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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제가 아는 분이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알고 지내는 새터민 집에 안부 차 들렀더니 사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며 일자리를 좀 알아봐 줄 수 없느냐고 했습니다. 새터민 집 남편이 일거리가 없어 지난달에는 6일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하며 어떤 일이라도 괜찮으니 좀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 새터민 부부는 저도 아는 사람입니다. 저희는 약 4년 전부터 그 댁과 꾸준히 내왕을 하며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하며 마음의 문을 선뜻 열지 못하던 그 분들이 이제는 저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합니다.

한 달에 6일밖에 일을 못했다니
 

6일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댁의 가장인 진이 아빠는 몸이 좀 약한데, 일이 없어 걱정하느라 더 말랐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맞춤한 곳이 있으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남편도 염려가 되는지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터민 류철민 씨네 가족이 저희 집에 왔습니다. 철민 씨 아들이 돌도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벌써 5살이 되었습니다.
 새터민 류철민 씨네 가족이 저희 집에 왔습니다. 철민 씨 아들이 돌도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벌써 5살이 되었습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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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민인 진이네 소식은 간간이 저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남편은 "진이 아빠는 어떤 사람이야?"하며 물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진이 아빠인 류철민(가명)씨는 양강도가 고향인 사람입니다. 그는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5년 전에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지 힘들어 한 적도 있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일을 너무 빡세게 한다면서 그렇게 해내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심히 삽니다. 한국에 와서 낳은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힘써 일하는 진이 아빠를 보면 마음 한 편으로 짠한 마음도 듭니다.

새터민 진이 아빠, 잘 부탁합니다

진이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말에 저는 "순박한 사람이에요. 진정성도 있고요." 했습니다. 정말이지 진이 아빠인 류철민씨는 순박합니다. 그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진이 아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또 사람 된 도리를 다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봐온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어떤 일을 할 줄 아는지 묻는 제 메시지에 진이 아빠가 금방 답을 보내왔습니다. '떠발이, 아트, 폴리싱, 돔천장, 도기, 타일, 가벽, 판넬, 마루. 모든 장비 구비. 잘 부탁드립니다.'
 
 새터민 류철민 씨는 북한에 살 때 가구를 만드는 일을 했고 아버지는 집을 짓는 목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옥 수리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새터민 류철민 씨는 북한에 살 때 가구를 만드는 일을 했고 아버지는 집을 짓는 목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옥 수리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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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 안 되는 메시지에 진이 아빠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한 달에 6일밖에 일을 못했으니 생활이 곤궁했을 겁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진이 아빠에게 어떤 일거리를 찾아줘야 할지 궁리하던 제 남편은 인근에 사는 아는 분을 떠올렸습니다. 그 댁은 집수리를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집은 지은 지 십 년 정도 지난 한옥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 기둥과 벽체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다고 합니다. 나무가 마르면서 생긴 현상인 듯했습니다. 그 외에도 손 볼 데가 여러 군데 있는 듯했습니다.

사흘이 한 달이 되다

제 남편은 그 댁을 떠올렸고, 진이 아빠를 소개했습니다. 같이 그 집으로 가보자는 연락을 받고 진이 아빠가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진이와 진이 엄마도 함께 왔습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가 즐거운지 진이는 신이 났습니다.

진이 아빠 류철민씨는 일거리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벽체와 나무 기둥 사이만 메워 달라고 했던 집주인은 일을 맡겨보더니 점점 일거리들을 늘여 갔습니다. 꼼꼼하게 일을 하는 진이 아빠의 일솜씨가 마음에 든 것 같았습니다. 그에 더해 진이네의 사정을 알고는 돕고 싶은 마음에서 바쁘지 않은 일감들도 찾아냈습니다. 이로써 진이네는 한 숨 돌렸습니다.
 
 새터민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 간의 간격을 좁혀갑니다. '모를 때는 남이지만 알면 친구입니다.'
 새터민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 간의 간격을 좁혀갑니다. "모를 때는 남이지만 알면 친구입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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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진이 아빠가 일하고 있는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새참을 챙겨 들고 갔더니 진이 아빠 외에 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도 양강도가 고향인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온 지는 이제 일 년 반 정도 되었다는데, 먼저 와서 정착을 한 진이네를 의지해서 지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타국이나 마찬가지인 남한 땅에서 그래도 고향 사람끼리 의지해서 지내니 얼마나 든든할까요.

진이 아빠에게 집수리를 맡겼던 분이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웃에 사는 분들도 몇 분 함께 했습니다. 그 분들은 새터민과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신기한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질문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모를 때는 남이지만 알면 친구가 됩니다. 그처럼 우리도 어느 결에 '좋은 벗'이 되어갑니다. 말은 같지만 서로 오래 떨어져 살아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말했는데 새터민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으니 다 이해가 갑니다.

통일은 먼 데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게 바로 작은 통일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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