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역사회 상생과 화합을 위해 경매를 취하하고 일정 금액을 모금하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된 것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절반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25일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과의 합의를 통해 자신의 아파트에 대한 경매를 전격 취하한다는 결과를 도출해낸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9년간의 긴 시간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종오 전 구청장은 재임 기간(2010년~2014년) 중소상인들의 호소로 몇 차례 코스트코 건립 허가를 반려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를 유치한 지주 등으로 구성된 진장유통단지협동조합은 "허가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윤 전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내 5억700만 원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에 북구청은 이 금액을 지급한 후 윤 전 구청장에게 4억560만 원에 이르는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윤 전 구청장은 북구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결국 오늘의 합의를 도출해냈다(관련 기사 : 울산 북구청, 윤종오 전 구청장 아파트 경매 취하 합의). 

윤 전 구청장은 현대자동차 노동자 출신이다. 1998년 북구의원으로 시작해 울산시의원을 두 번 지냈다. 지난 2010년엔 진보정당 소속으로 북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골목시장 붕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역의 중소상인들의 호소를 마주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트코 문제를 다루다, 지금까지 고초를 겪고 있다. 이날 농성을 마무리하는 윤 전 구청장을 만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경매 막은 주인공은 노동자와 시민사회, 북구주민"
 
6월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울산북구청 광장에서 코스트코 구상금 면제를 촉구하며 천막농성 한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
 6월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울산북구청 광장에서 코스트코 구상금 면제를 촉구하며 천막농성 한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 2차 경매를 이틀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경매가 취하됐다. 어떤 심정인가.
"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모아준 모든 분께 깊이 감사할 뿐이다. 마음고생 한 가족(아내와 1남1녀)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다.

- 오늘(25일) 울산 북구청이 코스트코 구상금 청구 문제로 촉발된 윤 전 구청장 아파트 경매를 전격 취하했는데, 그 배경은?
"상인들은 그동안 '중소상인을 위한 소신행정의 대가가 너무나 가혹하다. 아파트 경매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해 왔다.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함께 해줬던 노동자와 시민사회, 그리고 북구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23일간의 농성 때 북구청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나?
"북구청 직원들도 중소상인 등 서민을 위한 마음은 같을 것으로 본다.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천막농성을 하며 북구청 직원들과 주민 여러분께 심려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저 또한 벼랑에 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 근 10년을 코스트코 문제로 시달렸는데. 애초에 어떻게 시작한 일인가.
"지방의원을 하면서도 늘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입장이었다. 2010년 북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북구에 코스트코가 입점하는 문제로 지역 중소상인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당시 대형마트는 전국적으로 인구 15만 명당 1개, 울산은 7만5000명당 1개, 북구는 4만5000명당 1개꼴로 많았다. 중소상인들의 호소는 당연한 것이었다. 지역의 대형마트와 SSM(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그대로 두고서는 지역경제를 탄탄히 세우기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 친서민 행정을 펼치다 고통을 겪은 만큼 보람도 있었을 텐데.
"코스트코 문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 골목상권을 지키고,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고뇌의 결단이었다. 그렇기에 결코 소신행정이 폄하돼선 안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통해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도입과 입점거리제한, 상생법을 견인해내는 공익적 성과도 있었다.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전국적 관심사가 된 만큼 (이번 사건을)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주민통합의 기운을 높이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 생존에 몸부림 치는 중소상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들을 조속히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 윤 전 구청장이나 중소상인들이 북구청에 그토록 요구했던 구상금 면제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모금을 통해 변제해야 할 텐데.
"아쉽지만 일단 경매는 막았다는 점에서 안도한다. 현 구청장의 상한선이 여기까지 인가 싶다."

- 그럼 얼마를 모금해 북구청에 갚아야 하나? (*코스트코를 유치한 지주 등이 '허가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북구청이 배상한 금액은  5억700만 원이다. 이에 북구청이 윤 전 구청장에게 배상 금액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시작해 배상 판결이 난 금액은 전체 금액 중 80%인 4억560만 원이다. -기자주)
"저의 가족이 사는 울산 북구 작은 아파트가 싯가로하면 2억 원가량이다. 만일 이번에 2차 경매로 낙찰됐다면 1억7000만 원쯤에 팔렸을 듯하다. 이 정도 금액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제 윤종오 전 구청장은 이동권 현 북구청장과 합의한 대로 을들의연대와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북구청에 구상금을 갚아야 한다. 또 다시 험로가 시작된 것이다.

태그:#윤종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