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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의해 드릴 구멍이 나 있는 죽동숲의 소나무, 이 구멍에 약을 넣어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드릴 구멍이 나 있는 죽동숲의 소나무, 이 구멍에 약을 넣어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은구미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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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의해 도끼로 훼손된 죽동숲의 소나무
 누군가에 의해 도끼로 훼손된 죽동숲의 소나무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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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 결과 '월평공원 갈마지구 특례사업'이 부결 되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17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시가 재정을 최대한 투입해 생태 복구와 환경보전,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4월 12일에는 '유성구 도룡동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부결됐다.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매봉공원, 월평공원 개발에 제동이 걸린 반면 '유성구 죽동 숲'은 아무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며칠 전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은구비 마을 집집마다 죽동숲 훼손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은구비 마을 집집마다 죽동숲 훼손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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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가명)이네가 살고 있는 마을 뒤편의 소나무 숲은 주민들이 자주 산책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개인 사유지라고 하네요. (중략) 2019년 2월 즈음 이 숲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를 받기 위해 서류가 접수되면서 소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개인 사유지라도 임야의 100년 이상 된 소나무는 허가를 받아야만 벌목을 할 수 있습니다.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그러나 개발을 하기 위해 불법으로 소나무를 훼손시키는 것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도 막는 것이 실패로 돌아갔지요.

똑같은 상황 (소나무 불법훼손→개발행위 허가→주택지 개발)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기에 유성구청에 민원도 넣고, 마을에 현수막을 집집마다 붙이고 노력하는데 큰 성과가 없네요.


아직도 불법 훼손자는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훼손자를 찾더라도 벌금을 내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아닌 나무 수를 채우기만 하면 되도록 법이 정해져 있다네요. 그 이후 심은 나무는 베어서 개발 가능하다고 하니 과연 숲을 지킬 수 있을까 절망감이 큽니다.

저희 뒷산은 송림 5단지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최근 5단지 뒷산도 똑같은 방식으로 개발 허가가 들어가면서 나무들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대로라면 송림 5단지와 저희 마을은 집으로 연결이 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개발이 되면 집값이 올라 좋지 않냐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걸 바라지 않습니다. 마을 안에 오를 수 있는 작은 산이 있다는 게 얼마만한 축복인지를 알기에 안타까운 겁니다. 저희는 단지 소나무 숲을 지키고 싶은 거고요. 그런데 그 길이 법이라는 망으로 덮어 있어 어떻게 숲을 지켜야 할지 참 어렵네요."


메일을 읽고 과연 유성구 죽동 숲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을 주민 대표와 유성구청 담당 공무원의 말을 들어 보았다.

유성구 죽동 숲은 침례신학대학교와 유성여고 사이의 야산에 있는 숲이다. 2002년 유성구 노은 2지구 택지 개발에 따라 조성된 은구비마을은 100여 가구가 함께 살고 있다. 숲 사이 오솔길은 지름 100cm가 넘는 소나무와 밤나무 등이 들어찬 숲으로 주민들이 산책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었다.
  
2010년 죽동숲이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0년 죽동숲이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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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개발로 현저히 훼손된 죽동숲의 모습을 항공사진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개발로 현저히 훼손된 죽동숲의 모습을 항공사진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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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8년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죽동숲의 소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유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하며 싸움이 시작됐다.

2011년 11월 30일자 <대전일보> 보도에 따르면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면적 당 자라고 있는 수목의 비율이 40% 이하(그 당시 자연녹지 기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것을 유성구청이 적발해 주의 조치를 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은구비마을 주민들의 노력은 별 성과를 못 이루고 주택 8채의 타운 하우스가 들어섰다.
 
당시 죽동숲 문제를 보도했던 대전일보 기사
 당시 죽동숲 문제를 보도했던 대전일보 기사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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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또 다른 지번에서 개발 행위를 위한 산림 훼손이 일어났다. 당시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유성구청은 '토사적치에 따른 수목생육여건의 악화에 따른 고사로 판단, 고사목제거와 적지복구토록 조치예정'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말은 이전 전원 주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흙과 모래를 높게 쌓아 놓는 바람에 나무들이 말라 죽었기 때문에, 죽은 나무들을 치운 후 다시 나무를 심어 산이 무너져내지 않도록 공사를 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 허가가 났고, 지금은 주택 건설을 위한 토목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죽동숲 나무를 무단으로 자르고, 갈아서 톱밥을 쌓아 놓거나 깔아 놓아서 또 다른 나무들도 생육 환경이 나빠져서 죽게 만들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쌓아놓은 톱밥산
 죽동숲 나무를 무단으로 자르고, 갈아서 톱밥을 쌓아 놓거나 깔아 놓아서 또 다른 나무들도 생육 환경이 나빠져서 죽게 만들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쌓아놓은 톱밥산
ⓒ 은구비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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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인근 다른 지번에 대한 개발 허가 신청이 다시 접수되면서 부터이다. 이 지번은 2011~2013년에도 허가 신청이 접수되었으나 입목본수와 경사도가 적합하지 않아 개발 불허가 된 땅이다. 또한 산림훼손과 경관 복구 시정이 되어있는 상태였으나 주민들 모르게 산에 있는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고의로 죽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유성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의 입장은 과거와 달리 허가를 위한 경사도 조건이 완화 되었고 과거 훼손이 있었으나 복구완료 되었고, 그 이후 건축 허가가 들어왔기 때문에 적법하므로 산지관련법에 의거 허가 의견으로 건축과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경사도 문제와 과거 불법훼손 등의 문제를 들어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로 건축허가가 보류된 상태라는 것이 건축과 담당자의 설명이다.

은구비마을 주민들은 "개발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며 "유성구청은 인력부족을 핑계로 감시,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불법 훼손은 문제 삼지 않고) 보존 조건이 미달되었으니 개발허가를 내주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이라며 허가가 나는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유성구청의 죽동숲 보전에 대한 어떤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유성구청장 면담을 하고 산림청에 민원을 넣고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주택지로 바뀌어 가는 숲을 보며 이러다가는 죽동숲 전체가 머지않아 사라질 거라는 위기감에 처했다.

사실 이러한 산림훼손을 통한 난개발은 죽동 숲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일보>는 6월 20일자 '9부능선 깎아 타운하우스로... 지독한 용인 난개발'이라는 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유지임을 내세워 개발 이익을 보려는 쪽과 환경을 위해 도시 숲을 지키려는 주민들 사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유성구청이 나서서 보상 또는 매입을 통해 도시공원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토지 소유주와 간담회를 하고, 유성구에서 공론화 위원회를 설치해 죽동 숲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마련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은구비마을 주민들은 엄격한 법 집행을 유성구에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이 불법 훼손되고 있는 현 상황을 유성구청이 수수방관 하는 사이 개발허가가 이뤄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자체의 산림법이 너무 허술하니 산림법이 더 강화되어 숲을 지키기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숲을 만든다고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죽동 숲처럼 기존 숲을 잘 보존하고, 가꾸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둔산센트럴파크 조성(2000억 원)을 지난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지난 3월 실행계획 수립에 이어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5%의 추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숲 조성도 의미 있지만 기존의 월평공원과 매봉공원 그리고 죽동 숲을 어떻게 지키고 가꿀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마련도 필요하리라 본다.

태그:#죽동숲, #산림불법훼손, #유성구청, #숲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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