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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목탁 친 사연

[서평] '청암사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
19.06.26 10:1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나 생활이 궁금한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알고 나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알기 전까지는 이래저래 궁금증을 자각하는 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일지도 모릅니다.
 
삭박을 하고, 염의를 입고 사는 스님들이라고 해서 매일 염불만하고 독경만하며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님들끼리 사는 세상에도 하나하나 꿰어 사연으로 남길 일, 둑둑 긁어모아 한꺼번에 뭉뚱그려 웃어넘길 일, 시간이 흘러도 잊어지지 않을 사건이나 사고 같은 일들은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20년, 80여 명의 비구니스님 이야기

 
<청암사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엮은이 청암사승가대학 편집실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5월 28일 / 값 15,000원) ⓒ 민족사
  <청암사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엮은이 청암사승가대학 편집실, 펴낸곳 민족사)은 비구니 교육기관인 청암사 승가대학에 입학한 신입 비구니들이 출가수행자로서의 삶을 공부하고 훈련받으며 겪거나 경험한 일들은 옛이야기를 하듯 풀어 놓은 수행담 모음집입니다.
 
처음부터 비구니였던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청암사라고해서 다를 게 없습니다. 청암사가 아무리 비구니교육기관이라 해도 낯설고 물 선 사람들이 만나 꾸려나가는 하루는 좌충우돌이고 우여곡절입니다.
 
지금이야 내로라하는 선승이 되어있겠지만 그때, 청암사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할 즈음엔 밥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고, 너무 긴장한 탓에 새벽에 쳐야 할 목탁을 한밤중에 쳐 곤이 잠든 이들을 깨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밥과의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툰 조리질에 수첩에 눈금대로 물을 맞추고 싸부님 표현대로 부르르 끓고 나면 불을 낮추고 한 단계 더 낮추고 마지막에 뜸을 들이고 끼니때마다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정작 밥을 먹을 때면 긴장이 풀려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또 밤에는 매일 밥을 태우고 솥이 없어져서 온 도량을 찾아다니는 악몽을 꾸느라 밤낮으로 편안한 때가 없었다. -<청암사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 79쪽-
 
1990년대 중반부터 2017년까지, 출가수행자의 삶을 청암사에서 시작한 80여명의 비구니스님들이 쏟아내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출가수행자의 세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일들입니다.
 
정혜 스님이 밤 12시 정각에 도량석을 올린 사연은 청암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 되었고, 당신 스스로 청암사 나이롱 신도임을 고백하고 있는 무염 김종기님의 '청암사 나이롱 신도'는 승속이 불이(不二)임을 보여주는 작은 염주 알입니다.
 
스님이 되려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스님이 돼가는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 다 그렇고 그렇다는 걸 읽게 된다면 지금을 살아가는 이 순간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 지거나 행복해 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청암사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엮은이 청암사승가대학 편집실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5월 28일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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