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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두 번 실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되고 어쩌다 보면 그 실수 때문에 주저앉기도 하고 또 일어서기도 하고 말이다. 또 어쩌다 보면 자기 삶의 배경을 도망치듯 떠나야 하기도 하고.

한국 내에서도 아니고 도피하듯 일본으로 건너가 18년을 지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반쯤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저자가 이제 자신의 이야기로만 세 번째 책을 출판했다. <이렇게 살아도 돼>(하빌리스, 2019)의 저자 박철현님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출판된 <이렇게 살아도 돼>(하빌리스, 2019)
 이번에 출판된 <이렇게 살아도 돼>(하빌리스, 2019)
ⓒ 하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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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유망했던 청년이 왜 도피하듯 한국을 떠나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어떻게 일본에서 살아남게 되었는지까지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아낸 책이다. 전작 <어른은 어떻게 돼>(어크로스, 2018)라는 책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일본의 모습과 그의 가정을 담아냈다면 이번 책은 그 이전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프리퀄 쯤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공간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가볍지만 전혀 가볍지 않게 그려낸 책이다.

도피하듯 건너 간 일본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도피하듯 건너 간 일본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는 박철현님. 그 많은 일 중에 주류판매업소에서 일할 때의 모습이다.
 도피하듯 건너 간 일본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는 박철현님. 그 많은 일 중에 주류판매업소에서 일할 때의 모습이다.
ⓒ 박철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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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저자 박철현님과 관련해 재미있는 현상은 책이 출판될 때쯤 벌어진다. 저자의 SNS 이웃들이 책을 구매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주문은 일상화된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책을 빨리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순례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구입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인증샷을 올리는 일도 즐비하다.

그러면서 이웃들이 남기는 멘트는 하나같이 "묻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박철현님에 의하면 "묻케팅"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직업이 소위 "노가다 쪽이라 땅에 묻는다"는 말에서 "묻"을 따온 마케팅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니 저자의 마케팅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랄까 전작 <어른은 어떻게 돼>(어크로스, 2018) 출판 이후 작가들이나 출판에 종사하는 분들의 이웃신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의 SNS 마케팅은 성공한 것 같다. 저자 자신도 성공한 것 같다고 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싶다. 하지만 박철현님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냥 매일매일 쌓인 친구들 간의 신뢰라고 봅니다. 저도 다른 페친 분들이 책 내면 한국에 들릴 때 서점에서 보통 열 몇 권씩 사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해요. 또 이번 신간은 아예 책 안에도 페이스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갑니다. 서문에도 딱 써놨어요. 매일같이 책 언제 나오냐고 닦달해 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0과 1의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차갑고 인간성 없는 공간인 것 같지만, 그곳에도 흐르는 사람들 간의 정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런 정이 없다면 그의 '묻케팅' 전략이 통하기나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기자도 저자 박철현님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미려한 글쓰기에 매일 놀라며 글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그의 글은 재미가 있다. 멀리 일본에서 생활하는 저자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누었다. 다음은 박철현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먼저 책의 출판을 축하드린다. 저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으실 것 같다. 요즘 말로 자신에 대해 탈탈 털어주시면 좋겠다. 성함부터 시작해 하시는 일, 가능하시면 가정 소개도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2001년에 일본 도쿄에 와서 지금까지 18년간 살고 있습니다. 박철현입니다. 고향은 창원(구 마산)이고 주욱 마산토박이로 지내오다가 누구나 그렇듯 고등학교 시절 사춘기를 겪었구요. 그때 부산으로 가출했다가 우연찮게 심야만화방에서 본 '원스어폰어타임인어메리카'라는 영화 한편 때문에 영화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수능 1세대인데요. 93년에는 시험을 여름과 가을 두 번으로 나눠쳤는데 첫 시험 성적이 좋아 중앙대 영화학과에 영화연출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그 이후부턴 서울과 안성, 군대를 거쳐 학교를 졸업한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일본으로 도피하듯 건너왔습니다.

