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월, 금산군 화상경마장 반대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5월, 금산군 화상경마장 반대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디트뉴스 이정석 기자

관련사진보기

 
한국마사회의 마권장외발매소 이른바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지역사회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충남 금산군에서는 화상경마장 유치를 문제를 놓고 군 의회의 표결까지 간 끝에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금산군 의원 7명 전원이 화상경마장 추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문정우 금산군수는 이날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회의 뜻을 존중한다. 이후의 모든 계획과 일정을 중단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산군은 불필요한 논쟁으로 주민 갈등을 불러온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갈등이 조장되는 일은 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충남 곳곳에서는 화상경마장 반대 투쟁으로 주민과 주무관청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보령시에서도 화상경마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6년 홍성군 서부면에도 D산업이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홍성군과 함께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섰던 충북 청주시는 홍성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청주 시장이 화상경마장 유치를 직권으로 거부한 것이다.

"지역 경제 활력 찾겠다" 화상경마장 유치 나서는 지자체

2016년 당시, 홍성군수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홍성 주민들은 '반대 투쟁'을 선택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화상경마장 반대투쟁위원회를 발 빠르게 조직하고, 앞서 화상경마장 유치를 막아낸 이웃 보령시민들과도 연대했다. 보령시민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한국마사회는 홍성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와 화상경마장 부지의 부적절성 등을 이유로 '홍성군'을 탈락시켰다.

이와 관련해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주민들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상경마장 자체가 일종의 도박장이란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2000년대 초반 도박 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서해안을 따라 퍼지면서 도박 피해에 대한 학습 효과가 생겼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란 이름의 또 다른 '도박장'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화상경마장 유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 중소도시는 고질적인 인구 감소 현상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화상경마장 건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문정우 금산군수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화상경마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정우 금산군수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화상경마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문정우 금산군수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7월 금산군수로 취임 후 살펴본 우리군의 현실은 참으로 막막했다"며 "인구는 갈수록 줄고, 급속한 고령화로 지역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성장 동력을 찾던 중 마사회와 접촉했고 마권장외발매소 개설에 대해 검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노동자 호주머니 털어 지역경제 활성화?

하지만 충남 지역의 상당수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이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 한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의 상당수는 화상경마장을 사행성이 짙은 '도박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홍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경섭 목사는 최근 SNS를 통해 "당장은 (화상경마장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할 수 있다"며 "얼마전 천안에 있는 화상경마장에 다녀왔다. 고객의 대부분은 노동자들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번 돈을 주말에 탕진하는 구조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천안 화상경마장만 연간 3300억 원의 매출이라니 놀랍다. 매일 2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그들(노동자)들의 지갑에서 털리는 것이다. 이런 곳이 전국에 33곳이나 있다니 울분이 터진다. 사행심을 조장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추가 설립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역사회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산하에 있는 한국마사회는 현재 서울, 부산, 제주에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수도권과 천안, 광주, 대구 등 전국 29곳에 화상경마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화상경마장 추가 건립? 더는 안 돼, 28소로 동결해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마권장외발매소 숫자를 전국 32개소로 제한해 화상경마장 숫자가 무제한으로 늘어 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마사회는 화상경마장 4개를 추가로 건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폐쇄된 용산 화상경마장을 대체할 곳과 폐쇄가 예정된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2곳의 대체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마사회가 추가로 설립할 수 있는 화상경마장 숫자도 2개가 남아 있다. 한국마사회는 향후 총 4개의 화상경마장을 더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화상경마장 유치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의 갈등이 또다시 조장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화상경마장 설립과 관련된 추가 공고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폐쇄된 화상경마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지역)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상경마장 건립 공고가 나올 경우,  화상경마장 유치에 열을 올릴 지자체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때마다 갈등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화상경마장 추가 건립을 못하도록 화상경마장 숫자를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은 "충남에서는 화상경마장 유치 시도가 연달아 실패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충남 도민 상당수가 화상경마장이 결코 건전한 시설이 아니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상경마장 추가 건립으로 지역사회에 갈등이 일어나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32개소인 화상경마장 총량을 28개소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금산화상경마장 무산 , #화상경마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