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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이른바 X세대의 물결이 지금 일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젊은이들은 새로운 생각과 문화를 지니고 있었지만 요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가치관 그리고 행동양태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20세기 말의 신세대.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X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994년 어느 봄 날 KBS 뉴스에서 앵커가 한 말입니다. 이 세기말 신세대는 어느 새 마흔 살을 넘어 오십 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에선 이들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세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얄궂게도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이 세대를 '기성세대'로 만들었습니다. 요즘 회사에선 'X세대 꼰대'란 말이 나올 정도로 X세대는 사회의 주축이 되어 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X세대는 전통적 위계에 따른 권위를 부정하고, 재능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이 등으로 우대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X세대도 이전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현대 시청각 문화(비디오-유튜브가 아닙니다^^;)에 익숙해서 말보단 느낌을 전달하는" 세대가 이제 그들과는 또 전혀 다른 세대라고 하는 '90년대생'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90년생이 온다는데...
 
 <90년생이 온다> 책표지
 <90년생이 온다> 책표지
ⓒ wha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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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성세대들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하는 <90년생이 온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요즘 2030 신세대의 특징을 잘 정리해 놓았다고 해서 지난해 화제가 된 책입니다. 저자는 9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 불안이 극대화된 시대와 직면해 '안정'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게 됐다고 봤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에 '올인'하는 이들을 저자는 '9급 공무원 세대'라고 정의해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공무원을 준비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서 이들 세대가 '열정이 없고 도전정신도 없는 그저 편한 복지부동의 일만 하려는 나약한 세대'는 아닙니다. 단지 지금 2030 세대가 다른 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 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상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저자는 90년대생 세대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90년대생들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재미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한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세대입니다. 저자 나름의 관찰과 만남을 통해 잘 잡아낸 특징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특징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X세대, 아니 모든 세대가 그랬듯 90년대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성세대가 되고 이들은 또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보며 '요즘 애들은 참 버릇이 없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의 차이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90년대생들이 완전히 유별난 것도 아닙니다. 내 어릴 적 모습을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

책의 몇몇 부분에선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들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현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43쪽)"와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90년대생 전부를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 가운데서도 예전 선배들처럼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않지만 조직원으로서 속해 있는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친구가 분명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 것인지 꽤 먼 미래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친구도 봤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기존 세대들과 다른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 역시 추구하는 '이상'이라는 것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저자는 "권력이 이미 기업의 손을 떠나 개인으로 이동했다"고 하며 90년대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재능있는 개인들은 직장생활에서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확대하고 성취할 만한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다(135쪽)"고 하면서요. 이 부분은 대체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권력은 도리어 강화됐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인재들에게는 저자의 말이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 회사와 '협상'을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유례없는 경쟁을 뚫고 입사를 해도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예전과 다르지 않게 회사가 원하는 대로 업무를 해야만 합니다. 입사 과정에서도, 업무 배분에 있어서도, 회사의 힘은 과거보다 더 막강해졌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마음을 접어두고 주어진 일에 매진해야 하는 것 또한 과거와 다르지 않고, 휴가 사용도 과거만큼 눈치를 안 본다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에 대한 개인의 협상력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386세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시위 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면 기업들이 입사 원서를 대학들에 보내주었다고들 말하는 시대였으니까요.

이건 내 얘긴데? 직장은 변하지 않나봐

또 한편으론 저자가 90년대생 인재들의 특징으로 언급한 부분들 중 '내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X세대 끝자락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되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생각들을 90년대생들도 하고 있다니... 대한민국 직장이라는 곳은 시간에 따른 변화의 폭이 큰 듯 하면서도 정말 변하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언급들은 마치 제가 직장인으로 살며 생각했던 지점과 같습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기존 세대들은 이미 회사에 믿음을 상실했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충성하는 꼰대들로 보일 뿐이다."(154쪽)
"90년대생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공식을 배격한다."(155쪽)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않고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마치 더 일을 열심히 한 듯이 으스대는 선배들을 볼 때면 얼간이같이 느껴져요. 내 휴가를 내가 사용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얼마 전에 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휴가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라고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았죠. 지적하려면 업무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169쪽)

특히 "즐거움은 돈을 내고 찾아, 회사는 엄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하러 오는 곳이야, 그런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말이 되니?(221쪽)"라는 말은 제가 불과 몇 년 전 선배에게서 들었던 말과 똑같아서 놀랍습니다.

이처럼 개인 차가 큽니다. 10년이란 출생 시기로 세대를 구분하고 규정하고 싶은 바람들이 소위 '세대론'을 지지합니다. 물론 당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유사한 지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피해야 합니다.

새로운 편견이 되지 않기를

새로운 세대를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규정해버리는 것 또한 90년대생에 대한 새로운 편견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90년대생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불쾌할 수도 있겠다 생각됩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인데, 이처럼 책으로 간단하게 규정되어 버린 것을 나의 특징이라고 여기며 대한다면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90년대생은 두려운 존재도 아니고, 역사를 통틀어 완전한 별종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겪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90년대생들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류의 책들은 읽어보고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고 90년대생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네이버, 티스토리)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은이), 웨일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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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게 좋아, 90년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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