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송중기 부부 이혼 소식과 관련된 단독 보도들.

송혜교-송중기 부부 이혼 소식과 관련된 단독 보도들. ⓒ 네이버 화면 갈무리

 
27일 오전 9시. 송중기가 송혜교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는 첫 보도가 나왔다. 이후 24시간 동안 포털 사이트에 '송중기, 송혜교, 이혼' 키워드로 쏟아진 기사는 약 2천 건. 1분에 1.4건꼴로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털 사이트에는 1분당 2~3건꼴로 새로운 기사가 추가되고 있다. 
 
신드롬급 인기를 끈 로맨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만나, 현실로 사랑이 이어진 톱스타 커플. 대중의 높은 관심은 당연했다. 결혼에 쏟아진 높은 관심만큼이나, 1년 8개월 만에 전해진 이혼 소식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27일 오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뉴스' 순위는 연예, 사회, 생활/문화 분야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이들의 이혼 관련 뉴스로 채워졌다. 경제 뉴스 순위에도 "세기의 결혼이었던 '송송커플' 파경… 100억대 신혼집 어떻게 될까", "송송커플 이혼하자 블러썸엠앤씨·스튜디오드래곤 주가 '화들짝'"이 상위에 랭크됐다.  
 
 '송혜교', '송중기', '이혼' 키워드 기사로 도배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리스트.

'송혜교', '송중기', '이혼' 키워드 기사로 도배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리스트. ⓒ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티즌들의 관심이 하나의 이슈에 집중되자 여러 매체들은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공력을 집중했다. 둘의 별거 시점, 이혼 신청 당일 스케줄, 지인 발언, 차기작 등 하루 동안 이혼과 관련해 쏟아진 '단독' 뉴스만 27건이다. 송혜교가 결혼반지를 끼지 않은 진짜 속사정을 담은 기사도 '단독' 보도됐다. 

그중에는 별거 시점을 특정하기 위한 기사가 가장 많았다. "집 앞에 쓰레기봉투가 나와 있는 걸 본 지 오래됐다"는 동네 주민의 발언까지 기사가 됐다. 이들 부부가 언제부터 삐걱거렸는지, 이혼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대중의 호기심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 나서 이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을까? 

'송혜교, 송중기, 이혼' 키워드 기사마다 대중의 손길이 닿자, 조회수를 노린 온갖 파생 기사들도 등장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끌어올림한 기사나, 둘의 사주 풀이로 이혼을 예측했다는 사주 블로그를 소개하는 기사까지는 애교다. '송중기 인스타그램 팔로우 목록엔 송혜교가 있지만 송혜교 팔로우 리스트엔 송중기가 없다'는 기사(송중기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송중기 생가에 <태양의 후예> 관련 물품이 사라졌다는 TMI(Too Much Information, 쓸데 없는 정보) 뉴스부터, 이들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 제목 <태양의 후예>를 '태양의 후회'라고 비꼰 네티즌들의 말장난을 그대로 제목에 옮긴 기사도 있었다. 

<태양의 후예> 관련 관광 사업을 추진 중이던 태백시와 태백시 커플 축제를 걱정하는 기사도 많았다. 송혜교-송중기 부부의 이혼 소식이 축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이 축제에 이토록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을까? 
 
 유시진(송중기)은 민간인인 강모연(송혜교)까지 국기에 대한 경레에 동참시킨다.

KBS 2TV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 KBS

 
그 중 최악은 송혜교와 스캔들이 일었던 남자 배우들을 열거한 '20년 열애설 총정리' 기사였다. 기사에 등장한 송혜교의 20년 열애설 중 대부분은 그야말로 '설'이다. 송혜교가 사실이라고 인정한 연애는 송중기를 포함해 셋뿐. 그 모든 열애설이 사실이었다 한들 현재 상황에서 굳이 그의 지난 열애설을 조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로도 모자란다. 

현재 두 사람의 이혼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송중기가 송혜교를 상대로 이혼 조정 신청을 냈다'는 것 정도다. 두 사람 모두 이혼 사유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송혜교에게 이혼 사유가 있다'는 식의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보도를 씨앗 삼아 온갖 추측성 말들이 오가고, 출처 불명의 지라시가 생성되고 있다. 보도 직후 등장한 지라시만 수십 건. 저마다 가족이라도 알기 어려울 법한 내밀한 이야기부터, 당사자만 알 수 있을 심경 변화의 흐름까지 그럴듯한 스토리로 짜여있다. 지라시는 메신저, SNS 등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스타인 만큼, 그 파급력도 엄청나다. 

송혜교 송중기 당사자들은 물론, 악성 루머에 함께 휘말린 박보검 측은 "법적대응하겠다"며 모든 루머에 반발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 역시 '송혜교, 송중기, 이혼' 키워드와 함께 기사화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 모든 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이혼'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 개인의 아픔을 이용한 언론의 조회수 장사가 도를 넘는 수준이다. 

1년 8개월 만에 이혼. '송혜교', '송중기'라는 키워드를 떼고 보자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0만 8700쌍에 이른다. 그중 21.4%가 결혼한 지 4년 이내에 이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49세 기혼 여성 1만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부부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답한 응답자가 72.2%였다. 이혼 결정이 과거처럼 무거운 시대가 아님에도, 대중은 이들의 이혼에 엄청난 이유가 숨겨져 있을 거라며 한껏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스타 부부를 향한 대중의 호기심. 그리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언론. 모든 것이 씁쓸한 2019년 6월의 한 장면이다. 
송혜교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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