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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영어 통역사인데 왜 퍼실리테이터를 하나요? 처음 퍼실리테이터를 접하는 순간, 퍼실리테이터는 소통을 위한 통역사구나 느꼈다. 일반적으로 영어만 잘하면 외국인과 잘 소통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소통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통역사가 다른 언어 간의 소통을 돕는다면 퍼실리테이터는 같은 언어 간의 소통을 돕는다. 실행 방법과 역량도 유사하다. 
 
우리는 사전 학습과 준비를 한다
 
통역 의뢰가 오면 사전 미팅을 하거나 관련 회의 자료를 사전에 받는다. 고객의 회의 안건이 무엇인지, 참여자가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회의의 목적 등을 파악하고 참여한다. 그래야 고객의 소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실리테이터도 동일하다. 토론의 쟁점이 무엇이며, 참여자가 어떤 사람이며 그 토론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관련 안건에 대한 배경지식을 이해하고 가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프리랜서 통역사인 나는 매번 다른 분야를 통역한다. 제조, IT, 기술 등 고객의 요구에 따라 관련 내용을 예상하고 준비한다. 퍼실리테이터도 동일하다. 미세먼지, 관광, 재난 등 토론의 주제도 매번 달라지고 다양하다. 

우리는 경청한다

통역의 기본은 '경청'이다.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고 경청하지 않으면 전달하기 어렵다. 퍼실리테이터의 중요한 역량 또한 경청이다. 흥분한 참여자, 말하기 힘들어하는 참여자, 언변이 좋지 않은 참여자의 말에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비밀을 유지한다

통역사는 매번 회의나 세미나를 지원하게 되면 '비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 내부적인 갈등이나 문제점에 대한 내용도 통역하다 보면 모두 알게 된다. 하지만 통역은 관련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가 기본이다. 퍼실리테이터도 동일하다. 갈등 상황을 지원하거나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하도록 돕거나 시민의 입장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공유된 내용에 대한 비밀을 지킨다.  

우리는 중립적이다

통역사는 절대로 본인의 의견과 생각을 메시지에 보태지 않는다. 통역사는 메시지 전달자이다. 내부에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어도 외부의 통역사를 부르는 이유는 객관적인 소통을 위해서다. 토론이나 회의에 외부 퍼실리테이터가 지원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지만 사견을 철저히 배제하여 객관적 소통을 돕습니다.   

우리는 모든 메시지를 동일한 가치로 대우한다

통역은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동일한 가치로 전달한다. 직급도, 직책도 상관없다. 누가 이야기하든 모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퍼실리테이터도 마찬가지다. 토론장에는 다양한 직급과 직책을 가지신 분들이 함께 자리한다. 시장님이나 교수님이 시민이나 학생과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모두 동일하게 소중하다. 소통의 장에서 그 누구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메시지를 잘 전달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통역을 위해 회의실에 도착하면 고객에 대해 빨리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발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가끔은 고객이 말하고자 하는 숨은 니즈까지 이해해야 한다. 즉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고객의 의견을 다시 정리해서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면 커뮤니케이션은 더 잘 이루어진다. 토론장에서의 참여자 또한 동일하다. 다양한 참여자들은 주제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은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퍼실리테이터는 다시금 확인해서 그 메시지를 정리하여 다른 참여자들이 이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로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할 필요가 없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관계의 부담을 주지 않는 소통 방식, SNS, 문자, 카톡을 선호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으로 누군가 전하고자 진정한 메시지의 이해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과 그 역량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일은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회의와 토론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퍼실리테이터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통역사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지혜씨는 한국공론장네트워크에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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