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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립도서관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초청 '공론화' 주제로 포럼개최

-7월 도시형폐기물처리시설 효율적 운영방식’ 공론화 앞두고 춘천 시민, 공무원, 학계, 각계각층 참여.
19.06.19 20:45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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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5일) 춘천시립도서관에서는 '공론화모형 설계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하는 '춘천인문포럼'이 열렸다.
 
춘천인문포럼은 시민들의 인문학적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에 관한 다양한 의견 소통의 발판을 위해 춘천시립도서관이 기획, 지난 4월부터 홍성구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아 진행해왔다. 포럼은 강사가 주제를 발표한 뒤 청중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6월 포럼은 공론화에 관한 춘천지역사회의 관심과 열기를 반영하듯 지역시민, 언론, 시민단체, 춘천시 부시장을 포함한 관련 공무원 30여명이 참여했다.
 
 
춘천시립도서관 입구. 인문포럼 대형 포스터 안내가 눈에 띈다. ⓒ 설현정
  

 

공론은 공익에 가장 부합하는 의견
은재호박사는 공론을 정의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생활을 국가가 세금과 정책수단을 가동해 보장해야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2007년 1월 26일 제정)
 
공론이란 공론화를 통해서 만들어낸 집단의 의견입니다. 이 공론은 공익에 가장 부합하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사회 구성원의 의사를 모아놓은 '중론(衆論)'과도 다르고, 중론의 평균치를 낸 '여론(輿論)'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공론이란 특정사안에 대해 여럿이 함께 논의 숙고하여 사회의 공적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된 공공의 의견으로 한 시대를 이끌어갈 정론(正論)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론화란 무엇일까?

 
현대적 의미의 공론화란? 이해당사자(공론 참여자) 간 직접적, 안정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반복적(숙의적)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가동하여 잡음을 제거해가는 과정 ⓒ 은재호
 

'공론에 부치다라'는 말에서 보듯, 여럿이 모여 함께 의논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대화를 하지만 단 둘이서 대화를 해도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수신 오류가 생긴다. 이런 수신 오류의 원인으로는 개인이 가진 '고정관념'도 있겠고, 상대의 이야기를 모두 수용하지 않고 선택해서 수용하는 '선택적 수용', 그 외에도 자기 동조화, 확증편향 등이 있다. 그런데 여럿이 모여 논의 하려면 더 많은 소통의 오류가 생길 것이고, 여기에 더해 가짜뉴스, 댓글부대 등 '기획적 잡음'들이 섞일 때는 공론화에 더 큰 오류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오류들을 극복하며 공론을 만들어가기 위한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의 공론화는 '이해당사자(공론 참여자) 간 직접적, 안정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반복적(숙의적)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가동하여 잡음을 제거해가는 과정'라고 봐야겠다.


 
공론화에 대해 강의중인 은재호부원장 ⓒ 설현정
 

좋은 공론화를 위해 학습과 숙의 보장 꼭 필요
은부원장은 공론화를 진행하고도, 시민들에게 그 결과가 수용되지 못한 공론화의 실패사례들을 들며, 좋은 공론화를 위한 조건으로
⏏ 직·간접적 이해당사자는 물론 일반시민의 참여, ⏏ 공론 참여자의 학습과 숙의 보장, ⏏ 다수결보다 이해와 공감에 기초한 합의형성의 노력 등을 들었다.
 
공론장에서의 학습과 숙의는 참여자의 합리적 논의를 촉발해, 감정적 접근에서 논리적 접근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다수결에 의한 결정보다, 참여, 대화, 이해, 공감에 기초하여 합의 형성을 지향하는 노력은 표결로 인한 분열을 예방하기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좋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된 퍼실리테이터이 역할 또한 중요한데, 누구나 고르게 발언 할 기회의 보장, 상대의 의견에 대해 비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적인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론장에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이해당사자인데, 왜 일반시민이 결정하느냐'며 종종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은부원장은 "이해관계자가 결정할 문제가 있고, 아닌 문제가 있다. 이해관계자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이익에만 빠질 우려가 있으며, 그래서 사안에 따라 그 이슈에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청취하도록 기획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공론화를 기획할 때는 반드시 이해관계자의 당면한 문제들을 포괄해서 공론화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론화의 결과가 이해관계자에게 수용된다. 그래서 큰 틀의 방향은 일반시민들이 도출하고, 공론화 이후 협상과 조정과정을 통해 공론이 이해관계자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론화란 이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공론화란 공론을 만들어가는 총체적 과정이다.
 
