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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망해 가는 한국 1

19.06.25 12:15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통계청이 2019년 2월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이는 한국 출산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이며, 세계에서도 출산율로는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에서는 십 수년 전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쏟아 붓고 출산장려정책을 펴 왔지만 오히려 출산율을 계속 줄어서 인구절벽으로 국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 오천년 동안 수 많은 침략을 이겨냈고,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낸 저력 있는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이렇게 힘없이 멸망해 가고 있는 것이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를 보는 듯 하다. 점진적으로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위험한 줄 모르고 물 속에 있다고 나중에는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는 개구리, 현재 한국이 똑 같은 상황에 놓였다.

한국이 저출산 국가가 된 배경

 어쩌다 이렇게까지 아기를 안 낳게 되었을까? 이러한 저출산 풍조는 사실 20년 전부터 아래의 5가지 사회현상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1. 젊은이는 취직이 어렵고 미래가 불안하다. 
2. 어렵게 취직이 되도 돈을 못 모은다.
3. 결혼이 늦어진다.
4.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룬다.
5. 출산을 해도 한 명만 낳는다.

 결혼, 임신, 출산은 개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다. 전적으로 개인이 결정할 부분이다.위와 같은 저출산의 배경은 국가가 예산을 풀어 해결할 수도 없고, 기업이 나서 젊은 신입사원 채용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언론이 나서서 국민을 계몽한다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아무리 내 놓아도 이제는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저출산으로 금새 국가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출산이 계속되면 서서히 경제침체, 초고령화, 도시인구집중, 지자체 붕괴, 연금고갈, 의료비 증가, 소비절벽 등을 초래하게 되며, 국가도 쇠퇴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끊임없이 성장만 해 오던 한국 경제성장율이 2019년 1사분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꺾일 줄 모르던 한국의 수출증가세는 5개월 째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노인이 늘어나서 복지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내수와 수출은 위축되면서 세금수입이 줄어들어 2019년 1~5월 국가예산은 39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저출산의 위협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수 천 년을 '존버정신' 하나로 존 나게 버텨낸 한국이 저출산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망해 가고 있다.

