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이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경기에서 7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자료사진) ⓒ AP/연합뉴스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9년 개막전 선발을 시작으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에 시즌 중반 자리를 비운 원인이 된 사타구니 내전근 때문에 올해도 잠시 아팠던 적이 있지만, 큰 공백까지 생기진 않았다.

올 시즌 15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9승 1패 평균 자책점 1.27을 기록하고 있다. 9이닝당 볼넷 0.55에 불과하여 올 시즌 99이닝 동안 볼넷을 6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닝당 투구수가 15구까지 줄어들었던 류현진은 올해도 이닝 당 14.2구까지 줄이면서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올 시즌 15경기 중에서 가장 최근 경기인 6월 23일(이하 한국 시간) 경기를 제외하면 3실점 이상의 경기가 없었다. 개막 이후 14경기 연속 2실점 이하 기록을 이어갔던 류현진이 23일 경기에서 3실점으로 연속 기록은 마감했지만, 그 3실점 경기에서도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서부지구 떠난 '천적' 선수들, 부담 줄어든 류현진

류현진이 올 시즌 15경기에서 모두 2자책 이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전담 트레이너인 김용일 코치와 함께 어깨와 사타구니 강화를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기 직전에는 상대 팀 선수들에 대하여 스스로 분석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시간까지 마련했다.

류현진이 가장 많이 상대해야 되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에서 주요 선수들이 지난 겨울 다른 지구로 이적한 선수들이 있었다는 점도 호재가 됐다. 다저스의 영원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류현진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베테랑 외야수 헌터 펜스는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타자는 아니었지만 올 시즌 류현진을 상대로 직접 홈런까지 날렸던 매디슨 범가너도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2014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및 월드 시리즈 MVP를 독식하던 그 임팩트는 2017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이후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에서 류현진의 천적으로 활약했던 폴 골드슈미트 역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다. 빅 마켓 팀이 아닌 디백스가 고액 연봉 선수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연봉 조정 자격을 갖췄던 골드슈미트도 이적하게 된 것이었다.

골드슈미트뿐만 아니라 A.J. 폴락 역시 류현진에게 강했던 타자였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인해 골드슈미트만큼의 임팩트를 보이진 못했으며, 2019년부터는 FA 시장에서 4+1년 계약으로 다저스로 이적하여 류현진의 동료가 됐다. 그러나 폴락은 5월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올 시즌을 접은 상태다.

아직 서부지구에 있는 아레나도, 류현진 다음 상대도 로키스

콜로라도 로키스에 있는 놀란 아레나도는 아직 로키스 한 팀에서만 뛰고 있다. 류현진과 같은 2013년에 메이저리그를 처음 경험한 아레나도는 처음에는 비주전이었으나, 류현진이 어깨 부상에서 돌아왔을 시점에는 주전으로 성장하면서 자주 만나게 됐다.

류현진이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첫 풀 타임 시즌이었던 2017년 아레나도는 류현진과의 9타석 맞대결에서 무려 8개의 안타를 치며 류현진을 괴롭혔다. 심지어 8개의 안타 중 홈런이 4개나 되었으며, 한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친 적도 있었다.

아레나도는 2017년 류현진의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2안타 1홈런을 날리며 류현진을 괴롭혔다. 이 경기 결과로 인해 류현진은 2017년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하고 팀 훈련만 동행했다. 후반기에 잠시 합류했던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가 월드 시리즈 3차전과 7차전에서 크게 부진하며 다저스는 가져올 수도 있었던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놓쳤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의 모습(자료사진)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의 모습(자료사진) ⓒ AP/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레나도는 로키스와 8년 2억 6천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 다저스를 만났을 때도 6월 23일 류현진을 상대로 2타석 1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에 득점까지 추가하며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이 앞으로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계속 뛴다면 아레나도와의 대결을 피할 순 없는 운명이다.

최근 경기에서 류현진과 아레나도의 맞대결에서 류현진이 던진 공이 제구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낮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노리고 퍼올려 안타를 만들었으며, 아레나도가 약한 몸쪽 높은 공을 던졌는데도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넷을 얻었다.

23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로키스를 상대했던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정상적인 간격을 유지할 경우 28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다저스는 25일부터 애리조나 주 피닉스 원정 3연전에 이어 콜로라도 주 덴버 원정 4연전을 치른다. 류현진의 입장에서는 2경기 연속 아레나도를 만나게 된 셈이다.

최근 3경기 노 디시전, 아레나도 상대에 올해 성적 달렸다

1.27로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류현진은 최근 3경기 연속 노 디시전을 기록하면서 다승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단독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 브랜든 우드러프(밀워키 브루어스)가 9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1위에 올랐고, 마이크 소로카와 맥스 프리드(이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까지 8승을 거두며 그 뒤를 쫓고 있다.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 아직까지 전반기 10승을 달성했던 투수는 없었다. 단일 시즌에서 가장 많은 승리 기록이 있었던 2000년의 박찬호도 전반기 9승이 최고의 페이스였다. 공교롭게 23일 경기에서 박찬호가 류현진의 경기를 직관하며 응원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인해 류현진은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류현진은 예정되어 있는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등판하게 되면, 디백스 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경기 등판을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감하게 된다. 류현진이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로 내걸었던 20승을 위해서는 전반기에 최소 10승 이상은 거두는 것이 안정적인데, 그 기회가 2경기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다저스가 후반기 첫 일정이 동부지구 원정 7연전을 포함하여 7월에 동부지구 원정 경기가 10경기나 있기 때문에(인터리그 포함) 후반기 일정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7월의 마지막 일정 역시 로키스 원정 경기로 이때 또 아레나도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이후 로키스와는 9월에 다시 만난다. 다만 9월에 만나는 로키스와의 경기는 모두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류현진의 입장에서 다소 나은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30구장 중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쿠어스 필드는 타구의 공기 저항이 적어 장타가 많은 만큼 대다수의 투수들이 꺼려하는 곳이기도 하다.

류현진의 입장에서는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성적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천적 아레나도를 상대하고 있다. '지독한 아홉 수'에 시달리고 있는 류현진이 다음 로키스 원정 경기에서 아레나도와의 열세를 극복하고 한국인 최초로 전반기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2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자료사진) ⓒ AP/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LA다저스 류현진천적관계 놀란아레나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