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월 24일 오전 서울 신촌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피해자 증언을 듣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월 24일 오전 서울 신촌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피해자 증언을 듣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저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 군인일 뿐입니다. (중략) 저 좀 살려주세요. 군형법 92조의6, 꼭 폐지되어야 합니다. 저는 무죄입니다."

이른바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피해자가 취재진 앞에서 처음 입을 열었다.

24일 오전 서울 신촌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A씨는 지난 2017년 동성간 성관계 혐의로 1, 2심 군사법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인 현역 군인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해야"

군인권센터는 이날 A씨가 재판 계류 중인 현역 군인임을 감안해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명찰과 계급장, 부대 표식을 모두 뗀 군복 차림에 가면을 쓴 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A씨는 증언 부스에 앉아 음성 변조로 호소문을 읽고 기자들 질문에 답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자신과 동료들의 무죄와 더불어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근거인 '군형법 92조의6(추행)'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군형법 92조의6. 누굴 위한 법인가요?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게다가 무너지지도 않은 기강이 무너질까 봐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이런 모순덩어리 같은 법 조항 때문에 왜 제 인생은 피해를 봐야하죠?"

동성 간 성행위시 징역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92조의6은 그동안 성소수자 차별 논란 속에서 수차례 위헌법률심판을 거치고도 살아남았고, 지난 2017년 4월 또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이 제청된 상태다.

"수사관이 휴대폰에 안중근 의사 문구 썼다고 혐오 발언"

A씨는 "왜 군인이 군사적 능력보다 성적지향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면서 "하루아침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무너져 내린 군 생활은 어떻게 회복하나"라고 따졌다.

A씨는 이날 수사 과정에서 당한 성소수자 차별 경험도 털어놨다. A씨는 한 수사관이 자신의 휴대폰에 쓰여 있던 '군인본분 위국헌신'('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게 군인의 본분'이란 뜻으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서 남긴 글... 기자 주)이라는 안중근 의사 말씀을 보고, 다른 수사관에게 "뭐 이딴 것들도 이런 말을 쓴다"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담은 시선으로 자신을 훑어 봤다고 증언했다.

신분 노출 위험까지 무릅쓰면서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를 묻자, A씨는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군형법 92조의6은 완벽하게 (동성애자) 혐오에 근거한 차별조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군은 이 조항이 동성애 처벌법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이성애 군인들 간에는 추행이 벌어져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데 왜 우리만 처벌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따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이 사건 공소장을 보면 A가 B를 추행하고 B가 A를 추행했다고 돼 있다"면서 "피해자는 없고 A와 B 모두 가해자인 이상한 법률"이라고 꼬집었다.

군인권센터, 성소수자 군인 무죄 촉구 10만인 탄원 운동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피해자들과 함께 대법원에 계류 중인 4개 사건에 대한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10만인 탄원 운동'을 시작했다. A씨를 비롯해 12명의 피해자들은 이날 대법원 상고심 무죄 선고와 군형법 92조의6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아울러 10건이 넘는 색출 사건 피해자들의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제기된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지난 2018년 2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예비역 간부 B씨는 탄원서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심리를 다 끝내놓고 1년 가까이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언제 재판이 다시 시작되고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과 긴장을 놓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태훈 소장은 "피해자 대부분은 직업 군인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군인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런데 군은 이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의 굴레를 씌워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적으로부터 지키는 일에 이성애자 군인과 동성애자 군인이 따로 없다"면서 "이들은 누구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 대법원이 이들의 삶을 되찾아 달라, 이들이 남은 군 생활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임 소장은 "피해자들이 2년간의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나섰다"면서 "물러설 곳이 없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시민들이 화답할 차례"라며,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연대와 더불어 국민들의 10만인 탄원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피해자 대법원 무죄 탄원 운동' 바로가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