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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내 팩트체커들의 연대 기구 '아프리카 체크'를 설립한 피터 클리너프 존스.
 아프리카 내 팩트체커들의 연대 기구 "아프리카 체크"를 설립한 피터 쿤니프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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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가짜뉴스)와의 싸움은 마치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과 같다. 팩트체크는 백신이다. 가짜뉴스는 여러 형태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여기엔 여러 형태의 해법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팩트체킹 기구 '아프리카 체크'(Africa Check)의 설립자 피터 쿤니프 존스(Peter Cunliffe Jones)의 말이다. 그는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언론오보(misinformation)를 바로잡는 팩트체크를 '문어와의 싸움'에 비유했다. 가짜뉴스가 다양한 형태로 대중에게 전파된다는 점을 자유롭게 몸의 형태를 바꾸고 여러 다리로 먹잇감을 제압하는 문어에 빗댄 것.
 
 글로벌팩트6 현장에서 전해들은 각국의 가짜뉴스들. 왼쪽부터 '뉴욕 민주당원들이 낙태법 개정을 지지하면서 아기 모양의 케이크를 잘라 기념했다'는 이미지, 나이지리아의 한 종교인이 '비타민C는 해저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설파하는 모습, 한국 언론의 '10대 정관수술 경향' 보도를 인용보도한 대만 언론.
 글로벌팩트6 현장에서 전해들은 각국의 가짜뉴스들. 왼쪽부터 "뉴욕 민주당원들이 낙태법 개정을 지지하면서 아기 모양의 케이크를 잘라 기념했다"는 이미지, 나이지리아의 한 종교인이 "비타민C는 해저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설파하는 모습, 한국 언론의 "10대 정관수술 경향" 보도를 인용보도한 대만 언론.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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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민간에서 입소문을 타고, 때로는 언론이 직접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뉴욕에서 낙태법 통과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이 아기 모양의 케이크를 잘라 기념했다는 가짜 게시물이 미국에서 만들어져 유럽까지 유통되기도 했고, 나이지리아의 한 종교인이 설교 과정에서 "비타민C는 깊은 바다에서 나온다"라고 잘못된 의학 정보를 퍼트리기도 했다. 모두 가짜뉴스였다.

글로벌팩트6에서 만난 한 대만 팩트체커는 "'서울 학부모들이 10대 자식이 사고를 칠까봐 정관수술을 시킨다'는 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대만 언론 상당수가 인용보도했는데, 보도 내용이 과장돼 인용보도에 대한 팩트체크를 했다"라고 전했다.

피터 쿤니프 존스가 '어떻게 문어(가짜뉴스)와 싸울 것인가'라는 화두를 꺼낸 곳은 전세계 팩트체커의 축제 '글로벌팩트6'(GlobalFact6) 현장. 올해로 6회째를 맞는 글로벌팩트6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56개국 251명의 팩트체커들이 모여 40개 의제를 설정, 가짜뉴스라는 세계 보편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머리를 맞댔다.

이번 글로벌팩트6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팩트체커간, 팩트체커-미디어간, 팩트체커-지역주민간의 '협업과 확장', 두 번째는 미디어 이용자를 팩트체커로 만드는 '참여', 세 번째는 '팩트체크의 자동화'다.

[협업] 소셜미디어로 퍼지는 가짜뉴스, 아프리카 기자들의 사냥법
 
 가짜뉴스가 퍼지는 매커니즘과 같은 방식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왓츠 크랩 온 왓츠앱'을 설명하는 리 뭄가비 므위티 아프리카체크 실무 수석 에디터.
 가짜뉴스가 퍼지는 매커니즘과 같은 방식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왓츠 크랩 온 왓츠앱"을 설명하는 리 뭄가비 므위티 아프리카체크 실무 수석 에디터.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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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간 그리고 팩트체커와 미디어간 협업은 수많은 대륙·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소개한 '아프리카 체크'는 남아공,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의 팩트체커들의 모임체다. 이들은 각 국가 내 대학과 스타트업 기업 등과 힘을 합치고 있다.

