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4일 오전 10시 53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는 경기 내내 공·수 모두에서 답답함을 이어갔다. 하지만 타가트와 바그닝요, 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나름 최선의 결과를 챙겼다.

23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 K리그1 17라운드 전북현대모터스(이하 전북)와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양 팀 1-1 무승부로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전반 2분 이동국이 행운의 선제골을 터뜨리며 홈 팀 전북이 앞서 나갔으나, 후반 26분 수원의 타가트가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완전히 메우지 못한 최성근 공백과 경기 내내 이어진 수비 불안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최성근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 그는 지난 라운드 FC서울과의 맞대결인 슈퍼매치에서 경고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이번 전북전에 결장했다. 최근 중원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최성근이기에 아쉬움은 배가됐다. 수원은 이미 지난 경기에서 그의 공백을 실감했다. 이임생 감독은 FC 서울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후반전 최성근을 빼고 염기훈을 중원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전술 변화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오히려 중심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16일 경기에서 수원은 2-4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티아고(왼쪽)와 수원 사리치(오른쪽)가 경합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티아고(왼쪽)와 수원 사리치(오른쪽)가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임생 감독은 23일 경기에서 대체 선수로 신세계와 사리치를 중원 조합으로 내세웠다. 신세계가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에서 후방 스리백을 보호하면서 사리치에게 공을 연결하면, 사리치가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전방의 한의권과 유주안에게 공격 기회를 열어주는 식의 계획이었다. 그만큼 두 선수의 임무는 막중했다.

하지만 두 선수 조합은 2% 아쉬움을 남겼다. 신세계와 사리치 모두 중원에서 공·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세계는 본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했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승규, 정혁, 이비니 등 전북 2선이 몰아치는 공격에 고전했고 전방으로 나가는 빌드업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K리그 정상급 탈압박과 패싱력을 가진 사리치도 전북의 미드필더들이 강하게 압박을 시도하니 100%로 힘을 쓰지 못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니 무리한 돌파와 개인기로 조급함을 보여준 장면까지 몇 차례 나왔다.

수원은 여기에 수비 불안이 더해졌다. 수원은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노동건 골키퍼가 클리어링하는 과정에서 킥 미스를 범하며 이동국의 머리를 맞고 들어가는 불운이 따랐다. 문제는 수원 수비가 이후에도 꾸준히 무리한 백 패스를 해 노동건의 부담을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이미 선제 실점으로 부담감이 커진 노동건이기에 연속해서 클리어링 미스가 나왔고 이로 인해 수원의 공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수비수들의 부정확한 전진 패스와 위험 지역에서의 깔끔하지 못한 볼 처리도 문제였다. 이날 스리백으로 출전한 구자룡-양상민-고명석은 경기 내내 부정확한 패스로 일관했다. 수비진에서 앞으로 나가는 패스가 계속해서 끊기니 전북 공격수들이 높은 지역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만약 전북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조금 더 따라줬더라면 승패가 갈렸을 정도로 불안한 수비 라인이었다.

답답한 수원 빈공 끊어낸 바그닝요-타가트 조합

후반 중반까지 공격 또한 수비와 마찬가지로 답답함을 이어갔다. 2라운드 전북전 이후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유주안은 좌·우 활발한 스위칭으로 전북 수비 라인을 흔드려 노력했으나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FA컵 포함 최근 3경기 연속 득점으로 발군의 득점력을 보여줬던 한의권도 이날 경기에서 전북 수비에 꽁꽁 묶였다. 이처럼 양 측면 공격수들이 잠잠해지니 최전방의 타가트가 고립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수원 삼성 소속 바그닝요의 모습(자료사진)

수원 삼성 소속 바그닝요의 모습(자료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때 바그닝요의 교체 투입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사실 바그닝요는 올 시즌 전력 외 선수로 평가됐다. 지난 시즌 야심차게 수원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승승장구하던 도중, 장기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긴 재활을 끝내고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올 시즌 7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임생 감독은 다시 한 번 바그닝요를 믿었고 그는 이에 보답했다. 한의권을 대신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바그닝요는 후반 3분 왼쪽 측면에서 타가트에게 건네주는 낮고 빠른 크로스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바그닝요는 특유의 활동량과 전방 볼 키핑으로 전북의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했다. 바그닝요가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분전해주니 타가트의 움직임도 자유로워졌다. 전반전 홍정호와 최철순 센터백 라인에 묶였던 타가트는 서서히 공간을 찾아가며 득점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이 두 선수의 호흡은 후반 26분 절정에 달했다. 수비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바그닝요가 상대 수비와 경쟁 끝에 지켜냈고, 타가트가 빠르게 침투하는 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넣어줬다. 패스를 받은 타가트는 간결한 마무리로 전북 송범근 골키퍼를 뚫어내고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수원의 팀 분위기가 살아난 것도 동점골 이후부터였다. 아쉽게 역전골에는 실패했던 수원이지만 바그닝요와 타가트, 이 두 외국인 선수가 보여준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의 타가트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의 타가트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여러모로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이종성과 민상기, 임상협 등 장기 부상자들의 복귀 시점이 명확치 않고, 데얀과 염기훈 등 베테랑들의 체력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해결사들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전북전과 같이 어려운 경기 속 해결사들의 활약으로 승점을 쌓아간다면 중위권 도약 이상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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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전북현대모터스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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