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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직종들의 노동조합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즉 부고를 많이 보게 됐다.

많은 경우 그들은 말 그대로 '일하다' 죽었다. 황망히 '슬퍼요'를 누르고 지나가지만, 그런 게시물을 너무 자주 보다 보니 궁금해질 수밖에. 왜 사람이 일하다 죽어야 하지?

그리고 내가 죽어가는 이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걸 느낀 건 '구의역 사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물론 어린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긴 했지만.

누군가는 이 문제들을 경청하고 기록해서 세상에 내놓길 바랐는데, 최근 출간된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 바로 그 경청과 기록의 결과물이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책 표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책 표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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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삶의 단계를 밟아 살아간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불행할 것이라는. 실제로 미디어는 그들의 삶과 죽음을 불우한 그 무엇으로 다루곤 한다.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편견은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중략) 비진학, 탈학교 아이들은 배제되고 특성화고 아이들은 고려되지 못한다. 게다가 특성화고 학생은 '현장실습생의 죽음' 같은 기사를 통해서만 불우한 존재로 납작하게 재현된다. 매스컴에 의해 반복적으로 호명되면서 그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은 그들 삶의 기본값처럼 인식된다. 원래 불우했으니 계속 불우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처음에 구의역 사건을 언급하면서 '구의역 김군'이라는 표현을 나도 모르게 썼다가 지웠다. 해당 사건은 분명 사회적 비극이긴 하지만, 언론은 그를 계속해서 '김군'이라고 부르며 그의 죽음이 얼마나 불행한 죽음이었는지 언급하는 데에만 신경 썼던 것 같다. 많은 경우 이런 류의 사건이 일어나면 저자의 말마따나 "죽는 순간 비운의 현장실습생으로 박제"된다. 

책은 크게 '김동준'과 '김동준들'로 나뉘어 있다. 김동준은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리다가 2014년 죽음을 택한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이다. 이 책의 1부는 3주기가 되는 2017년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씨와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서 만들어졌다. 

김동준이 고2 때 쓴 자기소개서와 CJ 신입사원 연수 노트에 남긴 기록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의 목소리에는 일터 괴롭힘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이 상황이 자신이 '약자'이기 때문에 바뀌지 않을 거라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이 서려 있다. 그는 말했다. 내일 난 제 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김동준은 강제로 회식 자리에 가게 하는 '형' 때문에 괴로워했다. 

강석경씨는 첫 인터뷰 때 자신과 같은 경험으로 아파하는 부모들을 모아 유가족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등 많은 가족들의 노력으로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외에 강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나가기도 한다. 계속 이야기하기 위해.
 
"제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특성화고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잘 견디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거예요. 동준이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은 아주 적죠.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그 아이만 잘못했다는 식으로 되기 때문에 어디 가서도 말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 동준이 같은 사연이 꼭 특성화고 학생들 상황은 아니라고 봐요."

"설명해야 하면 설명해도 저는 괜찮아요. 어떤 분은 조용히 와서 그래요. "아들이 그렇게 갔다며? 궁금해. 알려주면 안 돼?" (중략) 그런데 내가 얘길 하면 사람들이 초긴장해요, 친구들은 그래요. "석경아, 너 힘들잖아. 얘기하지 마. 하지 마." "안 하면 안 힘드냐, 이년아." 저는 그러죠. 말해야 돼요."

제대로 된 논의를 위해 뛰어다닌 사람 중에는 김동준 사건을 맡았던 노무사 김기배씨도 있다. 그는 이 사건이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한 복잡한 법적 논리를 이야기하며, 이것이 아직까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에 대해 언급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김씨는 CJ가 당시 선임자에게 관리책임 징계를 내렸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사적인 죽음이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된 사안이다'라는 논리를 추가시켰다.

다양한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번 책 역시 그가 보고 들은 것을 회피하지 않고 명확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써내려 간 흔적들이 드러난다
 이번 책 역시 그가 보고 들은 것을 회피하지 않고 명확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써내려 간 흔적들이 드러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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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1일, 노동절에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아래 졸업생 노조)이 설립되었다. 얼떨결에 노조위원장이 되었다는 이은아씨는 졸업한 지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연락이 전혀 안 되는 통에 그들을 노조에 들이는 것의 고충을 털어 놓는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은 졸업생 노조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그가 다니던 상고에서는 80%가 알바를 했는데, 주로 음식점에서 일하다 보니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자신이 경험해본 바,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절실하다고 느낀다는 말에 절절하게 와 닿았다. 
 
"노조 하라는 얘기를 할 때, "한 번 만나서 얘기라도 들어보면 어때요?" 하는 느낌으로 노조가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특성화고 졸업생끼리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게 나중에 기반이 돼서 자기 자존감도 좀 세울 수 있으면 해요. 말했듯이 고졸이라고 하면 항상 사회에서 위축되어 있거든요. 고졸이라서 승진 체계에서 빠지거나 해도 어디에다 말할 데가 없었어요."

이렇듯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접하지 못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다. 은유 작가는 말한다. 자신은 '겸손한 목격자'라고. 실제로 그는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를 인터뷰한 <폭력과 존엄 사이>나 출판계 종사자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출판하는 마음>을 통해 목격한 것을 겸손하게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책 역시 그가 보고 들은 것을 회피하지 않고 명확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써내려 간 흔적들이 드러난다. 우리는 이 많고 다양한 죽음들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이 책이 조금의 힌트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순간 생각과 감각이 달라지는 유동적이고 틀리기 쉬운 취약하고 불완전한 한 존재가 또 다른 약한 존재의 삶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나의 최선이 결과의 최선이 되도록 노력했다. 어떤 문학적 재능이나 사회학적 지식보다는 자기 판단을 내려놓는 겸손함과 듣고 또 듣는 성실함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자리에서 만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현장실습생 르포집'을 준비한다는 말에 사슴처럼 크고 선한 눈망울로 나를 보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잘 써주세요." 어머니의 눈빛을 기억하며 막바지 힘을 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은이), 임진실 (사진), 돌베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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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