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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마을활력소 ‘천연옹달샘’ 운영위원회의 임영 총무(왼쪽)가 서울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에게 천연옹달샘의 활동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마을활력소 ‘천연옹달샘’ 운영위원회의 임영 총무(왼쪽)가 서울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에게 천연옹달샘의 활동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 천연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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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서 PC방이나 카페를 간다고 하는데, 이곳을 찾는 친구들은 다릅니다. 학교 장기자랑 준비한다며 춤 연습도 하고, 악기 협연도 하고... 한번 온 후에는 마음에 든다며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에 위치한 '천연옹달샘'의 운영위원회 총무를 맡은 임영씨의 어조에는 자부심이 한껏 묻어난다.

천연옹달샘은 2017년 3월 문을 연 서대문구의 '마을활력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먹거리, 범죄, 양극화 등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복원, '사회적 우정'의 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독려했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조성 단계부터 주민 주도로 운영하는 공간이 '마을활력소'다.

2012년 3월 서울시에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래 이런 식으로 서울 곳곳에 세워진 마을활력소는 41곳에 달하지만, 공통적인 숙제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 50년간 사용되다가 수명이 다한 폐 가압장(수돗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주택가로 보내는 시설)을 리모델링해 '마을 사랑방'으로 만든 천연옹달샘은 주민들의 노력이 공간 활성화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1차 리모델링 당시 서울 서대문구 ‘천연옹달샘’(위)과 2019년 현재의 모습.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있는 ‘파란 지붕이 있는 흰 집’을 모델로 1차 완공했으나 “병원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지금 모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2016년 1차 리모델링 당시 서울 서대문구 ‘천연옹달샘’(위)과 2019년 현재의 모습.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있는 ‘파란 지붕이 있는 흰 집’을 모델로 1차 완공했으나 “병원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지금 모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 천연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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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천연옹달샘의 임대료 및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하고, 서대문구는 공간지기 2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이용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운영위원회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는 구조다. 리모델링 공사비를 포함해 서울시가 이 공간에 들인 비용이 4억 1600만 원에 달한다.

연면적 165㎡(50평)의 2층 건물은 마을 주민들의 독서모임과 스터디, 독립영화 상영 등의 공간으로 쓰인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2017년 3월 문을 연 이래 대관 2500건, 누적 이용자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대관료는 2시간에 1만원, 서대문구 주민은 50% 할인).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의 연령별 공동체가 '친친'이라는 통합브랜드로 배움터를 마련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성인 배움터인 '친친동아리'가 노인 대상의 스마트폰 교육 및 요리 교실을, 청소년 동아리인 '친친탐방대'는 뮤지컬 수업을, 어린이 대상의 '친친놀이터'는 또래들의 놀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세대가 한 공간을 같이 이용하는 것으로 생기는 '불편함'에 대해 임영 총무는 "어린이들이 (집) 밖에서 배워야 할 공공예절을 이곳에서 배운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법,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법 등등을 천연옹달샘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는 얘기다.

'친친탐방대'에 참여하는 청소년에게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봉사 점수를 부여한다. 아무런 보상 없이 열정과 희생만을 요구해서는 마을공동체가 지속하지 못하고 단명한다는 것이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으로 연령별 모임을 둘 정도로 세분화된 운영위원회는 오늘의 천연옹달샘을 있게 한 핵심이다.
 
2018년 11월 10일 서대문구 마을 축제(천연·충현 도시재생 동감)에서 천연옹달샘은 알쏭달쏭미로, 옛날문방구, 놀이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8년 11월 10일 서대문구 마을 축제(천연·충현 도시재생 동감)에서 천연옹달샘은 알쏭달쏭미로, 옛날문방구, 놀이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 천연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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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옹달샘은 2015년 11월 6일 운영위원회를 처음 만들 때부터 영리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마을 자치공간을 이용한 수익 사업들이 오히려 주민들의 반목을 부추기고 공동체를 와해시킨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그러한 뜻이 모여 2017년 3월 15일 비영리법인으로 전환됐다.

특정 연령층이 독점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천연옹달샘 운영위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다. 오전에는 성인, 늦은 오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쓰도록 하는 시간대별 맞춤 전략이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는 편이라고 한다.

이준학 서울시 공동체공간조성팀장은 "서울의 마을활력소 사업은 시의 직영과 민간 위탁, 시-구청-주민의 협업이라는 세 가지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관이 지원하되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천연옹달샘의 실험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마을공동체, #천연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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