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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들이 낸 용기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제보의 대상이 된 이들은 제보자를 향해 날카로운 칼을 휘두른다. 색출된 공익제보자들은 이들에 맞서 외롭게 홀로 싸워야 했다. 이들의 용기로 수년간 감춰진 추악한 비리들이 세상에 드러났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삶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 이들의 삶을 추적해본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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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공익제보자가 피고인석에 선 까닭은?

회사 내부 비리를 관계 당국에 고발한 뒤 회사로부터 '사전자기록변작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진 전형진씨.

깨끗한나라(주) 계열사인 보노아는 지난해 7월, 전씨가 회사 근태관리시스템에 무단으로 접속, 188일에 달하는 출퇴근 기록을 불법적으로 수정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순간 공익제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뒤바뀐 전씨는 최초 검찰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보노아 측의 고소장에 근거해 지난해 10월, 전씨를 '사전자기록등변작'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전씨가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수정 입력하여 연장근무 시간을 조작함으로써 회사에 허위의 연장근무 수당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전형진)은 2017.10.4. 13:10경 위 피해자(보노아) 회사 사무실에서 근태관리시스템인 세콤 매니저 프로그램이 설치돼있는 담당자 A의 컴퓨터를 켜고 미리 알아두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접속한 다음, 자신의 출퇴근 결과를 조회한 후 수정화면에 들어가 2017.2.25.자 출퇴근 시간을 변경입력 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같은 날 14:44경까지 총 188개의 출퇴근 시간을 변경 입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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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공소사실 사실일까? 꼬리 무는 의혹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특정한 범행일시는 2017년 10월 4일. 추석 연휴이던 이날 전 씨가 회사에 출근한 뒤 오후 1시 10분부터 오후 2시 44분까지 자신의 출퇴근 결과를 조회하고 188개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을 조작했다는 것이 검찰 측의 공소사실의 요지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지난해 12월 열린 첫 공판 이후 이달까지 6개월간 모두 6번의 재판을 통해 검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났다.

근태기록이 불법적으로 조작됐다던 2017년 10월 4일 오후. 그 시각에 전씨가 근태기록 조작행위가 있었던 사무실이 아닌 인근 사찰에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는 증언들이 쏟아졌기 때문.

실제 범행이 일어났던 날(2017.10.4) 회사에서 천막 창고 공사 작업을 하던 한 인부는 지난 1월 18일에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당시 법원이 작성한 증인신문 녹취서에 따르면 인부 B씨는 "(전형진이) 제사를 지내고 일이 거의 마무리 단계일 때 왔다. 차가 들어오는 것을 봤다. 그래서 지게차 키를 반납하고 전원을 끈 다음에 퇴근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사가 '몇 시에 퇴근 했나?'라고 묻자 B씨는 "4시가 넘었고 5시는 좀 안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사건 당일 공사현장 인부들이 출근한 시각은 오전 7시. "아침에 전 씨가 제사를 지내고 온다며 공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봤다"던 B씨의 증언대로 라면 전 씨가 아침에 나간 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

검찰이 근태기록이 조작됐다고 밝힌 범행 시각 오후 1시 10분부터 오후 2시 44분까지 전씨가 회사 사무실에 없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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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증거 없는 검찰, 쏟아지는 무죄 증거

이뿐만이 아니다. 전씨가 당시 근태기록이 조작된 시각에 사무실이 아닌 사찰에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충북 음성군 소재 ○○암의 주지 C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전씨가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3~4시까지 사찰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C씨는 "피고인이 추석에(2017.10.4.) 장인, 장모와 집사람, 아이와 함께 사찰에 왔다"며 "11시쯤 와서 함께 기도하고 얘기하고 밥을 먹었다. 당시 다른 신도들과 같이 있었고 그 수가 1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과 헤어진 시각이 언제였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점심을 먹고 갔으니까 3~4시는 넘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결국 공사장 인부 B씨, 사찰 승려 C씨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전씨의 알리바이가 증명된 것.

전씨는 "당시 가족들과 추석에 사찰을 찾았다. 내가 근태기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그 시각에 난 사무실에 있지도 않았다"며 "누가 나 대신 근태기록을 조작해 나를 곤경에 빠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징역 2년 구형한 검찰, 21일 선고 결과는?

"피고인 전형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합니다" 결국 검찰은 이 같은 증인들의 증언에도 공익제보자인 전형진씨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소사실 그대로 전씨가 지난 2017년 10월 4일, 오후 1시 10분부터 오후 2시 44분까지 188개의 근태기록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의 구형대로라면 증언에 나선 B·C씨 모두 위증을 한 셈이다. 검찰은 마지막 공판일까지 피고인 전형진이 그 사건 범행 당시 사무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그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에 피고인 전씨의 변호인은 검찰에 구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최후변론을 펼쳤다.

"보노아에서 근무해온 피고인은 회사의 무단폐수방류, 제조기록서 및 위생물 실험일지 조작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을 침해한 회사의 위법행위를 알린 내부고발자입니다."

"피고인은 단지 두 아이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처럼 못 본 척하지 않고 용기를 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용기의 대가가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피고인은 크게 좌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잘못된 것을 봐도 못본체 할 것 같다고 피고인은 말합니다. 어렵게 용기를 낸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공익제보자' 전형진씨의 선고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충주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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