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KBO리그는 극도의 타고투저 현상에 시달렸다. 지난해만 해도 규정 타석 3할 타자가 34명, 20홈런 이상 타자가 29명 배출되었다. 반면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3점대 미만은 2.88의 린드블럼(두산)이 유일했다. KBO리그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는 반발력을 낮춘 새로운 공인구의 도입을 발표했다. 이때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은 박해민(삼성)이었다. 그는 2015년 60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래 지난해 36도루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공인구의 반발력 저하로 타고투저가 완화되면 장타의 감소로 인해 도루의 가치가 올라가고 박해민의 가치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정규 시즌의 반환점을 돈 현재 공인구 교체 효과는 분명 나타나고 있다. 1일 현재 규정 타석 3할 타자는 지난해 34명에서 22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3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1명에서 6명으로 증가했다. 타고투저의 현상의 진정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박해민의 도루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올시즌 그는 12개의 도루로 리그 공동 7위에 그치고 있다. 공동 1위를 기록 중인 김상수(삼성)와 박찬호(KIA)의 18개보다 6개나 적다. 

게다가 올해 도루 성공률은 66.7%에 그치고 있다. 11개 이상의 도루에 성공한 KBO리그의 12명의 선수 중 가장 성공률이 낮다. 지난해 박해민의 도루 성공률은 78.3%였다. 올해는 도루 성공률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져 도루 능력의 저하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 성공률이면 뛰지 않는 편이 팀 득점에 더 도움이 될 정도다.

▲ 삼성 박해민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근본적인 문제는 저조한 타격 지표다. 박해민은 타율 0.258 2홈런 24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666을 기록 중이다. 그가 2014년 1군 타석에 처음으로 선 이래 지난해까지를 통틀어 가장 낮은 타율은 2017년의 0.284, 가장 낮은 OPS는 2015년의 0.724였다. 하지만 올 시즌의 타율과 OPS는 지난해까지의 커리어로우보다 더욱 낮다. 

올해의 출루율 0.334 역시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출루가 적어지니 도루의 기회도 감소하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2019년은 박해민의 커리어로우가 될 우려마저 엿보인다. 

박해민의 부진으로 인해 삼성 라이온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박해민의 삼성의 부동의 1번 타자로서 공격 첨병 역할을 맡아왔다. 그가 1회부터 출루할 경우 상대 배터리와 내야를 뒤흔들며 삼성이 득점해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공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도루는 둘째 치고 기본적인 출루 능력의 저하로 박해민은 리드오프에서 밀려나 하위 타선을 전전하고 있다. 1일 현재 5위 NC 다이노스에 4경기차 뒤진 7위 삼성으로서는 박해민의 부진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만 29세 시즌을 치르는 1990년생 박해민에게 '에이징 커브'를 논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절정의 기량을 뽐내야 하는 시점이다. 향후 박해민이 출루 본능을 되살려 5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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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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