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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스님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남매탑, 공주 청량사지 오층석탑(보물 제1284호)과 칠층석탑(보물 제1285호).
  상원스님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남매탑, 공주 청량사지 오층석탑(보물 제1284호)과 칠층석탑(보물 제1285호).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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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묶여 있는 시간이 길수록 자연의 품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떠남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 산행은 오히려 일상을 튼튼히 지켜 주고 세상 살맛이 나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20일,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공주 계룡산(845.1m)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산행 들머리인 상신마을(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0분께. 계룡산국립공원 상신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고 새들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에 즐거웠다. 바람이 없어 몹시 더웠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이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초록이 주는 싱그러움에 흠뻑 젖으며 1시간 정도 걸었을까, 청량사지 쌍탑이라 불리는 남매탑에 이르렀다. 옛 청량사 터에 남겨진 오층석탑(보물 제1284호)과 칠층석탑(보물 제1285호)으로 상원이라는 승려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곳 토굴에서 수도하고 있던 스님 앞에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으며 입을 벌린 채 괴로워하더라는 거다. 그래서 그 입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가시가 목구멍에 걸려 있어 뽑아 주었다.

며칠 뒤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호랑이가 아리따운 처녀를 업어다 내려놓고 갔다. 스님은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그녀 부모의 간청으로 고심 끝에 의남매의 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그들은 비구와 비구니로서 불도에 정진하다 한날한시에 입적하였다는 사연이다.
 
     삼불봉(775m)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삼불봉(775m)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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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삼불봉 정상에서.
  계룡산 삼불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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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주봉, 천황봉.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계룡산 주봉, 천황봉.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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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쌍탑을 뒤로하고 20분 남짓 오르자 삼불봉(775m)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멀리서 올려다보면 세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서니 아스라이 천황봉(845.1m)을 비롯하여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등이 한 폭의 한국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계룡산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산의 능선이 닭 볏을 쓴 용의 형상이라 하여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조선 초기에 도읍지로 삼으려 했을 정도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뛰어난 곳이다. 아쉽게도 주봉인 천황봉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현재 계룡산 정상 역할을 관음봉(766m)이 하고 있는 셈이다.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릉을 걷다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릉에서.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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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봉 정상에서 내려와 마침 점심 중인 일행들과 만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서둘러 관음봉을 향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릉 구간은 계룡산의 백미로 꼽힌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서 멋들어지게 생긴 소나무들에 감탄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에 마음도 머물다 가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일상을 잊게 하는 기분 좋은 길 따라 계속 걸었다. 관음봉 정상으로 길게 뻗은 계단이 멋스러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3주 만의 산행이라서 그럴까, 기다란 계단도 이상스레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르기 힘들다 싶으면 잠시 조망을 즐기거나 같이 걷는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관음봉(766m) 정상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계단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고.
  관음봉(766m) 정상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계단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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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관음봉 정상에서.
  계룡산 관음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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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20분께 산의 모습이 후덕하고 자비로운 관세음보살과 흡사하다는 관음봉 정상에 올랐다. 자연성릉에서도 내내 보였던 천황봉이 훨씬 가까이 느껴졌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건네주는 시원한 커피에 피로가 조금 가시는 듯해서 하산을 서둘렀다.

관음봉고개를 거쳐 연천봉고개에 이르러서 잠시 쉬었다. 0.2km 거리에 위치한 연천봉 정상으로 갈까 하다 힘에 부쳐 그냥 갑사(충남 공주시 계룡면) 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 꼭 와 보고 싶던 갑사의 오후는 고요하고 한가했다.

절집에서 나와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는 갑사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조르르 다람쥐가 뛰어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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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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