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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작은 책방 꾸리는 법>(2019, 유유) 내용을 작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서평입니다. - 기자말

대략 4~5년 전쯤인 것 같다. 동네책방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책방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전국의 특색 있는 동네책방도 소개되어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동네책방을 찾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SNS 공간에는 작고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동네책방과 감각적으로 큐레이션 된 책을 촬영한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동네책방에 환호한 분위기가 책에 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임대 계약 기한인 2~3년이 지나면 책방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기도 했다. 그런 사업적 승패와 상관없이 여전히 책방지기를 꿈꾸는 사람도, 그 꿈을 접는 사람도 많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을 낸 작가이자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책방지기이기도 한 윤성근에게 십여 년 책방을 꾸려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라는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2007년부터 시작했다. 12년째이다. IT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어릴 때부터 글자와 책을 좋아한 영향인지 퇴근만 하면 책방으로 달려가 서점원들 곁을 맴돌고 책방 일을 엿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나름 철저하게 사업 계획도 세우고 이제야말로 책방을 꾸릴 때라는 견고한 확신을 가지고 야심차게 시작했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윤성근 대표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의 한때.
▲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윤성근 대표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의 한때.
ⓒ 이상한나라의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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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철저하게 사업 계획을 세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책방이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었나. 실제로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뭔가 비현실적이다. 말수도 적고 모호한 눈빛으로 항상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데 도무지 어디를 보는지… 책방을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업자(책방 주인)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아니다. 유심히 보라. 온종일 아무 일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뭐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책방지기들은 늘 자기 책상을 정리하거나 책의 위치를 나름의 방식으로 바꾸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주로 누가 어떤 일을 시키거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을 때 그러고 있으니 딴짓을 한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에드워드 실즈도 '책 장사에 투신하려면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아주 유쾌하지만 정신 나간 방식으로 다소 바보 같아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방이 사업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크게 한몫 잡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한다면 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한 사업은 되도록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터를 잡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업이다. 그래서 규모는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최대 100제곱미터에, 가게를 차리는 총비용은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포함 총 5천만 원 정도로 제한했다."

- 성공적이었나? 서울책방학교 기획자이자 강사로도 활동하고 또 초청을 받아 일본 도쿄 진보초와 일본 문화청에서 한국의 작은 책방들에 대한 강의를 한 것으로도 안다. 2018년에는 서울시에서 우수 서점 표창을 받기도 하시고, 이렇게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이라는 책을 쓰실 정도이니 꽤 만족하실 것 같다.
"글쎄. 만족이라… 끊임없이 아름다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사업 계획을 세웠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야심차게 책방을 열었는데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태반이었다. 매일 새로운 형태의 역경과 시련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졌다. 하루하루 견디며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 경험을 쌓아왔다. 그래서 지금 책방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책방 창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께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고 싶어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을 쓰게 되었다.

-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면?
"이를테면 혼자 꾸려나가기에 적당한 책방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책방으로 공간을 임대할 때는 어떤 조건들을 따져 봐야 하는지, 책방 이름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짓고, 서가는 어떻게 꾸며야 하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 어떤 이벤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홍보는 며칠 전부터 해야 하는지 등등. 예비 책방지기나 초보 책방지기들이 궁금해할 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거의 모두 다루려고 애썼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윤성근 지음(2019, 유유)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윤성근 지음(2019, 유유)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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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들어도 책방 창업 A to Z인 것 같다. 이벤트라는 단어를 들으니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 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떠오른다. 책방 행사의 달인이라 불리며 늘 성공적인 이벤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결을 말해줄 수 있나?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찌 매번 성공하겠나. 그래도 LP 클래식 음악 감상회, 영화 상영회, 라이브 공연, 책 만들기 워크숍 등은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나는 성공적인 이벤트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많이 잡아도 30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마저 마음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이벤트를 매번 훌륭하게 치를 수 있다는 환상은 아예 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 성공적인 이벤트를 하려면 적어도 1~2년 정도 그 지역 공동체 안에서 믿음을 키워야 한다. 책방은 이벤트 회사가 아니다. 책방이니까 사람들로부터 믿음직한 책방이란 인식을 얻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 어떤 행사를 기획해야 하고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고 행사를 마친 다음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웃음) 책에 모두 풀어놓았다."

- 역시, 책을 판매하는 수완이 대단하시다. (웃음) 그런데 역시 책을 파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2~3년 안에 문을 닫는 작은 책방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책방지기에게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책방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한 달 평균 매출은 얼마인지, 여전히 책방에서 나는 수익으로 먹고사는 게 가능한지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책방에는 책을 보러 오는 손님도 있지만 책방 꾸리는 법이 궁금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처음 말씀드렸듯 12년 정도 이어오고 있는데 작은 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단순히 물건(책)을 사려고 그곳에 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책방을 책처럼 읽는다. 그들에게 작은 책방은 책 그 자체인 것이다. 

재미있어서, 위로가 되어서, 도전 의식을 주어서… 이런 다양한 의미로 사랑받는 책을 사람과 연결하고 또 그곳에 온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야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책방이 사람과 사람이 느슨하게 엮여 있는 신뢰의 공동체가 된다면 더없이 좋다.

책방에서 나는 수익'만'으로 먹고사는 게 가능하냐고? 솔직히 작은 책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도 꽤 자세히 현실을 언급했는데 결과적으로 순이익 2백만 원을 남기려면 정가 1만 원짜리 책을 날마다 130권씩 팔아야 한다. 기껏 한두 사람이 일하는 작은 책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먹고살려면 책 판매 이외에 다른 방법도 동원해 수익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윤성근 작가는 어떤 다른 방법을 동원하고 있나?
"나는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북토크나 인터뷰, 방송 출연 섭외도 꽤 있다. 책 아닌 다른 물건을 팔 수도 있고, 커피 같은 음료를 판매할 수도 있고, 독서 모임이나 워크숍 등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사실 몇 가지 있지만 시간상 한 가지만 꼭 말하겠다. 그렇게 책방 이외의 일을 하다 보면 그쪽의 수입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책방 이외의 일이 아무리 수입이 많다고 하더라도 책방을 2순위로 미루면 안 된다. 

책방을 하기로 했으니 우선순위는 항상 책방이다. 그래서 나도 아무리 섭외가 많이 들어와도 책방을 너무 오래 비워 두지 않도록 조절한다. 한 달에 최대 열 번까지만 이벤트 섭외에 응한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이유는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실무 노동자이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 정말 동감한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주인장이 없거나 문이 닫혀있으면 솔직히 다시 찾기 힘들다. 자, 어느덧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초보나 예비 책방지기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방들이 한순간 많이 생겨났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해와 갖가지 편견 속에서도 작은 책방이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여전히 무모한 사업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자기만의 새로운 책방을 꾸려 일해 보고 싶다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의 이 모든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길은 내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이니 가지 않으면 길도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방, 멋진 책방, 잘나가는 책방, 돈 잘 버는 책방… 사실 이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미도 각자가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이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 - 책과 책,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

윤성근 (지은이), 유유(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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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