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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하면서 2032년부터 대한민국의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2019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는 인구감소 시점을 3년 앞당겨 2029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받는 피해는 지역마다 다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감소가 일어나지 않은 지금도 지방은 청년층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현재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도시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시기에 들어서면 그로 인해 받는 타격은 지방쇠퇴를 넘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마강래 교수의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는 이 추세가 유지되면 20년 후 2040년에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30%가 재정파산으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 예측한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도시 살생부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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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지방쇠퇴의 메커니즘을 잘 설명하고 있다. 지방쇠퇴가 일어나는 이유는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며 지방에 인구가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구감소가 지방에 더 큰 타격을 주는 이유는 그나마 남아있던 지방의 청년들도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몰려있는 서울로 가기 때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타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준비로 넓게 흩어진 인구를 도심으로 모으는 '압축도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인구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으면 도로, 전기, 수도, 학교, 공원, 문화시설 등 인프라 유지비용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대도시(서울특별시+5대 광역시) 주민 1인당 평균 세금지출액은 161만9000원이고, 군 단위 지역 주민 1인당 평균 세금지출액은 736만9000원으로 지방이 4배 가량 많은 상황 상황이다. 대한민국 총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시기에 들어서면 소멸위기 지역의 1인당 평균 세금지출액은 더욱 커질 것이다.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지방인구를 도심으로 집중시키는 압축도시 전략은 인프라 유지비용을 낮추고 지방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인구가 감소하고 세수가 줄어드는 지방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이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의 도심으로 인구를 집중시키는 압축도시를 촉진하기 위해는 신도심 개발 등 외곽지구 개발을 자제하고, 상업시설·병원·관공서 등을 도심으로 집중시키는 쇠퇴도시 압축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압축도시 촉매제, 차등세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압축도시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한 가지 더 있다.

토지보유세의 수정모델인 '차등세' 제도이다. 199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경제학적으로 재산세는 최선의 세금인 토지보유세와 최악의 세금인 건물분 재산세가 합쳐진 세금이라고 말했다. 인간 노력의 산물인 건물에 부과하는 세금은 건물 개선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키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세금이고, 반면 공급이 비탄력적이며 사람의 노력으로 생산할 수 없는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은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사람에게 토지를 배분하는 효과가 있기에 바람직한 세금이라 평가한다.

차등세 제도(Split-Rate Tax System)는 비크리가 말한 것처럼 가장 바람직한 세금의 세율을 높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세금의 세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즉 건물에 부과하는 세율을 낮추고 토지에 부과하는 세율을 높이는 세금정책이다. 차등세 정책은 도심 내 유휴공간을 줄이고 낙후된 건물을 개선시키며, 도심 활성화 및 외곽 난개발(urban sprawl)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주는 차등세 정책 도입을 통해 도심 유휴공간을 축소하고 도시 스프롤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보았다.

피츠버그·해리스버그 도시재생 성공의 토대, 차등세

제조업 경쟁력이 미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면서 미국의 제조업 중심지들은 도시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인 포드, GM, 크라이슬러가 위치했던 북미 최대의 자동차 산업 도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축과 인건비가 저렴한 제3세계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1950년 180만 명이었던 인구가 2013년 7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디트로이트는 재정 악화로 파산했다.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러스트벨트(rust belt)라 불리는 미국 오대호 연안지역들은 과거 제조업으로 활기찬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도시 쇠퇴의 대표적인 사례 지역이다. 일자리와 인구감소의 직격탄을 맞을 대한민국 지방도시들의 암울한 미래를 앞서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시는 1970년대 이후 미국 철강산업의 쇠퇴와 함께 급격한 인구감소, 도심쇠퇴를 겪으며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현재 피츠버그 시는 IT 중심의 최첨단산업 중심도시가 되었다. 피츠버그 시가 화려하게 부활한 요인을 다양하게 꼽고 있지만 차등세는 피츠버그 도시재생에 중요한 토대였다. 차등세는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었을까?

피츠버그 시는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심이 황폐화되고, 슬럼화가 진행되는 중에 토지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건물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차등세 제도를 강화하였다. 토지에 중과세하고 건물에 대한 과세를 가볍게 했을 때, 도심의 노후화된 건물이 개선되고 빈 땅들이 개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차등세는 토지에 대해 세율을 높여 방치된 토지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건물에 대한 세율을 낮추어 건물 개보수 및 신축 유인을 높였다. 이러한 차등세 효과로 도심의 노후화된 건물이 리모델링 및 재건축이 활발히 일어났다.

1979년 토지와 건물에 대한 세율 격차를 3:1로 높인 이후 이어서 1980년에는 5:1까지 세율 격차를 높였다. 피츠버그에서 차등세율 격차를 대폭 높인 1979년을 기준으로 이전 20년과 이후 10년 간의 건축허가 가액(Value of Building Permits)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오츠앤슈왑>(Oates and Schwab)의 연구에 따르면 피츠버그를 포함한 오대호 인근 러스트벨트 15개 도시의 건축허가 가액은 평균 14.4% 감소했지만, 피츠버그 시는 70.4% 증가하였다. 차등세를 강화한 피츠버그에서는 여타 러스트벨트 도시들과 달리 도시 내 건설이 활발히 일어났다는 의미이다.
  
 피츠버그 도심, 골든 트라이앵글
 피츠버그 도심, 골든 트라이앵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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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시는 차등세율 격차를 높여 도심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도심 황폐화, 슬럼화의 흐름을 바꾸는 가운데 피츠버그 문화 트러스트(Pittsburgh Cultural Trust)의 문화 클러스터, 피츠버그 대와 카네기 멜런 대학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통한 IT, 생명과학 클러스터 구축이 활발히 일어난 결과 피츠버그는 여타 러스트벨트와 달리 미국에서 살기좋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도시가 되었다.

펜실베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Harrisburg) 역시 차등세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해리스버그는 1981년 미국 최악의 도시 2위로 선정될 정도로 도시쇠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해리스버그 전 시장 Stephen R. Reed(1982-2010 재임)에 따르면 차등세 효과로 1982년부터 2009년까지 빈 건물의 80%가 줄었으며, 4만 채 이상의 건축허가서가 발급되었다. 48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사유부동산 총액은 2억1200만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8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차등세 제도는 도시 내 유휴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외곽 개발 수요를 줄임으로써 난개발을 막고 농지 보존에도 기여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차등세는 낙후된 도시, 방치되는 도심을 쾌적하고 활기찬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정책 수단이다. 도심 토지를 밀도있게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차등세는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검증된 제도이다. 세계적으로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쇠퇴에 대응할 시간과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도심토지를 효율적으로 쓰도록 장려하며 외곽개발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차등세 정책은 지방쇠퇴를 대비하는 기본토대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지방도시 살생부>(마강래 저, 개마고원)
<지공주의>(김윤상 저, 경북대학교출판부)
Oates, Wallace E. and Schwab, Robert M. “The Impact of Urban Land Taxation: The Pittsburgh Experience.” National Tax Journal, March 1997, 50(1), pp. 1-21.
"Tax trial, A Land Value Tax for London?", London Assembly Planning Committee, Februar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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