 북측 수역 불법 침입 여부나 구체적 나포 경위는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2017.10.2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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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어부는 동해와 서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치 당하거나, 조업을 마친 후 귀항하던 중 기상악화로 방향을 잃어 북한에 넘어갔다 귀환한 어부를 말한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수일에서 수년 동안 북한에서 체류하다 귀환한 후 수사기관 등의 불법구금 및 구타, 고문을 동반한 조사를 통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처벌을 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54년부터 1987년까지 납북된 어선과 선원은 모두 459척, 총 3651명이고, 그중 1327명이 반공법 및 수산업법 위반 등으로 처벌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그중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재심에 이른 사건은 16건에 불과하다. 이후 자체적으로 재심을 신청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대략 24건 정도에 지나지 않아 아직 많은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한 상황이다.

고문이 만들어낸 조작사건

제5공진호 사건 역시 그렇다.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사건이 있던 1968년 당시 18살이었던 남정길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처음에는 익산경찰서에 끌려가 독방에 있었는데 나중에 군산경찰서로 옮기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형사반장이 '이놈들은 북한에서 지령, 접선을 받고 온 놈들이니 죽여도 좋으니까 입을 열 때까지 고문하라'고 합디다. 어린 나이에 너무 끔찍했어요."

남정길씨는 그 후 20여 일 동안 고문을 당하면서 수 년 전에서 최근까지 들었던 사실을 자복하라는 조사를 강도 높게 받았다. 고문은 노년의 그에게 혼자선 거동조차 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후유증을 남겼다.

"매일 밤 9시쯤이면 독방에 끌고 가서 손발을 의자에 묶고 몽둥이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질근질근 밟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면 온 몸이 물로 젖어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잠도 못 자게 하고 괴롭혔는데 20여 일 정도 반복하다 교도소로 갔습니다."

조사과정의 고문은 비단 생존자의 진술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재판과정에서 제5공진호의 다른 선원들은 똑같이 '한 적이 없는 말을 심한 고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금은 고인이 된 피해자들의 유가족은 생전에 피해자들이 자신을 조사한 수사관들로부터 심한 고문을 당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술이나 불법구금 등은 당시 재판과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들이 자의로 월북을 하였다는 증거는 재판과정에서 부인했던 그들의 증언뿐이었다. 결국 제5공진호 선원들은 실형을 선고받고 긴 시간 고통 속에 조작 간첩의 삶을 살아야 했다.

반백년 만의 재심, 반백년 만의 호소
 
 재판정 앞에서(2019.5.2)
 재판정 앞에서(2019.5.2)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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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시작 10여 분 전 유가족들이 속속 201호 법정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생계를 위해 바다에 나갔어야 할 이들이지만 반백년 만의 재심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이미 사건 피해자 중 대다수가 명을 달리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남정길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해 가족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법정 앞에 설 수 있었다.

가쁜 숨을 고르는 이들을 기다리던 법무법인 원곡의 서창효 변호사는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오늘 있을 재판의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말씀하시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판사에게 직접 발언하실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려는데 괜찮으실까요?"
"우리 유가족들이야 할 말이 오죽 많겠어요. 당사자는 더 할 거야."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정길씨는 말을 더듬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겠다고 답을 한 후 재판정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부가 입장하면서 재판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피해자와 그들과 함께 자리한 유가족들의 긴장과 달리 재판은 너무나도 조용히 무미건조하게 진행되었다.

50년 전 공소장에 적힌 공소사실과 구형을 똑같이 반복하며 추가 증거는 서류로 제출하겠다며 말을 극도로 아낀 검사와 이러저러한 이유로 변호인 측에서 제공한 증거를 다 확인하지 못했다는 재판부의 태도는 수십 년을 고통 속에 기다려 왔을 피해자와 유가족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쏜살 같이 10여 분의 시간이 흐르고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잡기 전에 변호인 측에 혹시 하실 말씀이 있느냐고 물었다.

- 변호인 하실 말씀 있으세요?

변호인 "이 사건은 1968년에 있었던 사건으로 지금 방청석에는 재심 신청인과 같은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재심으로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 가족들의 아픔, 그 자식들의 비극을 바로 치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남정길님이 몸이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한 말씀 하려고 하니 발언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네. 말씀하세요.

남정길 "저는.... 결코 의도하고 월북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습니다. 제 나이 열여덟 이후로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50년의 시간 동안 누구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습니다... 그 아픔과 억울함을 꼭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잘 나오지 않는 말을 더듬어가며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그의 말에 방청석의 유가족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말을 하기까지 견뎌야 했던 시간에 비해 그들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뒤이어 5월 23일 선고하겠다는 기일을 알린 후 재판을 끝냈다.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어"
 
 첫번째 재심 공판이 끝나고 모인 피해자들과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인
 첫번째 재심 공판이 끝나고 모인 피해자들과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인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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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재판이 끝나고 유가족들은 법정에서 나와 발언을 한 남정길씨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각자의 감정을 다스리며 변호사의 말을 기다렸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다음 선고기일에 좋은 소식이 있길 기다리면 됩니다. 그런데 어머님들 오늘 아침에 바다 나가셔야 하는데 재판이 아침에 잡히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하신 거 아닌가 싶어요."
"진실만 밝혀진다면 열 번도 오지. 근데 나중에 무죄 나오면 요것도 손해로 쳐주려나 몰라."

재판 과정에서 생긴 내심의 걱정과 달리 쾌활한 유가족의 대답을 듣고 그들이 지금까지 긴 세월을 버텨온 생존자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가족과 피해자를 뒤로 하고 군산지원을 나서며 다음 있을 선고공판에 어떤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와야 할지 고민했다.

제5공진호의 진실은 5월 23일 밝혀질 예정이었다. 선고기일이 바뀌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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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