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파레> 포스터

<팡파레>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할로윈은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중반부터 미국에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가 급증하며 그들의 전통 축제인 할로윈도 미국 내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과 과자를 얻는 풍습은 30년대 이후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된 할로윈은 켈트족 달력으로 10월 31일 축제가 열렸는데 켈트족은 그 다음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저승의 문이 열려 죽은 자의 영혼과 악마들이 이승으로 올라온다고 믿었다.
 
당시 켈트족이 제사를 지내고 자신들의 모습을 기괴한 모습으로 꾸민 이유는 악령과 악마들이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영화 <팡파레>는 이런 할로윈의 근원적인 의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나쁜 인물들이 등장하고 더 나쁜 인물, 그보다 더 나쁜 인물이 차례차례로 등장한다. 이태원의 한 바에서 진행되는 영화의 전개는 악몽 속인 듯한 느낌을 잘 살렸다.
  
악마의 소굴에 빠져든 인물들
 
 <팡파레> 스틸컷

<팡파레>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할로윈데이 영업이 끝난 한 바에 제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잠시 있어도 되느냐고 묻고 사장은 청소를 끝낼 때까지 30분 정도 머물라고 말한다. 사장이 관심을 보여도 무뚝뚝하고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제이. 사장은 제이에게 관심을 끊고 2층으로 올라간다. 닫힌 바의 문을 두드리는 두 남자. 제이가 문을 열어준 그들은 강도이다. 강도 강태는 동료이자 사랑하는 동생 희태에게 사장을 데려오라 시키고 사장을 데려오려던 희태는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팡파레>는 살인을 기점으로 몽환적이지만 현실 같은 악몽을 보여준다. 이 모순된 느낌은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갈수록 일이 악화되어가는 이야기 구조와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힘에서 비롯된다. 살인을 저지른 희태를 돕기 위해 강태는 지역에서 이름난 조폭인 쎈을 부른다. 희태는 마약 중간 판매상이고 쎈은 돈이 된다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악질이다.
  
 <팡파레> 스틸컷

<팡파레>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강태는 사이버대학에 다니는, 그나마 밑바닥 인생 중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희태를 위해 훔쳐둔 마약을 팔아 돈을 주겠다는 거짓말을 쎈에게 한다. 그리고 쎈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시체처리를 전담으로 하는 백구를 부른다. 백구가 시체를 처리하면 그들은 바에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옥은 제이의 입에서 시작된다. 인질로 잡혀있는 제의는 결정적인 순간 네 인물의 신뢰를 흔드는 말로 그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희태에게는 사람을 계속 부르면 목격자가 늘어난다는 말로, 쎈과 백구에게는 사실 죽은 사장이 검사라는 거짓말로 그들의 계획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착하다 생각한 희태는 살인죄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이 순간 관객들은 누가 진짜 악마인지, 이 악마들의 소굴에서 누가 선역이 되어서 바를 탈출할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장르영화의 재미와 신선함을 동시에 잡은 작품

'팡파레'는 배음으로 된 악기인 트럼펫과 호른 등을 연주하는 짤막한 악절로 원래 전쟁이나 궁정예식 등에서 신호용으로 사용되었다. 이 영화에서 '팡파레'는 악몽으로 빠져드는 신호를 의미한다. 그저 문을 열고 나가면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나가기에는 '시체'와 '목격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의 '붕괴'가 너무나 큰 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에 갇힌 다섯 명의 남녀는 서로가 힘을 합치지 못하는, 그리고 각자의 욕망을 숨기지 못하는 지옥에 빠져버린 것이다.
  
 <팡파레> 스틸컷

<팡파레>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시꽃> <현기증>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감정적인 격화와 욕망의 근원을 충격적으로 묘사해 온 이돈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규격 하에 자신의 장점을 담아냈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제이를 통해 몽환적인 느낌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인물들의 내면을 점점 들춰내면서 지옥으로 초대하는 악몽을 완성시켜 나간다. 여기에 적절한 유머는 윤활유의 역할을 해주며 작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팡파레>는 강렬한 스릴감과 쫄깃한 긴장감 대신 캐릭터 사이의 관계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유도해내며 할로윈이 지닌 '악몽'의 근저에 접근한다. 블랙코미디의 장르 색을 띄면서도 난해하지 않은, 몽환적이지만 현실적인 지옥을 보여주며 재미를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재미와 신선함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팡파레 제23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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