 
 
<표1. 공론화 방법비교> 공론화의 방법은 위의 표에서 보듯,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시나리오워크숍 등 주로 사용되는 방법 외에도 조정 및 중재부터 공론조사, 자율적 학습공동체까지 다양하다. 공론화란 공론을 만들어가는 총체적 과정이다. ⓒ 은재호
 

춘천시 7월부터  '춘천시 도시형폐기물처리시설 효율적 운영방식' 공론화
춘천시는 '춘천시 도시형폐기물처리시설 효율적 운영방식'에 대한 공론화를 준비 중에 있다. 공론화의 목표는 춘천시 쓰레기 처리(소각장, 재활용 선별장)를 민간위탁(현재 운영방식), 지방자치단체 직접운영, 지방자치단체 설립 공단 등 출자법인 운영 중 가장 적절한 방식 선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춘천시 도시형폐기물처리시설 위탁업체 변경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승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해고된 노동자 41명이 2017년 8부터 16개월간 천막농성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 공론화를 이끌고 있는, 김윤정 시민주권위원회 공론화분과장은
"우리 춘천의 쓰레기 처리의 가장 효율적 방안이 무엇일지 시민의 공론화를 통해 도출해 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늘 강의가 앞으로 만들어갈 공론장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래는 포럼 참석자들과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문과 대답들이다.
 
6월 춘천 인문포럼에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춘천시민들의 공론장,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엿볼수 있었다. ⓒ 설현정
 
<질문 1>
광범위한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한 결정을 위한 공론을 했는데, 15명이내의 소수가 공론을 했고, 결정을 했다. 하지만, 다른 시민들은 공론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결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데. 공론을 확대하자고 하면, 이전의 공론을 무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것 이다.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대로 된 홍보 없이 몇몇이서 진행된 공론은 허구다. 공론화의 포괄성, 투명성을 보장해야한다. 프랑스 경우 공론화 홍보물을 길거리에서 배포하고 가가호호 홍보를 한다. 그래서 공론화 가 대개 1년에 걸쳐 이루어진다. 사전 홍보와 사후 분석에 그만큼 치밀하다는 이야기다. 또 공론화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처럼 중요한 문제는 의제를 달리하며 1차, 2차, 3차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질문2>
춘천시는 시민주권을 보장하기위해 올해부터 시민주권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홍보도 부족한 상황인데, 시작부터 시민의 대표인 의회가 있는데 또 다른 위원회가 왜 필요하냐는 목소리들이 있다. 특히, 시의회의에서 그런 목소리들이 있는데...,

 
일단 시민주권위원회의 미션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야한다. 위원회 위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리를 펴는 역할만 해야 한다. 공론을 위한 그라운드 룰(토론의 규칙)을 정할 때도 그 이슈 관련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이 정하도록 해야 한다. '위원회 위원은 시민의 조력자일 뿐이다.'라는 태도를 취해야 그런 의문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공론화에서 시의원들의 참여는 중요하다. 의원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야한다. 테이블 참여자로 참여할 수 도 있고, 전문가로서 의견을 발표하도록 할 수도 있다.
공론화가 확산되면, 시민 대표로서 의원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다. 하지만 의원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큰 사안들을 결정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대한 문제까지 일일이 결정할 수가 없다. 공론화는 시민들이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의 참여를 확대하고 구조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는 상보적(보완적) 관계에 있을 뿐, 결코 대립적이지 않다. 애초부터 공론장과 의회는 민주주의의 시원을 이루는 두 축이다.
 
 
<질문3>
공론화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참여하는 시민들이 적다. 또 공공의 이슈에 대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할만한 역량이 시민들에게 없는데, 제도가 무슨 소용이냐는 이야기들이 있다.
 
삶의 형태와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80년대 만해도 삶의 행태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만해도 우리 국민의 질서의식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지하철에서 줄서는 문화를 보면서 외국인들이 감탄한다. 줄서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순서' 개념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은행에서 '번호표'라는 제도가 나오면서 그것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제도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행태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질문4>

마지막으로 참여한 춘천시민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이명박정부 때부터 정부의 소통문제를 개선하기위해,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근혜정부 때에는 공론화 프로세스를 더욱 정교화 해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문재인정부 들어서서야 비로소 신고리 원전 관련 이슈에 공론화가 도입되었다. 대통령이 공론화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참여자들의 열의와 책임감이 높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공론화의 법제화를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이런 중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먼저 공론화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자체의 행정행위는 생활현장에 밀착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론화의 효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얼마 전 공론화를 도입한 10여개 지자체 사례를 살펴본 결과,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인 부분은 아직 아쉬움이 많았다. 공론화는 그동안 정치인, 행정가의 책상위에서 결정되는 정책들을 시민의 학습과 숙의에 기반 한 공론장으로 이끌어내고, 시민들의 참여가 반영되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이런 공론장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었을 때 자칫 '공론화해봐야 별거 없다'는 공론화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 공론화와 같은 숙의민주주의 제도마저 오용되고 남용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앞날이 걱정된다. 공론화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고 싶다.
춘천시가 제대로 된 공론화 사례를 만들어주시길 기대한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ENS-Cachan)를 졸업, 정치학박사.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한 갈등해결방안 연구(2008.12), 참여적 의사결정 기법의 제약요인 연구(2009.06), 프랑스 공공토론위원회의 한국 내 도입방안 연구(2014)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갈등 예방을 위한 연구와 신고리 원전 공론화 프로세스 설계 등의 활동을 해왔다.
공론화, 거버넌스, 갈등해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최근엔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 단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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