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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검찰의 추가 기소를 끝으로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 14명이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공판 준비를 거쳐 5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는 '외관상 공정성' 확보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왔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사법농단 가담자들의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애칭 부릅단)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1심 동안 운영합니다. 시민방청단은 함께 근무했던 법관이 전·현직 법관을 재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셀프재판' '제 식구 감싸기 재판'이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시민방청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재판을 현직 법관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재판을 방청하기 어렵더라도 증인신문이 있거나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실체규명이 이뤄질 때 월 1~2회 출동합니다. 그리고 재판장의 모습을 시민의 눈으로 기록하고 소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6월 21일 두번째 부릅단 활동은 부릅단 한강씨가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양승태, 구속 125일만에 첫 재판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지 125일만인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양승태, 구속 125일만에 첫 재판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지 125일만인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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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1일, 아침 8시 15분 교대역으로 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겐 힘든 일이었지만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었다. 목적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다. 그곳에서 사법농단의 주범인 양승태, 박병대, 임종헌의 공판을 감시하기 위해 2차 시민방청단이 모이기로 했다. 

오전 9시 50분 시민방청단은 재판 방청권을 받고 재판장으로 들어갔다. 재판장에 들어갈 때,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엑스레이 수색 검문대를 지나갔다. 재판장엔 물과 스티커 등의 집회 물품 또는 위험 소지가 있는 물품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재판 중에는 배정받은 자리를 옮길 수도, 책상다리나 턱을 괴는 등 편한 자세로 있을 수도 없었다. 재판장의 분위기는 경직되어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판사가 들어올 때 일어났다 앉으면서 재판이 시작되었다. 오늘 재판은 당초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었다. 법원행정처 전 심의관이었던 정다주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었는데, 증인의 다른 재판 일정과 겹쳐 출석을 거부하여 증인을 심문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증인신문 대신 오늘 재판은 검찰이 피고인 임종헌의 USB에서 출력한 증거가 원본과 같은 자료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임종헌은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손발이 되어 움직인 사람이다.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임종헌의 USB에는 그들이 저지른 일이 기록된 파일들이 다수 있었다. 검찰은 USB에 담긴 자료들을 출력해서 증거로 제출했는데, 변호인단은 증거로 제출된 서류와 원본 파일이 페이지가 다르다, 폰트가 다르다, 제목이 다르다, 형광펜 자국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출력본과 원본 파일이 다르다고 트집을 잡았다. (현행법상 전자파일을 증거로 제출할 땐 출력해서 제출해야 하고, 출력본은 원본과 같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변호인단은 제출된 서증 1만여 건 중에서 자신들이 특정한 서증이 원본과 같다는 점이 확인이 되면 나머지 서증들 역시 원본과 같다는 것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원본과 제출된 서증을 동일 문서로 확인하는 방법은 우선 직접 서증과 전자파일을 대조하고, 출력본의 출처가 임종헌의 USB라는 것을 보여주는 서류까지 제출해야 서증 한 개를 증거로 채택했다.

나는 이 확인 작업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재판에서 제출된 서류는 1만여 건이다. 물론 이 중에서 변호인단이 특정한 서증만 확인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숫자이다. 그 많은 자료를 폰트가 다르고, 페이지가 달라서 일일이 검사하는 게 너무 수고스럽고,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자료를 조사하는지 궁금해졌다.

휴정 시간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서희원 변호사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통상적으로는 자료를 확보하는 상황의 영상을 확인하고 자료를 출력한 사람을 증인으로 불러 조작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듣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해주셨다. 현재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은 이례적인 재판이다. 법을 아주 잘 아는 피고인들과 그들의 변호인단 탓에 지금 재판은 통상적인 재판보다 늘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가 양승태가 8월에 구속에서 풀리기 때문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진짜 궁금한 것은, 이미 1만여 건의 증거가 제출되고 확인하는 중인데 이제서야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인지 또는 아직도 숨기고 없애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시민들이 할 일은 저들이 왜 저렇게 시간을 끄는지, 저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드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일이다. 

이번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방청은 '알아서 잘 처벌 되겠지'라는 나의 무책임한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재판장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것 같다는 약간의 경각심도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양승태 사법농단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게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고 알리고, 이 사건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다. 나 혼자 관심을 가진다고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한 명, 한 명의 관심이 모여 수많은 사람의 관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판결이 제 식구 감싸기가 되지 않게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의 일원인 시민 제천간디학교 한강님 입니다.

시민방청단 신청하러가기>> http://www.peoplepower21.org/Judiciary/163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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