저출산의 진짜 이유는 폼생폼사

 모든 문제는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취직을 안 하고,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 총체적 문제의 원인을 찾아 내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이렇게 저출산으로 곤란을 겪게 된 이유는 '폼생폼사'에 있다고 본다. 폼 나게 살고 폼 나게 죽는다는 의미이지만, 폼 나지 않는 것을 할 바에는 아예 안하고 마는 경향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위에서 말한 저출산의 5가지 사회적 배경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소규모 회사, 폼 나지 않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현실과 타협해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을 했다가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이내 회사를 그만둔다. 운 좋게 좀 더 괜찮은 회사로 이직을 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또 그만둔다.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나온지도 15년지 지났다. 많은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이 없으니 미래가 불안한 것이다.
 취직을 한 다음에도 일에 몰두하지 않는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을 열심히 해서 빨리 인정받고 빨리 성공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퇴근 후에 친구 만나 뭐 먹을까, 주말에 애인 만나 어디 놀러 갈까, 연휴엔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 어디서 멋진 음식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까 등등 돈은 부족해도 쪼개고 대출받아서 폼 나게 살 궁리만 한다. 그러니 취직해서 돈을 벌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것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았어도 폼 나는 결혼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신혼 초 어렵게 시작하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반지하 월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찌질하다고 생각하여 기피한다. 최소 신축빌라 전세부터 시작하려고 하니 결혼이 점점 더 늦어지게 된다. 사회 초년생이 급여를 아껴서 한 달에 100만원 적금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설사 매달 100만원씩 10년을 모아서 이자가 조금 붙어도 신축빌라 전세보증금을 모을 수 없다. 결국 젊은이가 전세자금을 저축으로 모아서 결혼한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으며 결혼이 점점 더 늦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늦게 결혼에 성공했어도 당장 아기를 낳아 키우는 건 엄두를 못 낸다. 조금 더 저축을 하고 생활이 안정된 다음에 아기를 낳겠다며 부부가 협의해서 피임을 한다. 자식만큼은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고 폼 나게 키우고 싶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이 계속 늦어진다. 폼 나게 키우지 못할 바에는 아예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부부도 많아졌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낳은 그늘이다.
 상식적으로 남녀 둘이 만나 가정을 꾸렸으면 자녀 둘은 낳아야 인구가 줄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만 낳는다. 한국에서 자식 하나 남 못지 않게 제대로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키워본 사람은 다 안다. 둘을 낳아 시시하게 키우느니 하나만 낳아서 폼 나게 키우겠다는 폼생폼사 정신이 여기에서도 작동한다. 그러니 둘을 낳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 한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발전하고 폼 나게 성공하면서 '폼생' 했지만, 이대로출산율 세계 최하위가 몇 년 더 계속된다면 단언컨대 이제 대한민국은 "폼사"만 남았다. '폼 나게 죽는다'는 게 멋지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멸망과 쇠락은 결코 멋있지 않고 폼 나지도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다 보니 생활에는 여유가 생겼다. 혼자 벌어서 자기자신만을 위해 돈을 쓰니 여유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나이가 들수록 직급도 올라가고 월급도 올라가니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더 생겨서 이제는 해마다 성형도 하고 계절마다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골드미스의 이야기다.
 한국은 지금 미혼자, 비혼주의자가 넘치는 1인가구공화국이 되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맘에 드는 배우자 감이 없고, 그저 그런 사람과 결혼해서 사느니 혼자 폼 나게 살겠다고 선언한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생로병사 중 '생(生)'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불공평할 수도 있겠지만, '생'을 제외한 '로병사(老病死)' 세 가지는 누구에게나 정말 공평하다. 누구나 해가 바뀌면 한 살 더 먹고 시간이 가면 늙고 병들고 죽는다.
 젊었을 때에는 혼자 살면서 일에만 몰두하고, 혼자 벌면서 혼자 쓰니 멋져 보였겠지만, 늙어가면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 보니 병 들었을 때 비참해진다. 이런 비극은 DINK족(자식을 낳지 않는 맞벌이부부)도 피해 갈 수 없다. 젊어서는 둘이 벌어 둘만을 위해 소비하니 멋지게 살 수 있었겠지만, 늙어서 배우자 중 한 명이 죽고 나면 남겨진 한 명은 자식 없이 쓸쓸히 늙어가야 한다. 병 간호할 사람이야 돈 주고 살 수는 있겠지만, 돌봐줄 가족이 없이 늙고 병 들어 가고 더 나아가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게 되고, 가정을 꾸리지 않고 자식을 낳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된다.
 9년 전 연평도 포격사건을 기억한다. 북한에 의한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여러 명이 죽고 한국에서는 대응사격을 하면서 당장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외국 같았으면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힐 사건이었는데도 한국 어디에서도 피난을 가거나 사재기를 하는 등의 동요는 없었다.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국가에서 저출산 때문에 국가위기사태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한국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나와 아주 가까운 비혼주의자 골드미스인 고모, 이모, 또는 골드미스터인 삼촌, 외삼촌이 젊었을 때에는 멋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나이 들어 외롭게 늙어가고 병들어 가는 모습을 봐야 한국인은 그제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깨닫게 된다.
    폼생폼사의 끝은 고독하게 늙어가는 것이며,
    사람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게 순리라는 사실을.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늦게나마 결혼하고 출산하여 비로소 출산율이 다시 늘어나는데 3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한국이 출산율 저하로 신생아 숫자가 줄어들어 국가적인 문제라고 떠들어 댄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을 때까지 10년 더 기다리는 방법이 출산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1997년 한보사태를 시발점으로 기업들이 연쇄도산하고 외환보유액이 고갈되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국가는 환율을 방어하겠다며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내다 판 결과 환율은 방어하지도 못하고 결국 외환보유액만 없어져서 국가부도를 내는 과오를 범했다. 결국 정부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부도를 맞아 국제통화기금 IMF에 경제주권을 넘겨 주면서, 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수 많은 가정이 깨지고 수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
 저출산을 막겠다고 국가 예산을 쏟아 부어봤자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세금만 없어진다. 최근 20년 동안 저출산 대책과 지원책을 총동원 해 봤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지지 않았는가? 국민 개개인이 가까운 친지를 보고 깨닫기 전에는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부모가 아무리 재촉해도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개선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은 그림자와 같다. 내가 밝은 곳에 있을 때에는 항상 내 주변에 그들이 붙어 있지만, 내가 어두운 곳에 가면 그림자처럼 모두 사라진다. 이젠 바야흐로 100세 시대라고 한다. 남겨진 50~60년 누가 내 곁에 남을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가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남겨진 50~60년은 축복받은 세월이 될 수도, 저주받은 세월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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