도피라는 표현을 왜 쓰는지는 이번 신작 <이렇게 살아도 돼>(하빌리스 출판사)를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오자마자 일본인 여성과 사귀었구요. 다음해 8월 혼인신고를 올렸습니다. 그 이후 아이 네 명을 낳고 지금 큰애가 벌써 중2가 되었네요.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절감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아참 지금은 여러 직업을 거쳐 인테리어 공무점을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지난번에 출판한 <어른은 어떻게 돼>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책으로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
"네. 당연히 부담스럽죠. 무엇보다 제가 이번까지 합하면 개인사 및 경험을 세 권이나 쓰게 되었는데요. 사회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명사도 아니고 마땅히 성공한 삶이라고 자랑할 수도 없는 제가 이렇게 세 권이나 낼 수 있다는 게 간혹 신기하고 또 놀랍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보통 우리 세대나 하나 밑의 세대들보단 확실히 독특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이러한 타인, 즉 저의 삶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한 두 가지만이라도 뺏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게 종국에는 독자님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름대로 기여는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부담보다는 여전히 신기하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 이렇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고 나면 마음이 어떠신가? 이야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시는가, 아님 이 부분은 좀 유하게 쓸 걸 하는 생각까지, 어떤 생각이 주를 이루시는가?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앞 답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아주 축복받은 존재입니다. 세 권이나 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더 이상 쓰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이번 작품 에필로그를 보면 그런 소회를 적어 놨습니다. 트릴로지(3부작) 형태로 완성을 했기 때문에 이제 제 삶에 대한 에세이는 안 쓰겠다고 말이죠.

독자들의 평을 보면, 특히 전작인 <어른은 어떻게 돼>의 독자님들이 저와 같은 아이 있는 기혼자가 많으신데, 그분들이 매우 좋은 리뷰와 평가를 내려주셨고, 또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는 그런 글들을 많이 올려 주셨습니다.

그런 평들을 보면, 물론 제 태도가 정답도 아니고 한국사회와 일본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적용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박철현님은 현재 건물 리모델링을 하는 일에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일을 수주받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 박철현님은 현재 건물 리모델링을 하는 일에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일을 수주받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 박철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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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책과 연속되는 책으로 보인다. 두 책 간을 비교해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
"전작 <어른은 어떻게 돼>는 사실 전체적으로 밝은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일 뿐더러 일본사회의 모습도 긍정적이고 밝은 부분이 묘사됩니다. 저 역시 저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나온 리뷰들을 읽어보면 마냥 훌륭한 시대의 아버지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게 제가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나 그렇게 착한 놈이 아닌데", "이거 어떡하지" 같은 거죠. 그래서 언젠가 뒷이야기, 즉 전작들에서 밝히지 못한 저와 일본사회의 뒷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걸 이번 작품의 편집자(페이스북 친구)가 그 이야기 내보자 해서 나온 겁니다.

당연히 아이들 이야기는 별로 없구요. 오히려 제가 일본에서 해왔던 일 이야기를 중심으로, 특히 전반부는 하드보일드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전작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밝은 가족 에세이고, 이번 작품은 날 것의 일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물론 주인공은 제가 되구요."

- 이번 책에서 독자들이 특히 주의 깊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초반부에 등장하는데 제가 일본에 오기 직전과 왔을 때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쉽게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쓰레기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떡하다 보니 기자가 되어 특종도 몇 개 터뜨리고 잘 나갔죠. 그런데 또 어떡하다 보니 술집하고 밥집도 하고 그런 겁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인테리어를 해요.

나이에 비해(만43세) 삶의 굴곡이 매우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와 멋지게 사는구나 라는 인상을 독자님들은 아마 받게 될 겁니다. 저는 그 '인상'이 왜 생겨나는지를 한번 독자님들 스스로 캐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행간을 주의 깊게 읽어보시면 보일 겁니다."
 
