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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마을카페 나무의 실무자에게는 어떠한 인건비도 지급되지 않는다. 월세와 운영비도 겨우 내는 처지다 보니 이런 우리의 규칙에 대해 토를 다는 실무자는 지금껏 없었다. 나 역시 6년째 대표이자 카페지기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월급은 고사하고 교통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마을카페가 문을 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내 손으로 원두를 주문하고, 그라인더로 갈아 직접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2천 원을 냈다. 다른 실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돈이 아까워서 가끔은 한 잔을 내린 뒤 실무자들끼리 물을 잔뜩 부어 나눠 마시거나 손님 커피를 내리고 포터필터에 남은 원두 찌꺼기를 사골 우려먹듯 한 번 더 내려서 마시기도 했다. 그렇게 내린 에스프레소는 커피라기보다 쓰고 밍밍한 보리차에 가까웠다. 아무리 운영이 어렵다지만 이건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비랑 밥값도 못 받는데 커피까지 돈 내고 마시는 건 너무 하지 않아요? 실무자들이 하루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정도는 카페에서 지원하면 어떨까요?"

재정을 책임지는 카페지기가 제안하는 말이니 누가 반대하랴.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눈치 보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3만 원의 손해 vs. 9만 원의 이익
 
 1kg씩 포장돼 주문과 동시에 로스팅후 배송되는 원두. 1kg은 생두 기준으므로 배송되는 양은 900g이 안 된다.
 1kg씩 포장돼 주문과 동시에 로스팅후 배송되는 원두. 1kg은 생두 기준으므로 배송되는 양은 900g이 안 된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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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페는 커피 소비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보통 원두를 주문할 때 2kg씩 소량만 주문한다. 그러면 1kg씩 포장된 두 봉지가 배송되는데 실제로 배송되는 원두 한 봉지의 용량은 880~890g 정도이다. 로스팅을 거치면서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은 15g. 원두 한 봉지를 한 잔 분량으로 나누면 59잔을 내릴 수 있다. 1kg의 원두를 주문할 때 우리가 업체에 지불하는 원둣값이 2만 5천 원이므로 한 잔당 원둣값은 425원쯤 된다.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여기에 전기요금과 상수도요금, 커피머신을 비롯한 커피 관련 기자재의 감가상각 및 월세를 더하면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최소한 500원이 넘는다. 그나마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만약 3명의 실무자가 매일 한 잔씩, 한 달(주말 제외 평일 20일 기준)동안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60잔의 커피를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둣값으로만 따지면 1kg인 2만 5천 원이고, 원가로 계산하면 대략 3만 원이다. 한 달에 한 명에게 평균 1만 원 정도의 커피를 지원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60잔을 우리가 마시지 않고 팔게 된다면? 계산은 완전히 달라진다. 
 
 매월 아메리카노 1잔을 3명의 실무자가 마시면 연 36만 원 적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매월 아메리카노 1잔을 3명의 실무자가 마시면 연 36만 원 적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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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원짜리 아메리카노 60잔을 판매하면 12만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그중 원가인 3만 원을 빼면 9만 원의 수익이 남는다. 그러니까 똑같은 1kg의 원두를 가지고 9만 원의 수익을 낼 수도 있고, 3만 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실무자들이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매번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맡은 소모임을 하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마시지 않는 데다 두 명의 실무자들은 일주일에 2, 3번 정도만 카페를 왔기 때문에 우리가 마시는 양은 계산한 것만큼 많지 않았다.

실무자가 마시는 하루 한 잔의 커피는 운영에 타격을 줄 만큼 대단히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매월 적자였고, 매년 연말이 되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차입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적자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지면서, 매월 3만 원 손해라는 계산은 1년이면 36만 원, 수익으로는 108만 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한 잔의 커피 정도는 실무자들이 값을 치르지 않고 먹도록 하자던 제안은 결국 후퇴했다. 처음엔 실무자들이 원가 50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커피머신에 연결된 정수기 필터 교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누구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됐다.  

'나무'가 운영방식을 바꾼 이유
 
 2015년 당시 입간판. 이제 우리밀 디저트와 식사, 주류, 캐러멜 마끼아토 같은 만들기 복잡한 메뉴는 '나무'에서 먹을 수 없다.
 2015년 당시 입간판. 이제 우리밀 디저트와 식사, 주류, 캐러멜 마끼아토 같은 만들기 복잡한 메뉴는 "나무"에서 먹을 수 없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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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머신을 쓰지 않게되면서부터 팔게 된 더치커피. 실무자가 없을 때면 이용 주민 스스로 커피를 타서 마시고, 돈을 계산한다.
 커피머신을 쓰지 않게되면서부터 팔게 된 더치커피. 실무자가 없을 때면 이용 주민 스스로 커피를 타서 마시고, 돈을 계산한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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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예전만큼 다양한 음료를 팔지 않는다. 샌드위치나 캐러멜 마끼아또, 초코라떼처럼 만들기 어려운 메뉴를 없애고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만 부으면 되는 간단한 음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했다.

그러잖아도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다 관리까지 어렵던 커피머신이 고장나 버린 뒤로 모든 게 바뀌었다. 이용이 간편한 더치 기구를 활용해 커피를 내려놓고, 누구라도 직접 타서 마실 수 있도록 냉장고에 비치해 둔다. 이용자가 좀 더 자유롭게 주방을 드나들며 음료를 타도록 하고, 마신 컵은 스스로 설거지하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이렇게 운영방식을 바꾼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실무자에게 집중된 부담과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간의 지속가능성이란 결국 '사람'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무자나 운영위원들이 아무런 보수 없이 지속해서 자신의 시간과 노동, 에너지를 내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건비를 줄 수 없으니 누구라도 쉽게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노동 강도여야 하고, 그래야 후발 주자가 뒤따를 수 있다.

둘째, 주민들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손님으로 머무르기보다 마을카페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자발적 주체로서 함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같은 주민일지라도 그저 비용을 치르고 음료를 사는 관계에만 머무르게 되면 주인과 손님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가기가 어렵다. 마을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금고를 열어 직접 돈을 내거나 잔돈을 거슬러 가도 된다고 말하는 건 그 이상의 관계를 만들고 싶어서다.

결론적으로 음료를 판매하는 것은 공간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용주민들이 상호부조하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판매를 통해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영업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마을카페 '나무'는 돈을 내고 커피를 사 먹는 여러 카페들 중 한 곳이 아니다. 운영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이용자 모두가 주인이 되는 공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카페 그 이상으로 자라난 '나무'를 꿈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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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