아프리카체크와 미디어 스타트업 볼륨간의 공동프로젝트 '왓츠 크랩 온 왓츠앱'(What's crap on Whatsapp)은 지난 3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2019 팩트포워드펀드'에 선정돼 5만 달러를 받았다. 글로벌팩트6에서 왓츠 크랩 온 왓츠앱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대한민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은 예외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소셜메신저는 왓츠앱(Whatsapp)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처럼 아프리카에서는 왓츠앱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리 뭄가비 므위티(Lee Mugambi Mwiti) 아프리카체크 실무 수석 에디터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로에서 같은 메커니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왓츠 크랩 온 왓츠앱을 소개했다. 남아공의 미디어 스타트업 '볼륨'의 공동창립자인 폴 맥널리(Paul McNally)는 "아프리카체크의 팩트체커들이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짧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을 음성 메시지의 형태로 왓츠앱 이용자에게 전달한다"라고 부연했다.

왓츠 크랩 온 왓츠앱 그룹에 포함돼 있는 이용자들이 팩트체크 뉴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최근엔 1500명의 이용자가 방송을 듣고 있고, 그룹메시지를 통해 제보도 들어온다고 한다.
 
 '왓 더 팩트'라는 방송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미국 폴리티팩트의 애런 샤록먼(왼쪽)과 케이티 샌더스(오른쪽).
 "왓 더 팩트"라는 방송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미국 폴리티팩트의 애런 샤록먼(왼쪽)과 케이티 샌더스(오른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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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기업과 팩트체커간의 협업 사례가 또 있다. 미국 3대 팩트체크 전문기관으로 꼽히는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2018년 1월부터 뉴시(Newsy)라는 비디오플랫폼 기업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방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시는 현재 케이블 채널에 진출해 폴리티팩트의 콘텐츠는 매주 일요일 미국의 TV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왓 더 팩트'(What the Fact), 방송의 주 내용은 단연 팩트체크다. 왓더팩트의 진행자이기도 한 케이티 샌더스(Katie Sanders)는 "미국의 TV 시청자들은 사회 주도층들과 거리가 있고, 올바른 정보에 대한 접근성 역시 떨어진다"라고 왓 더 팩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함께한 진행자 애런 샤록먼(Aaron Sharockman)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카메라 한 대로 녹화한다"라면서 "방송은 30분 분량인데, 두 진행자가 격식을 차리지 않고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라고 덧붙였다.

지역주민과의 협업도 눈길을 끌었다. 터키의 팩트체크기관 테이트(teyit)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린 카우스(Gülin Çavuş) 편집장은 "가짜뉴스와 싸우는 지역 커뮤니티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라면서 "오프라인 워크숍을 여는데,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들은 10, 20대 등 젊은 세대에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진행한다.

[참여] 가짜뉴스에 노출된 시민을 팩트체커로
 
 스페인의 팩트체크 비영리기구인 '말디타'(Maldita.es)의 공동 설립자 클라라 지메네즈 크루즈.
 스페인의 팩트체크 비영리기구인 "말디타"(Maldita.es)의 공동 설립자 클라라 지메네즈 크루즈.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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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2000년부터 '시민참여저널리즘'을 구현한 것과 같이 팩트체크 세계에서도 시민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의 팩트체크 비영리기구인 '말디타'(Maldita.es)의 공동 설립자 클라라 지메네즈 크루즈(Clara Jimenez Cruz)는 "말디타의 회원들을 팩트체크의 일원으로 참여케 하고, 그들이 직접 커뮤니티에 팩트체크 내용을 확산하게 한다"라며 "회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과 함께 그들이 허위정보와 함께 싸운다는 목적을 심어줘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말디타는 최근 1649명의 후원회원(모금액 7만7000유로)을 모았는데, 회원들의 직업과 사용 언어, 관심사 등을 분석해 팩트체크에 동참케 하고 있다.

팩트체크의 결과물만 전달하지 않고 시청자가 팩트체크의 과정을 따라할 수 있게 하는 시도도 있다. '프랑스 24 옵저버스'(France 24 Observers)는 팩트체크 영상에서 검증 과정을 직접 시연하고 검증 기술을 알려준다. 가령, 스페인에서 벌어졌다는 이민자의 가게 습격 영상 보도를 구글 검색으로 검증한 결과 남아공 츠와니(프리토리아)에서 발생한 사건 영상임을 밝혀내는 식이다.

