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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는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차례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강정구 교수의 학술적 견해를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지식인들의 활동폭을 편협하게 만든다. 지식인들은 본연의 역할인 학문탐구와 발전에 있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의 지적성장은 멈추어 버린다. 강정구 교수는 이러한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국가보안법과 싸워 왔다. 청년담론은 2018년 12월 29일, 충정로역 근처에서 강정구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년 간 42번 재판"
 
 2007년 10월 1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청와대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2007년 10월 1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청와대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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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이었고 그게 왜 일어났는지 들어보고 싶다. 
"2001년이었다. 2000년에 6·15공동선언이 있었고 2001년에 6·15 합의에 따라 8·15해방절 행사를 평양에서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그때 내가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을 하고 있어서 평양에 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평양에서 조금 떨어진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라는 곳을 갔다. 남쪽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가는 행사의 일환이었다. 근처에는 바로 '만경대 학원'이 있었다. 

만경대 학원의 본래 명칭은 '만경대혁명열사유자녀학원'이다. 이곳은 일제강점 당시 부모의 항일 무장투쟁으로 고아가 된 자녀들을 모아서 보살펴 준 곳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싸우다 희생한 사람들의 자녀들을 나라가 보살펴 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 아닌가. 어쨌든 만경대 학원을 갔는데 방명록이 있었고, 함께 간 일행들과 함께 방명록을 작성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고 썼다. 만경대 정신이라는 건 그야말로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들을 역사가 고평가하고, 그분들뿐만 아니라 그 자손들까지도 챙겨주는 그 정신을 말한 것이다. '이게 확산이 되면 이제 모든 사람이 나랏일에도 힘쓰고 민족을 위해 힘쓰고 그러다 보면 평화 통일을 이룩하는 것도 빨라지지 않겠느냐'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후 늦게 호텔에 들어오니 아주 시끄러워졌다. 이미 내 행동이 남한 언론에 보도가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과거 대학에서 강연했던 내용까지 전부 들춰내 '친북좌빨'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남한으로 돌아와선 구속을 살았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 딱 한 번 재판이 열렸다. 판사들도 '어디 가서 방명록 쓴 거 가지고 재판을 받느냐'는 입장이었다. 재판은 2005년까지 4년 정도 중단이 되었다. 

2005년은 내가 환갑이 됐던 해였다. 내가 해방 때 태어났다. 내 환갑이 곧 분단의 환갑이라고 생각했다. '분단을 끝장내고 통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04년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강연을 다녔다. 당시 인천에서는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맥아더에 대해 학술대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 가서 발표를 했다. 이후엔 맥아더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 <데일리 서프라이즈>라는 매체에 한 60쪽 정도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용 중엔 '6.25는 통일 전쟁이다. 남과 북 모두 통일을 목적으로 전쟁을 한 것 아니냐. 그러니까 통일 전쟁이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글로 인해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

2010년 12월에 최종 대법원판결이 났다. 2001년 8월 시작해 2010년 12월에 끝났으니 거의 10년 만에 끝이 난 것이었다. 그사이 재판을 무려 42번 받았다. 조사는 한 20번 정도 받았는데 그동안 나는 끊임없이 이론 투쟁을 한 셈이다. 내 학문적 목표는 냉전 성역 허물기다. 냉전 성역이라는 게 냉전 때문에 북이든 미국이든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문에는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이를 허물고 진리와 진실을 밝히고 그걸 세상에 알리고, 이에 근거해서 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게 학문의 사명이다. 나에게 재판은 이러한 나의 역사에 대한 소명 의식을 밝혀야만 하는 자리였다."

"분단체제가 개인의 생명권 위협해"
     
 2006년 3월 8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자신의 '필화 사건'의 의미에 대해 천막 강의를 하려했으나,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야외 천막강의 취소 후 실내로 장소를 옮겨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를 마친 참석자들은 동국대 교정에서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2006년 3월 8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자신의 "필화 사건"의 의미에 대해 천막 강의를 하려했으나,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야외 천막강의 취소 후 실내로 장소를 옮겨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를 마친 참석자들은 동국대 교정에서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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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환경, 페미니즘 노동 의제보다 통일문제나 남북관계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다른 사회 문제에는 관심이 많지만 남북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청년들에게 왜 한국 사회에서 분단 문제가 왜 중요한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과거 NL(민족해방·National Liberty) 세대만 하더라도 분단이라는 것 자체가 전혀 용납되지 않았다. 분단은 우리의 내적 요인보다는 미국의 대소봉쇄 냉전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은 우리 민족 구성원 누구하고도 분단을 논의하거나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우리 역사를 일본이 강제 병합해 식민지배한 것처럼, 분단 역시 미국이라는 외세에 의해 강제로 강요당한 역사이다. 거기에 남북 정권이 서로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가 끊임없이 전쟁 위험에 노출되면서 역사적 파행을 거듭했다. 우리는 일제에 식민지배를 당한 것은 역사의 파행이라 분명히 인식한다. 그러나 미국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분단은 역사의 파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의식의 도치화' 아닐까 한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부류, 소위 말하는 냉전 분단 세력들에게 분단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이 되니까 분단이 역사의 파행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지배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냉전 분단세력들과는 다르겠지만 젊은이들도 결과적으로 역사의 파행을 파행으로 여기지 않는 건 비슷한 인식이 아닌가. 물론 젊은이들이 그런 인식의 한계를 갖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젊은이들이 중시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분단 문제가 가지는 엄청난 모순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부여받을 권리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로부터? 사회와 국가로부터다. 개개인은 이것들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사회나 국가는 이를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 

