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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서늘한 여름밤' 이소현 대표
 "서늘한 여름밤" 이소현 대표
ⓒ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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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 사전에서는 야망을 이렇게 정의한다. 'Boys, Be ambitious'라는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Girls, Be ambitious'가 광고 카피로 뜨는 지금. 과연 여성의 '야망'은 어떠한 형태로 떠오르고 있을까? 장래희망란에 '조종사'라고 쓰지 않고 '스튜어디스'라고 썼던 그녀들의 야망은 과연 '크게 무엇을' 이루는 방향으로 변했을까? 

여자들의 야망을 다루는 '야비클럽'. 이번에는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유명한 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작가이자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 진행자인 이서현 에브리마인드 심리상담센터 대표를 만났다.

이서현 대표의 야망은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상담 선생님 9명과 함께 심리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는 봄봄, 블블과 함께 산문집 <마음의 구석>을 펴냈다. 

그와 대화하며 과연 '야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사회적으로 명성 있고, 경제적 규모가 큰 것만 야망인 걸까? 회사에서 승승장구해 임원이 되겠다는 포부만 야망인 걸까?

저의 야망은 다릅니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심리상담센터 대표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운영자, 책 <나에게 다정한 하루> 등을 쓴 저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늘한 여름밤'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낮에는 에브리마인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심리상담기획자이고, 저녁에는 그림일기를 그리는 작가다.

- 새 책 <마음의 구석>이 나왔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마음의 구석>은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함께 진행하는 블블과 같이 쓴 책이다. KBS PD인 봄봄의 제안으로 그의 친구 블블과 함께 2016년 심리상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통 자기 마음의 구석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안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천천히 바라봐주자는 산문집이다.

2030 여성들의 마음이 시시하다고 치부될 때가 많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넘어갈 때도 많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지나치고 흘린 마음이 중요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책 작업을 함께한 출판사 편집자가 김 대표를 '야망녀'라고 소개했다. 야망녀라는 별칭에 공감하는가.
"내가 야망이 있다니. 진짜 야망 있는 사람들을 못 봤나 보다(웃음). 야망이 있다기보다 이상주의자라서 그렇게 보신 것 같다. 에브리마인드라는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데, 양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야망이 더 크다. 그런데 그게 정말 힘든 목표인 것 같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걸 남들이 야망이라고 보는 것 같다."

-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야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에브리마인드는 상담 선생님들이 가져가는 이익이 다른 센터에 비해 좀 더 많은 편이다. 물론 회사가 돈을 많이 가져가면 플랫폼이 강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돈을 더 가져가면 개인들의 힘이 세진다. 플랫폼의 파워를 포기하고 권력을 위임하는 셈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이곳을 아끼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중요해진다. 그런 걸 실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회사가 모든 걸 독점하고 노동자는 부품이 되어 돌아가지 않나. 구성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 회사는 망할까, 빌빌거릴까, 어떤 의미 있는 공간이 될까. 그런 게 궁금하다. 그게 나의 실험이다."

- 그럼 사업 외에 개인적인 야망이 있다면 무엇인가.
"심리상담업계 톱5 안에 들고 싶다는 야망 정도는 물론 가지고 있다."

이서현 대표가 말하는 야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그 '야망'과 달랐다. 돈을 많이 벌고, 더 많은 사람에게 명성을 얻는 야망만은 아니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규모가 작은 곳에서일지언정 직접 제 손으로 일구는 것. 

그 야망은 더 이루기 어렵다. 똑같은 길을 앞서 걸어간 사람이 없거니와, 노하우가 담긴 책도 없고 정답이 담긴 해설서도 없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제까지 만난 여성들은 대개 '자랑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부피가 큰' 야망보다 '내실 있고', '의미 있는' 야망을 꿈꾸기를 즐겼다. 사회적 인정보다 내 안에서의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그녀들의 야망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일까?