<이렇게 살아도 돼>의 저자 박철현님은 자신의 성공한 행복한 가정이라고 한다. 왼쪽부터 큰딸 미우, 막내 시온, 아내 미와코, 큰아들 준, 저자, 둘째딸 유나.
 <이렇게 살아도 돼>의 저자 박철현님은 자신의 성공한 행복한 가정이라고 한다. 왼쪽부터 큰딸 미우, 막내 시온, 아내 미와코, 큰아들 준, 저자, 둘째딸 유나.
ⓒ 박철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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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해 그리고 가정을 통해 일어나는 일들이 책에 녹아있다. 혹시 한국에서 활동하고 가정을 꾸렸으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가? 혹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는가?
"이것도 책을 읽어보시면 금방 나오는데요. 2001년 당시 100% 제 개인적인 미스로 인해 한국에 아예 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도피하듯 도망 온 것이구요. 음 결국 읽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일본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집도 아예 사버려서 한국에선 살 수가 없습니다. 상상으론 비교할 수 있겠지만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지진 큰 거나 안 왔으면 좋겠어요."

- 기자 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글이 굉장히 잘 읽힌다. 특별히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의 글쓰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은 받은 적이 없는데, 대학 다닐 때 전공이 영화연출이었던지라 글쓰기 자체에 거부감은 아예 없습니다. 영화연출이라는 게 결국 시나리오가 반인지라.

그런데 요즘 글쓰기 트렌드가 저 같은 사람하고 맞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특별한 문체 등이 없더라도 묘사가 중요하거든요. 제 글을 보면 많은 분들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죠. 영화적인 글쓰기를 배웠으니까요.

게다가 운 좋게도 저는 기자생활을 8-9년 했기 때문에 기자적 글쓰기도(물론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체득된 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쓰죠. 헤비페부커라 하루에도 페이스북 담벼락에 열개 정도 포스팅을 올리는데 평균 몇 백자는 쓰는지라 합하면 몇 천자가 됩니다. 매일 몇 천자씩 몇 년을 썼으니까 상식적으로 봐도 실력이 안 늘면 오히려 이상하죠."

- 지난 번 책이 SNS 친구들을 통해 많이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부터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저는 페이스북만 하기 때문에, 그것도 매일 하니까 얼굴 한번 못 봤어도 상당히 죽마고우 느낌이 드는 페친들이 많습니다. 죽마고우니까 친구가 책 내면 당연히 사주죠. 물론 이걸 가지고 다른 분들은 마케팅이라고 하고 저도 장난삼아 묻케팅(직업이 노가다 쪽이라 땅을 묻는다에서 묻을 따온 마케팅)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그것보다 그냥 매일매일 쌓인 친구들 간의 신뢰라고 봅니다.

저도 다른 페친 분들이 책 내면 한국에 들릴 때 서점에서 보통 열 몇 권씩 사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해요. 또 이번 신간은 아예 책 안에도 페이스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갑니다. 서문에도 딱 써놨어요. 매일같이 책 언제 나오냐고 닦달해 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 이 부분도 참 궁금한데, 실제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SNS 친구들을 통한 책의 유통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럼요. 오히려 페북에서만 책 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래서 항상 초판'만' 빨리 나가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 지금으로 봐서는 책이 계속해서 나올 것 같다. 언뜻 언급하셨던 것 같은데,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럼 여타의 자기계발서와 자신의 책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어필하고 싶은가?
"일단 자기계발서의 일반적 특징인 타 저작물을 인용하는 게 하나도 없구요. 만약 인용이라고 굳이 표현하자면 전적으로 제 경험을 인용한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제가 20-30대 시절에 다양한 직업을 그 길이에 상관없이 상당히 깊고 진하게 경험했는데 "너도 이렇게 해라", "이런 마음을 가져라" 그런 식의 강요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일본사회 경험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층들에게 먹히지도 않죠. 현실 자체가 다르니까.

하지만 제가 일을 대할 때의 '태도'는 이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태도도 있구나 하는 걸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보여주고 또 독자 중 몇몇이 이 부분을 읽어내고 자신의 마음가짐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그게 곧 자기계발서 아니겠습니까? 저는 인생을 규정하는 것은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 이제 이번 책에 대해 홍보 좀 해주시면 좋겠다.
"어? 위에서 다 했는데… 음, 그냥 14,000원(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12,600원)짜리 재미난 읽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14,000원은 아깝지 않을 읽을거리는 될 겁니다. '2019년 화장실에 비치해두고 읽고 싶은 책 분야'에서 대상 노리고 있습니다. 재미는 보장합니다. 재미없으면 여기저기 악평 꼭 써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고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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