인권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바로 '평화생명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게 가장 귀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바로 '목숨'이다. '뭐든 다할 테니 목숨만은 살려주세요'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생명권을 침해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다. 겨울철 거리에서 노숙하다가 얼어 죽거나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수 있다. 폭력에 의해 희생을 당할 수도 있다. 개인으로 혹은 집단으로 생명권의 침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명권 침해 중 가장 대규모로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는 게 바로 '전쟁'이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생명권이 무더기로 박탈당하는 것만큼 심각한 인권의 침해가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전쟁으로부터 해방이 돼서 천수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권리, 이는 천부적이고 당연한 권리다. 

현재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분단체제 때문에 우리의 평화생명권은 절대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분단체제가 해소되는 것, 이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인권을 신장시키려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분단 체제 자체가 반인권적이다."
  
"남북의 젊은 세대, 역사관에 대한 상승적 결합 고민했으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쪽이나 북쪽이나 우리 역사에 대해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 남북이 진정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려면 역사관을 바꿔야 한다. 남쪽에는 '몰역사적 결과론'이 있다. 몰역사니까 역사를 빼는 것이다. 현재의 결과가 좋으니 옛날도 좋았다는 식으로 옛 역사 중에 잘못된 걸 다 빼버리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엄청난 왜곡이고 반역사적인 행동이다.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어떤 인식을 바로잡고 조치를 시행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나 천안함도 진상 조사나 재발 방지가 없으면 다시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옛 역사에서 잘못된 걸 다 빼버리면 어떡할 것이냐. 

반면 북한은 '발생적 역사관'이라는 걸 갖고 있다. 남한과는 반대다. 발생 당시에 이랬으니까 우리가 아직도 이렇다. 옛날이 좋았으니까 지금도 좋다는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민족반역자들 다 쳐내고 토지개혁 한 건 잘한 것이 맞는데 이걸 가지고 지금의 권력분배나 우상화 이런 것들까지 다 정당화할 순 없다. 남과 북이 서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1+1는 2가 아니라 5가 되고 10이 될 수 있는 상승적인 역사관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현대사를 제대로 알고 북한 역사도 제대로 알고 우리 역사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를 끌고 나갈 사람은 젊은 세대다. 역사관의 상승적 결합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강정구 교수는 퇴직 후에도 평화통일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는 퇴직 후에도 평화통일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 김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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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면서 재판 과정 중에 있었던 강정구 교수의 법정진술 내용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공유하며 기사를 마친다.
 
- 변호사 : 혹자는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가 너무 비판적인데 치우쳐 학문으로서의 객관성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저는 저의 학문이 객관적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학문연구 결과가 객관성이 약한 것처럼 보이고 마치 학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왜냐면 저의 주 연구 분야가 현대사, 통일, 북한이고 이 분야의 연구주제는 대부분 냉전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되었기에 이것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마치 학문이 아닌 것 같고 객관성이 덜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한국전쟁입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을 보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이게 마련입니다. 저의 학문연구 결과가 마치 객관성이 약한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저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적 좌표인 민족, 민중, 비판 학문에 충실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 강정구 교수의 <탈냉전 평화통일시대와 국보법> 중에서

강정구 교수의 말처럼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이 끊임없이 감시 당하고 있다는 압박감과 자기검열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은 국가보안법의 파괴력이 단순히 신체를 구속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 살아갈 최소한의 양심과 사상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그만큼 상상력과 이론적 뒷받침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를 정체시키고 있는 주범인 셈이다.

[기획 / 문재인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논하다]
① 국가보안법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 http://omn.kr/1jn4t
② 평양냉면 칭찬? 마음만 먹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 http://omn.kr/1jn5e
③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 http://omn.kr/1jn4v
④ 판사도 감탄한 명연설, 재판정을 뒤집어 놓은 사진작가 ☞ http://omn.kr/1js8m
⑤ "박근혜 댓글조작 묻으려 간첩 조작... 가장 끔찍했던 건" ☞ http://omn.kr/1js8s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에서 함께 기획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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