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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기간 연장 수수료 부과 및 건설업 취업불가 방침 안내문
▲ 안내문 체류기간 연장 수수료 부과 및 건설업 취업불가 방침 안내문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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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청은 '안내문'을 게시하여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 난민 인정자의 체류 허가 수수료 납부 방침 신설 및 난민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자의 건설업 취업 불가 방침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안내하였다.

오늘로 벌써 5일째, 사실상 취업을 통한 자립 외 생계유지 방안이 없는 난민들이 어렵게 찾은 건설업 직종에서 쫓겨나는 일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의 이러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건설업 등 국민 일자리 잠식을 막는다'는 취지는 지난해 발표한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법무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 내국인 역차별 방지 등을 정책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대책은 단순 노무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외국인들의 생존을 완전히 막고 있다. 건설업 현장의 일손 부족 문제 또한 단순히 미등록 외국인들의 근무 차단만으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일각에 퍼진 외국인 혐오 정서에 기대어 있는 정책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안내문은 적법하게 체류하고 있는 난민들(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마저 건설업 취업을 봉쇄하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 체류에도 수수료를 걷겠다고 하니 보호와 정착지원이 필요한 '난민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인 셈이다.

난민들의 정착지원에 관한 정책이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난민들이 택할 수 있는 생계수단은 단순노무업이 대부분이다. 박해가 엄존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한국에 온 이들에게 단순노무업을 취업 가능 직종에서 배제하는 것은 난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여 거리로 내모는 것이다.

이에 난민인권네트워크는 7월 3일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자 정착지원은 고사하고 전쟁터를 피해온 난민들의 자진 취업 생존 대책마저 봉쇄하는 건설업 취업 불가 방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자들과 난민신청자들이 맞게 된 변화

더욱이 이번 방침으로 인해 가장 직격탄을 맞은 난민들은 시리아, 예멘 등 '인도적 체류자'들이다. 이들은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피신한 사람들이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인도적 체류자는 약 2005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정착할 계기를 찾은 이들에게 지역건강보험 가입 자격 외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정부는 이들의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다. 건설협회 발표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는 2019년 1월 현재 약 197만 명이다. 인도적 체류자 2005명에 일자리를 박탈해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정부가 달성하고 싶은 정책적 목표가 무엇인지 심히 궁금하다. 건설업계 직종 보호 및 내국인 차별 프레임은 정부가 조장해야 할 프레임이 아니라 막아야 할 프레임이다. 
 
난민인권네트워크 7월 3일자 성명
 난민인권네트워크 7월 3일자 성명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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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미 정착할 지위를 얻은 인도적 체류자 외 아직 난민 심사단계를 거치고 있는 '난민 신청자'들의 피해 역시 상당하다. 인도적 체류자의 건설업 취업을 중단시킨 것은 난민심사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고스란히 난민신청자에게 떠넘기는 또 다른 조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긴 심사기간과 불확실한 결과 속 난민신청자들의 생계는 오롯이 자신들의 어깨에 달려있다.

난민신청자(G-1-5) 비자의 체류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이다. 1개월만 부여되는 경우도 있어 고용주들은 대체로 이들을 고용하지 않는다.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난민이란 사정이 알려지면 쫓겨나기 일쑤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어 숙식과 삶을 오로지 스스로 해결하며 기다려야 하는 난민들에게 전문기술업과 단순노무가 혼재되어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건설업 직종은 마지막 안전장치다.

정부는 난민들에게 수수료를 납부할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난민신청자들는 체류자격에 대한 연장허가를 받기 위해 6만 원을 새롭게 내야 한다. 취업허가를 위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12만 원의 수수료도 납부해야 한다. 그것도 1달마다 내야할지, 3달 만에 내야할지는 출입국 공무원의 재량에 달렸다.

난민신청자들의 생계비도 거의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난민제도에 기대어 보호를 신청하려는 난민들은 스스로 일을 해서 심사기간을 버텨야 한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돈을 수시로 내야하지만 적법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한국의 난민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 난민신청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 난민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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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황은 지난해 인도적 체류자 자격을 대부분 허가받은 예멘 난민들에 대해 법무부가 밝혔던 멘토링 시스템 등 한국 사회 정착지원방안에도 정확히 반한다.법무부는 제주 피난 예멘 난민들에 대해 '제도적 불비로 생계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난민 반대 취지 청원이 두려워 '생계비는 한 푼도 지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법무부의 기이한 입장 속 시민사회는 길거리로 내몰린 난민들을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껴안았다. 1년이 지나 뜨거웠던 찬반 논쟁이 가라앉은 지금, 우리는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한국에서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는 난민들을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어 넣지 않는 제도 개선을 고려해야 할 때다. 법무부는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컴팩트에 따른 장관급 회의로 올해 12월 17일~18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글로벌 난민 포럼(2019 Global Refugee Forum)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컴팩트(The Global Compact on Refugees)의 네 가지 목적 중 하나는 '난민의 자립 강화'다.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난민법 운용은 물론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에게 '준난민'이라는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해 보호하고 있음을 자랑해왔다.

정착 지원이 없는 것에 더해 이들의 취업 기회 마저 차단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난민의 자립 강화'와 어떻게 연결하여 국제사회에 설명할지 정말 궁금하다.

태그:#난민, #예멘, #인도적체류자, #건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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