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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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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 26일) 기준으로 20대 국회가 338일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상정된 법안은 2만 건가량인데 그중 6000여 건이 처리됐습니다. 이제 1만4000여 건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동안 지금과 같은 속도로 법안을 처리한다면 발의된 법안 60%가 처리 안 돼서 날아갑니다. (계류된 법안 중에는)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이 있습니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 초선)의 발언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20대 국회가 어느 수준으로 정지돼 있는지 보여줬는데요. 현재 국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선거법·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 등의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에서 시작된 '동물국회' 정국은 국회를 마비시켰지요. 7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재까지도 국회는 여전히 공회전 상태입니다. 지난 24일 이인영·나경원·오신환 등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정상화 합의문에 서명도 하고 사진도 그럴싸하게 찍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인준받지 못해 '파기 상태'에 이르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국회는 헌법이 명시한 입법기관입니다. 정부 예산안도 심의·의결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는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하지만, 제1의 업무는 다름 아닌 법안 발의 및 심의·의결입니다. 소병훈 의원의 발언을 통해 20대 국회 입법권의 현주소를 공개합니다.

국회 상임위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17개 상임위원회와 1개의 상설특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각 상임위로 지정이 되는데요.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의결하고 본회의에 부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다면 20대 국회 전체 그리고 각 상임위별 법안 처리 현황은 어떨까요?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만을 기준으로 추려봤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하자면, 법안을 크게 '처리 법안'과 '미처리 법안'으로 나눴습니다. 여기서 '미처리 법안'은 계류중인 법안을 말하고요. '처리 법안은 법률에 반영된 것(원안 가결, 수정 가결, 대안반영 가결)'과 법률에 반영되지 않은 것(부결, 폐기, 철회, 반려 등)을 포함한 것입니다.

결의안이나 촉구안처럼 현행 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발의안은 제외했습니다.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 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의 현황은 이렇습니다(6월 27일 오전 11시 기준).

물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와 처리를 단순 건수로만 평가하는 것은 입체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행 법안의 자구를 조금 수정한다거나, 임기만료 폐기된 법안을 베껴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회의원의 실적쌓기용 법안 발의 사례도 있으니까요. 발의와 처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법안 처리-미처리 현황을 숫자 그대로 파악하는 것은 국회의 실력을 가늠하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일 10개 벌여 놓고 7개 못하는 상황
 
 20대 국회 법안 처리/미처리 현황이다. 소병훈 의원실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자료. 처리 법안은 '원안가결, 수정가결, 대안반영가결, 부결, 폐기, 철회, 반려' 법안으로 구성돼 있고, 미처리 법안은 계류중 법안이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만 집계한 수치이며, 법안은 결의안이나 촉구안 등 법률안 성격이 아닌 것은 뺐다. 6월 27일 오전 11시 기준 현황이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미처리 현황이다. 소병훈 의원실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자료. 처리 법안은 "원안가결, 수정가결, 대안반영가결, 부결, 폐기, 철회, 반려" 법안으로 구성돼 있고, 미처리 법안은 계류중 법안이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만 집계한 수치이며, 법안은 결의안이나 촉구안 등 법률안 성격이 아닌 것은 뺐다. 또한 예결특위, 정개특위, 사개특위 등 특별위원회의 현황은 제외했다. 6월 27일 오전 11시 기준 현황이다.
ⓒ 소병훈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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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중 국회의원이 발의한 총 법안 건수는 2만484건입니다. 그중 5985건이 처리됐고, 1만 4499건이 계류 중입니다. 처리율은 29.22%, 미처리율은 70.78%. 쉽게 말해 일 10개를 벌여 놨는데 3개만 한 셈입니다.

국회의원 법안 발의 총수가 100건 미만인 정보위원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처리율을 보인 상임위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53.07%)입니다. 반면 가장 낮은 처리율을 보인 곳은 교육위원회(11.07%)입니다. 하지만 이 처리율은 전체 발의 법안 건수의 절대치를 반영하진 않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가장 많은 미처리 법안(계류 법안)을 떠안고 있는 상임위는 어디일까요? 행정안전위원회입니다. 행안위는 20대 국회 들어서 2268건의 법안이 발의돼 330건이 처리됐고, 1938건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그 다음은 법제사법위원회입니다. 총 1629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1400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중입니다. 세 번째 순위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차지했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1843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490건이 처리됐고, 1353건이 남아 있습니다.

법안 처리 건수만 놓고 보면,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한 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입니다. 2236건 법안 중 892건을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계류 법안 1344건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죠. 가장 높은 법안 처리율을 보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현황은 비교적 양호합니다. 이번 국회에 1434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761건이 처리, 673건이 미처리 상태입니다.

2016년 5월 30일에 개원한 20대 국회는 6월 27일 부로 1124일을 맞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만484개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5985건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법안 미처리율은 70.78%에 달합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계류 중인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 법안이 됩니다. '휴짓조각'이 돼 버리는 거죠.

15대부터 19대까지 국회의 법안 임기만료 폐기 현황 추이를 살펴볼까요? 15대 국회의 법안 임기만료 폐기율(임기만료 법안 수/전체 발의 법안 수 * 100)은 17.55%를 기록했지만, 매 국회마다 폐기율이 높아지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최근 5대 국회(15대~19대) 임기만료폐기 법안 현황.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최근 5대 국회(15대~19대) 임기만료폐기 법안 현황.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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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훈 "비쟁점 법안이라도 처리하자"... 하지만 여상규의 '어깃장'

20대 국회의 '중간 성적표'를 공개한 소병훈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소 의원은 "상임위별로 여야 비쟁점 법안들이 많은데 이런 것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건 국회의원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소 의원은 우선 필요한 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라며 "비쟁점 법안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이뤄지기 어렵다면 "한국당 의원 제외 의원 수가 과반을 확보한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라는 입장입니다. 실제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늘(6월 27일) 60여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소병훈 의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시갑).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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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자유한국당)이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돌려보내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법사위원장이 왜 이런 말을 했느냐고요? 법사위는 상임위별로 통과된 법안의 본회의 상정 전 최종 심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에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여 위원장이 밝힌 것은 명백히 법사위 심사 권한밖의 일이며, 일하는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위법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 위원장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사과 및 철회하고, 그럴 의향이 없다면 위원장직을 스스로 사퇴하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는 2020년 5월 29일 만료됩니다. 20대 국회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요?  

(* 덧글. 일반 노동자가 이렇게 일하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독자여러분께서 아시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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