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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하는 황교안-나경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본질은 '우리 경제가 어려워져서, 살기 어렵게 됐다',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거기에 있다. 통계를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황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가 어려워 이민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 가짜뉴스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황 대표는 본인이 주장한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고 '본질은 따로 있다'라는 식으로 에둘러 답했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결국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황교안과 <조선일보>의 '통계 착시'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라며 "거리에서, 일터에서, 시장에서 만난 분들께서 저를 보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적었다. 황 대표는 그 원인을 "문재인 정권 포퓰리즘의 시작"으로 짚었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떠나고 싶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다시 대전환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언급한 보도는 <조선일보>의 지난 6일자 '한국 떠나는 국민, 금융위기 후 최다' 기사로 보인다. 해당 기사는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외교부에 따르면 작년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2200명. 2016년 455명에서 2년 만에 약 5배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이후 최대치이고, 네 자릿수 인원을 기록한 것도 9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즉각 '가짜뉴스'라는 반박이 언론과 여권에서 나왔다. '해외 이주자'는 '해외 이주 현황'에 포함되는 통계인데, 굳이 해외 이주 현황에서 '현지 이주자'를 뺀 해외 이주자만 계산하는 게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체 해외 이주 현황은 2015년 7131명, 2016년 4784명, 2017년 1443명, 2018년 6257명으로 매년 등락을 오가고 있다. 참고로 황 대표와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2008년 당시 해외 이주 현황은 2만946명이다.
또한 통계적 착시라는 비판도 나왔다. 2018년 해외 이주 신고자 수가 크게 는 건 ▲ 취업이주 ▲ 사업이주 ▲ 연고이주 ▲ 기타이주 중 기타이주 항목만 2017년 대비 1382명(79명→1461명)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7년 말부터 해외이주법 개정안 시행으로 거주여권제가 폐지됐는데, 통계상 국내 거주로 그동안 잡혀왔던 해외 거주민들이 거주여권 대신 일반여권을 새로 발급 받으면서 통계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법 시행에 따른 통계 조정의 문제이지, 원래 국내에 살던 국민들이 해외로 이주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주민 "이런 일 반복되서 지적하기도 지친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대변인도 7일 논평을 내고 "황 대표가 한 때는 우리 국민 모두를 '지옥'으로 몰아넣더니, 이제는 '한국 엑소더스'를 설파하며 '출한국기'를 쓸 태세"라며 "황 대표는 해외이주 증가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착시적 통계수치를 악용해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를 또 한 번 생산하고 말았다"라고 꼬집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 지적하기도 지친다"라며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수치를 보여주지 않고 일부 수치만 갖고 이야기한 오류"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해외이주법 개정안이 통과된 시점이 2016년 12월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해외이주법 개정안은 황교안이 국무총리 시절 2016년 6월 정부 입법 발의돼 그해 국회를 통과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도 이 법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충분히 알았을 법안인데 그럼에도 왜곡된 수치를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주장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