내 밥벌이만이라도 잘하자   
 
 서밤/블블/봄봄의 <마음의 구석>
 서밤/블블/봄봄의 <마음의 구석>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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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온 책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심리상담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가 뭔가. 
"맞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뻔한 고등학생이었다. 전형적인 아이였다. 어릴 때는 뭘 모르지 않나. 잘나 보이고 싶고 의미도 찾고 싶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좋은 일도 하고 명예도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와, 국제기구에서 일해? 이런 반응을 상상했다(웃음). 대학교 초반에는 진짜 정신없게 살았던 것 같다. 수업도 많이 듣고 방학마다 어학원도 다녔다. 어학연수 가서도 매일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왔다. 일이 너무 버거웠던 거다. 그것 때문만이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내 인생을 돌보지 않고 야망만 좇다가,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인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야망에 먹히면 인생이 힘들어지는구나 싶었다. 국제기구에 대한 꿈은 다 놓았다. 국내 대학원에 진학해서 '내 밥벌이만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되자'고 목표를 바꿨다."
 
- 내 밥벌이 잘하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간 것인가.

"대학원에서 임상심리를 전공했다. 임상심리 전문가가 되려고 병원에서 수련을 받다가 100일 만에 때려치웠다. 그 후에 중앙심리부검센터라는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 년 반 정도 일했다. 심리상담센터를 열고 싶어서 나왔다."

- 병원에서 100일 만에 퇴사한 이유는 뭔가.
"병원이 군대 문화가 심했다. 전화번호부를 뽑아서 파트원들한테 돌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상급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글씨체라며 바꾸라고 하더라. 합당한 이유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걸 거부한 이후로 두 번이나 면담에 불려갔다. 

한 사람만 이상했으면 그냥 버텼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또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데 가면 더 심해요.', '여기 계신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게 자리 잡으신 줄 알아요?' 그런 이야기 듣다 보니, 여기는 제정신으로는 못 버티는 곳이구나 싶었다."

- 잘 퇴사하셨다. 그러나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왜 퇴사 열풍이 불었다고 생각하나.
"이런 사회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용하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버티면 미래를 보장해줬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보장해주면서 희생을 원한다. 그러니 퇴사 열풍이 불지 않겠나.

- 퇴사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퇴사할 배짱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고들 말하지 않나. 지옥에서 악마로 사는 것과 전쟁터에서 포로로 사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단언하기 어렵다."

잘 먹고 잘 쉬기, 그리고 운동하기
 
 서늘한 여름밤 그림일기
 서늘한 여름밤 그림일기
ⓒ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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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 후에 다양한 직업을 병행하는 것 같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벅차지 않나. 
"벅차다. 너무 벅차다."

- 그래도 계속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뭔가.
"일부러 많이 쉬려고 한다. 시간이 남을 때 쉬는 게 아니라 이 시간은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쉰다. 그래야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한다. 일주일에 두 번, PT(personal training)도 받는다. 잘 운동하고 잘 먹고 충분히 쉬기. 그게 다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충분히 쉬기. 교과서적인 이야기였지만, 실상 그것을 제대로 지키기는 어렵다. 그 세 가지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당장 통장이 비어 가는데, 잘 먹기 위해 유기농 고급 마트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서현 대표는 어떻게 통장을 채우고 있을지 궁금했다. 
  
- 독립적인 사업가로 살아가려면 지속적인 수입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일감 사냥은 어떻게 하나.
"사업이 잘되고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 심리상담을 받으시는 분들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어떤 것들 때문에 상담센터에 오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지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에브리마인드에서는 상담신청하면 첫 상담 안내 메일을 보내드린다. 내가 잘 말을 할 수 있는지, 유난 떤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씀드린다. 

상담 끝내고 돌아갈 때도 '상담 중에 너무 많이 울어서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다음에 와서 함께 이야기하자고.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고객분들이 상담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이서현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마음의 구석 -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

서밤, 블블, 봄봄 (지은이), 문학동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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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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