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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기획에서는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했다.
 은빛기획에서는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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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를 밀고 온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 온 지금의 60대 이후의 어르신들의 삶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 한국전쟁에서 경제발전 시기까지 굵직한 역사를 온 몸으로 일궈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삶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협동조합 은빛기획(아래 은빛기획)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통해 삶의 가치를 확인하고 모든 이의 삶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한국 현대사와 함께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 온 어르신들이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걸 기록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을 다시 증명해내고 있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삶도 결코 단조롭지 않다"
 
출판된 어르신 자서전.
 출판된 어르신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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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은 시니어 세대 어르신을 상징하는 말로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사를 정리해서 출판하는 일이 은빛기획의 주요 활동이다.

천호선 은빛기획 이사장은 "어느 평범한 사람의 삶도 결코 단조롭지 않다. 모든 이의 삶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있다"며 "자존감 있는 노후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다 은빛기획이 시작됐는데 벌써 6년이 되었다. 고령화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예전부터 노후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은빛기획의 주요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시민자서전 사업, 어르신 글쓰기 교실, 고인을 추모하며 조문객들에게 고인의 삶을 알리는 조문보 사업, 시민기록영상 제작 사업 등이다.

서울시 '어르신 아카데미' 중,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은 은빛기획이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업으로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완성된 자서전은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출판한다. 은평구청과도 자서전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어르신 23분을 인터뷰하고 원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청년작가들이 어르신들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이다. 9월쯤엔 은평에서 출판기념회도 할 예정이다.

시민자서전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가족 간의 변화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의례적인 안부인사 정도만 나누던 가족 관계였지만 어르신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새 가족애가 깊어지고 관계가 돈독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서전은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 자체가, 삶을 돌아보고 기억하고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과정을 부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기록들은 거시적인 역사 이외에 민중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김세라 은빛기획 기획실장은 "보통 자서전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통념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의 삶이 다 의미 있고 서로 공유해야 하는 사료(史料)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지난날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하는 자기 긍정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조문보(왼쪽)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문보.
 고 노회찬 의원의 조문보(왼쪽)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문보.
ⓒ 은빛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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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사회의 조문(弔問) 문화가 너무 단조롭고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조문보 사업도 시작됐다. 천호선 은빛기획 이사장은 "돌아가신 분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 조문보가 있으니 고인의 삶을 볼 수 있고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유가족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다"며 조문보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은빛기획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하며 인권운동의 길을 걸은 김복동 할머니, 진보정당의 대표의원이었던 노회찬 의원, 가왕 신해철 등의 조문보를 제작했다.
 
은빛기획에서 만든 조문보. 고 성유보 씨와(왼쪽), 고 백남기 노인의 것.
 은빛기획에서 만든 조문보. 고 성유보 씨와(왼쪽), 고 백남기 노인의 것.
ⓒ 은빛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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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천호선 이사장은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사이에서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과정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협동조합 은빛기획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은빛기획은 앞으로 국가를 위해 힘쓴 유공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일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정부로부터 충분한 물질적 보상도 받지 못했고 매도당했다고 서운해하는 유공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일은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실향민들이 북에서 내려와 남쪽에서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만큼 그 분들의 이야기도 남기는 일을 할 계획이다.

천호선 이사장은 "무덤이나 비석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르신들이 스스로 '삶을 기록하는 인생노트'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고 유산문제, 장례문제, 자식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한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한 개인의 삶을 사회의 자산으로 만드는 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은빛기획 인터뷰는 팟빵 은평시민신문, 사회적 경제를 만나다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1771895?e=23082936)를 통해 듣는 인터뷰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제휴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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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은평시민신문, #사회적협동조합, #자서전, #조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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