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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5000원이 돼도 괜찮을 겁니다, 다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주장이 아니다. 상인들이 모인 사용자 단체의 주장이다.

소상공인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아래 한상총련)는 지난 17일 최저임금연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등 노동계와 '노동자-중소상인 역지사지 간담회'를 연 뒤, 공동 성명서를 냈다.

한상총련은 이 성명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공정한 경쟁, 경제민주화를 위한 중소상인 자영업 시장 보호 조치는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한상총련 소속 회원은 대략 10만 여명, 제법 큰 규모의 사용자 단체가 '최저임금 인상'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상총련은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와 함께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를 개최했고, 한국노총과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5개 사용자단체가 지난 15일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것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노동계가 아닌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방기홍 한상총련 회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는 대기업 독과점 시장과 불공정 거래"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최저임금이 1만 5000원이 돼도 자영업자들이 지급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방 회장과의 일문 일답.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과 박원순 서울시장,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이 제로페이 활성화와 경제민주화 추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9.6.10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과 박원순 서울시장,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이 제로페이 활성화와 경제민주화 추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9.6.1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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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사용자단체로는 이례적인 성명인데,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게 된 배경은 뭔가?
 
"자영업자들이 만원도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맞다. 악순환 고리 끊지 않고는 상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만 원 조차 지불 못하게 한 원인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한 가지가 최저임금일 수 있다. 최저임금 아닌 다른 문제를 해결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오르거나, 내려간다고 해서 자영업자 매출이 늘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어려운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근본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 독과점이다. 내수 시장 대부분은 소수 대기업들이 독과점을 한다. 마트의 경우, 대형마트가 동네 시장까지 진출했다. 치킨집이나 편의점, 피자집, 카페도 모두 프렌차이즈 대기업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노동자들은 곳곳에 포진된 대기업 마트, 카페를 간다. 자영업자 가게에 오지 않는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진작을 시킨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자영업자에게 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독과점 구조가 해소돼야, 자영업자들이 살아갈 생태계가 마련된다. 프렌차이즈 가맹점도 매출은 있는데 내(프렌차이즈 자영업자) 수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가맹 본사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수탈적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선해서 대기업이 포화된 시장에 더 진출하지 못하게 하고, 자영업자로부터 과도한 이윤을 가져가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정부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새 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은 거의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카드 수수료 약간 조정된 것밖에 없다. 법을 바꾸는 것은 자유한국당 반대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가진 재량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주길 바란다. 입법이 어렵다면, 정부와 지자체 등의 권한을 행사해서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주고, 어려운 자영업자를 도와줄 수 있다. 자영업 보호 대책을 선도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사용자 단체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소속 상인들이 수입이 좋아서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 동의한 것은 아니다. 똑같이 어렵다. 하지만 상인들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한 상인들의 목소리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된다고 하면, 자영업자 수익이 늘어날까? 근본적으로 자영업자 매출이 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이다. 우리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동자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이 1만 5000원이 되도 좋다는 파격적인 말도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대기업 시장 진출이 규제되고, 모든 불공정 거래가 없어지면, 최저임금이 1만 5000원이 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지급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지역사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 상품권 사업의 경우, 독과점 대기업 시장에 모이는 수요를 골목상권과 자영업 시장으로 돌릴 중요한 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확산되고 매출이 늘어나면 된다. 우리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시장을 넓혀주고, 자생력을 확보할 터전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노동단체와 시민단체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가 꾸준히 노동계와 소통하면서, 노동자들도 자영업자의 어려운 문제를 알게 됐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서로 입장을 잘 모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우리 같이 생각하는 상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상인들도 노동자들이 어렵게 사는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한다면 희망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도 올리면서 자영업자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을 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노동계와 연대하고, 서로 입장을 들어볼 생각이다"

 

태그:#최저임금, #방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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