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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켰다가 "안 사먹고, 집에서 삼겹살을 먹으면 얼마나 돈 아낄 수 있는지 봤더니"라는 제목의 포스트가 눈에 띄었다. 식당에서의 삼겹살 2인분 가격과 집에서 먹기 위해 구입한 고기, 채소, 쌈장 가격을 비교해 집에서 먹는 삼겹살이 '확실히' 저렴하단다. 그래도 치우는 시간을 고려하면 외식과 가격이 비슷해 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어째서 치우는 시간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하면서, 치우는 사람의 노동력은 생략된 것일까? 가족들을 실컷 먹이고 싶은 사람(주로 엄마)이 노동을 선택한 것이기에 '무보수'는 당연하단 논리인가?'

먹성 좋은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밖에서 삼겹살 외식을 하려다가도, 그 돈이면 집에서 실컷 먹이자 싶어 고기를 사 들고 집에 온다.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밥이 되는 사이, 두부, 호박, 감자, 양파를 썰어 된장찌개를 끓이고,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쌈장을, 소금에 들기름을 부어 기름장을 만든다.

마늘을 까고, 상추와 깻잎을 씻어 접시에 담은 후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남편은 고기를 굽느라, 나는 아이들을 챙겨 먹이느라 어떻게 먹는 지도 모르는 채 배가 차면, 여기저기 튄 기름과 빈 그릇들이 기다린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가계부에 보탬도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가, 피곤하고 힘든 날이면 어김없이 짜증이 났다. 편하게 밖에서 먹고 싶은 날에도, 집에서 먹는 게 저렴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고기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4명에게 책정된 한 달 활동비는 12만 원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와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센터를 둘러보고 나서고 있다.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안내와 교육, 컨설팅과 실행의 전 단계를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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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에서도 '삼겹살 차려주는 엄마'의 노동력이 간과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주민들의 이웃관계망 회복과 생활의제의 호혜적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의 성과 평가와 정책과제' 에 따르면 2012년~2015년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 참여자는 최소 12만8743명에서 최대 23만1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73%가 여성 참여자다. 낮 시간에 동네에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니 주로 가정주부들이 활동하는 구조다. 나도 그 여성들 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까지는 서울시 공간 지원 사업 참여자였고, 올해부터는 강서구 '이야기가 있는 골목 만들기 지원 사업' 실무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마을길이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16년부터 '보행로 안전을 위한 주민 모임'을 꾸려 활동했다. 뭔가 제안을 하더라도 행정처에서는 예산이 없다고 하고, 계획된 사안들만 집행할 뿐이었다. 한계를 느꼈고, 예산을 확보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직접 바꾸면 좋겠다 싶어 마을 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3월 15일 사업설명회, 3월 20일 마을공동체 기본교육 참석 후 열흘 간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4월 1일까지 접수하였다. 4월 12일 전문가들의 현장실사 후, 4월 16일 최종 선정되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마을자치센터 활동가들과 만나 논의해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수정된 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4월 29일 구청 자치행정과에 방문하여 보조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한 서류를 받아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다시 자치행정과 사무실에 가서 협약을 맺었다. 5월 10일 오후에는 회계교육에 참석하였으며, 사업제안서에 기재한 대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거의 매일, 회의를 하고 기록하며, 회계 처리를 한다.

계획서 상 5개의 세부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강사섭외, 일정 확보, 공간 대관, 홍보지 제작, 홍보, 사람모집 등의 일을 계속 진행한다. 3월에 시작된 예산 50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그 과정이 12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행정처에서 정확한 회계 처리를 위한 회계교육 참여, 각종 교육 참여, 마을 박람회 참여 등을 요구한다.

그쪽에서 날짜를 정하면 우리는 거기에 맞추어 참석해야 한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와 비슷한 일의 강도다. 그 때는 꼬박꼬박 월급이라도 나왔다. 지금은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12만원씩 사업비 집행 기간인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분만 지급받을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골목 만들기 사업'의 경우 활동비는 보조금의 20% 이내를, 1시간당 1만원 이내, 1일 8시간 이내, 1주일 14시간 이내로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해 놓고 있다. 사업비 500만 원을 받았으니, 최대 100만 원까지 활동비로 책정할 수 있어서 7개월이면 한 달에 14만원 조금 넘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월 지급액이 12만5000원을 넘을 시 8.8%를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12만 원으로 신청하였다. 

원천징수를 하는 세금업무도 활동가들의 추가업무이기 때문이다. 활동비 12만 원에 대한 활동기록부를 시간 단위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그마저도 우리 모임의 핵심 활동가는 4명인데 1명에게만 지급할 수 있으니, 형평성을 고려해 모임 운영비로 적립하고 있다.

그저 감사히 '무급'의 구조를 받아들여야 합니까?

내가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그저 공공의 예산과 민간의 아이디어가 모아져 마을길이 안전해 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계속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작은 변화들이 재미있고, 사람들을 만나 관계가 확장되는 재미도 있다. 내가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선택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무급으로 활동하도록 짜여 진 구조를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여야 하나? 오히려 나랏돈을 지원해 주니 감사해 하면서? 혹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마을에 있는 주민들, 특히 낮 시간에 동네에 남아있는 (주로)여성 인력을 무급으로 활용해 '주민 스스로 마을 의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명분의 비용절감 정책'은 아닐까? 보조금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경상적 경비, 물품구입비, 강사수당을 지급한다는 부분에서 나의 의심은 증폭된다.

엄마가 아이에게 고기를 양껏 먹이고 싶은 마음에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 집에서 해 준 것뿐이었는데 점점 그 시간과 노동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변화를 위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뿐인 여성들의 무보수 노동이 자유선택이라는 말로 포장 되어, '서울시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비'에 활동가 인건비가 영영 포함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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