프랑스 24 옵저버스는 국제보도전문채널인 '프랑스 24'의 협업 저널리즘 프로젝트 수행 기관인데, 전세계에 5000여 명의 아마추어 콘텐츠 제작자를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 24 옵저버스의 영상은 프랑스 24에도 방영된다.

[자동화] "시간이 부족하다"... 팩트체크를 돕는 기술들
 
 아르헨티나의 비영리 미디어 기구 '체키아도'가 개발한 팩트체크 자동화 로봇, '체키아봇'.
 아르헨티나의 비영리 미디어 기구 "체키아도"가 개발한 팩트체크 자동화 로봇, "체키아봇".
ⓒ 체키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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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가짜뉴스는 많다. 하지만 팩트체커가 모든 가짜뉴스를 검증할 수는 없다.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팩트6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팩트체커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팩트체크 자동화'가 중요한 화두로 제기됐다. 쉽게 말해 AI가 팩트체크를 하거나,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팩트체크 소재를 추출하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것.

아르헨티나의 비영리 미디어 기구 '체키아도'(Chequeado)는 팩트체크 로봇인 '체키아봇'(Cheque Bot)을 소개했다. 이들은 체키아봇을 통해 ▲ 논쟁 지점을 골라내고 ▲ 주장의 원래 출처, 관련 자료의 공식 출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체키아봇 트랜스크립터라는 서비스를 통해 유튜브 영상의 발언을 텍스트로 바로 옮겨주기도 한다(영어와 스페인어 버전까지 제작됐다, 한국어 유튜브 영상을 입력하면 영어로 번역돼 나온다).

파블로 M. 페르난데스(Pablo M. Fernandez) 체키아도 혁신 디렉터는 "가짜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우리는 매일 그것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6 현장.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6 현장.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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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팩트스퀘어드'(Fact-Squared) 역시 자동화 기술을 선보였다. 팩트스퀘어드는 '팩트바닷에스이'(factba.se)의 모회사인데, 팩트바닷에스이는 트럼프 대통령부터 상원·하원 의원들까지 미국 정치인에 대한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해놔 팩트체커나 일반 사용자의 검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트위터, 음성 분석, 비디오 자료, 인터뷰 자료 등 그 영역이 넓다. 팩트스퀘어드 역시 스크립터 기능을 제공하는데, 매끄러운 문장은 아니지만 한국어도 지원된다(https://f2.link/gf6). 영상을 들으며 받아치는 데 쏟는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이야기다.

텍스트로 된 팩트체크 기사를 영상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자동화 기술도 소개됐다. 한나 오조(Hannah Ojo) 국제저널리스트센터(ICFN) 기자는 '루멘5'(lumen5.com)를 선보였다.

루멘5는 따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할 필요 없이 기사의 URL을 입력하면 기사 본문을 바로 추출한다. 기사 내 사진을 영상에 배치할 수도 있으며, 따로 사진·영상을 올려 꾸밀 수도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최적화된 사이즈로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팩트체크는 진화중... 네 가지 대안
 
 피터 클리너프 존스 아프리카체크 설립자의 기조연설 후 글로벌팩트6의 한 참가자가 가짜뉴스를 문어에 빗댄 그림을 그렸다.
 피터 클리너프 존스 아프리카체크 설립자의 기조연설 후 글로벌팩트6의 한 참가자가 가짜뉴스를 문어에 빗댄 그림을 그렸다.
ⓒ Daniel Funke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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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SNU팩트체크센터를 중심으로 27개 언론사가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팩트체크는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팩트체크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중에 전하기 위한 협업과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문어'와 싸우기 위한 여정. 피터 쿤니프 존스가 글로벌팩트6에서 제시한 대안이 눈길을 끈다.

"첫째, 팩트체크를 계속 해야 한다. 단, 보다 스마트하게. 둘째,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찾아내 타격해야 한다. 셋째, 보다 쉽게 관련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넷째, 대중이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더 잘 평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남아공 현지 취재 및 기사 작성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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