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전 기사: 자사고 '멘붕' 빠뜨린 서울행정법원의 명쾌한 판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울지역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1418명을 대상으로 자사고 인식 관련 설문 조사를 했다. 전교조 조합원만이 아니라 일반교사들도 참여한 여론조사였다.

교사의 71.8%가 자사고가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자사고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고교서열화로 일반고가 황폐화' 되었다는 응답이 83.3%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차별교육과 특권교육 강화'에 응답한 비율이 59.7%로 60% 가까운 응답을 보였다. 자사고 정책이 일반고 황폐화와 동시에 차별교육과 특권교육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일반고 중심의 평준화 체제로 개편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가운데 73%의 교사들이 찬성했다.
 
교육시민단체들 "특권 귀족학교, 자사고 폐지"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특권학교, 차별교육 반대!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일반고 전환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가난한 학생들을 배제하는 귀족학교, 교육 기회균등의 훼손, 고교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 학원화, 교육비 부담 증가, 사교육 팽창 등 자사고 정책이 낳은 결과는 참담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했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특권학교, 차별교육 반대!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일반고 전환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자사고에 다니려면 돈이 필요하다. 연간 학비가 최대 2500만 원을 상회하는 자사고를 서민 가정은 감당하기 어렵다. 집안 형편 때문에 자사고에 다닐 수 없다면 이는 국민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한다는 헌법 전문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바로 특권층을 위한 학교, 즉 특권 학교가 되는 것이다. 

10명 가운데 4명은 재수 선택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소재 자사고 H고는 2019학년도 대학진학률이 36.1%였다. 종합고(일반계 교육과정과 전문계 특성화 교육과정이 혼성되어 있는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대학진학률이었다. 반면 재수생과 삼수생 이상의 비율은 엄청나게 높았다. 자사고 전체로 보면 졸업생 10명 가운데 4명은 재수를 선택했다. 반면 일반고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77%를 차지했다.  

이는 매년 수능시험 원서접수 규모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올해 2월에 H 자사고를 졸업한 고3 재학생은 총 465명이었다. 그런데 2019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하겠다고 수능 원서를 제출한 인원 규모는 943명이었다. 이는 고3 재학생 465명 외에도 478명이 추가로 수능시험에 응시했다는 사실이다. 한 개 학년 규모 이상의 인원이 수능시험에 응시했다는 말이다. 매년 2배 규모 재수생, 삼수생, 장수생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이는 비단 H고 만의 일이 아니다. S고는 794명(고3 재학생 390명), J고는 802명(고3 재학생 412명), H고 836명(고3 재학생 447명), S여고 698명(고3 재학생 387명) 등 강남구 소재 여타 자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몰입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재학생의 64%가 재수를 선택하는 H 자사고의 현주소를 보며 안타까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자사고 설립 취지는 어디로 갔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강남 소재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재수 비율은 전국에 산재한 일반고와 비교할 때 확연하게 높다. 그렇다면 왜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 출신 학생들의 재수 비율이 높은 걸까. 자사고는 고교교육과정 다양화, 수월성 교육에 대한 현실적 요구, 학교선택권 확대 등의 목적에서 출발했다. 애당초 자사고 설립 취지대로 학교가 운영됐다면 재수생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커다란 패착은 '교육과정 다양화'와 정반대의 길을 갔다는 사실이다.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했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가 수능시험에 맞춰져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나 이번에 새롭게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업과는 거리가 먼,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 위주로 한 것이 결국엔 재수생을 대거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국의 많은 일반고와 혁신학교들이 수업 혁신과 학교 혁신을 위해 매진하고 있을 때 일부 자사고는 기존 관행대로 수능 중심의 정시 대비 교육과정을 극복하지 못했다. 일반고는 교육과정 편성에서 국·영·수 교과목 비중을 50% 미만으로 편성하도록 규제했다. 반면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50% 제한을 받지 않는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전제로 부여된 특혜를 국·영·수 등 소위 주요 교과 비중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 한마디로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전국 4년제 대학은 입학정원의 77.3%(26만 8766명)에 육박하는 규모를 수시전형으로 선발한다. 반면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은 22.7%(7만 9090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재학생은 수시전형에 초점을 맞춘 학교 교육과정을 따른다. 반면 재수생, 삼수생 이상은 정시에 초점을 맞춰 수능 준비에 매진한다.

일부 자사고는 수시 체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육과정 운영도 재수생 양산에 촉매 역할을 했다. 만일 자사고가 교육과정 다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면, 과연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재수를 선택했겠는가. 자사고가 왜 '재수생 사관학교'로 전락했는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자사고가 설립 취지대로 교육과정 다양화에 진정 이바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경원은 하나고 해직교사(2017년 복직)였습니다. 올해부터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문학박사 / 하나고 교사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 청렴사회 민관실무협의회 실무위원 /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신고센터장 / 내부제보실천운동 운영위원 /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공익내부제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