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 위원장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 위원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매일 오전 11시 40분부터 20분간 서울 목동 SBS 사옥 곳곳에서는 '재벌 범죄 따라 하기 윤석민 아웃!', '독립 경영 파탄 주범 박정훈, 이동희 아웃!' 등의 피켓을 든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피케팅은 지난 3월 28일부터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아래 SBS 노조, 위원장 윤창현)를 비롯한 SBS 구성원들이 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방송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것. 2017년엔 대주주인 태영건설 윤세영-윤석민 부자가 동반 경영 퇴진했고, 올 2월엔 노-사-대주주 간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3월 28일 SBS 이사회가 SBS 경영본부에 경영관리와 자산개발 기능을 몰아주는 조직개편을 통과시키고, 3월 25일 윤세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은 윤석민 회장이 자회사 인사에 개입하면서 합의가 파기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3일 목동 SBS 사옥 내의 노조 사무실에서 윤창현 위원장을 만나 현재 SBS 노조가 왜 사측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건설 자본에 더 이상 회사 맡길 수 없어"  

- 지난 3월 28일부터 SBS 구성원들이 릴레이 피케팅을 하고 있잖아요. 두 달이 지났는데 회사에서 나온 반응이 있나요?
"저희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피켓 시위를 하다가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투쟁 방법을 바꾼 거죠. 모든 구성원이 부담 없이 끈질기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고 릴레이 피케팅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시겠지만 예전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다음 주자를 지명해서 릴레이 하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싸우는 거예요.

구성원들이 처음엔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다가 최근까지 노조가 연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사태 전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투쟁 장기화'까지 언급하니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예요. 그러나 윤석민 회장과 SBS 경영진은 사태 해결을 위한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요.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도 없고, 몇 달째 사장 포함 경영진 그리고 대주주는 노동조합과 접촉을 끊고 있어요."

- 그럼 노조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걸까요?
"결국 노조의 힘이 빠지지 않겠느냐는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간담회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드린 얘기가 있어요. SBS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이후 지상파 방송 재허가 탈락 위기에 몰립니다. 그 배경에 태영건설의 직할 체제에서 벌어진 온갖 방송 농단, 방송 사유화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내부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허가 취소' 같은 극단적 상황은 피해보자고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주체는 SBS 구성원이에요. 태영건설과 경영진이 아니라요.

그 뒤 정말 잘해보자고 만들어진 게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에요.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 태영건설은 약속을 다시 깼습니다. 방송 사유화해서 SBS를 태영 비서처럼 만들고 방송수익을 외부로 빼돌린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이 2017년 촛불혁명 이후에 방송개혁을 외치면서 대주주인 윤세영 당시 회장 부자를 SBS 경영에서 완전히 퇴진시켰죠. 태영건설이 SBS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2017년 9월 11일 윤세영 회장이 직접 사내방송을 통해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1년여 만에 뒤엎은 것입니다.

저와 노동조합은 결코 2004년 재허가 파동 때처럼 태영건설의 손을 잡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SBS 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이렇게 우습게 알고, 사유물처럼 방송사를 다루려는 건설 자본에 더 이상 경영을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이제는 대주주 자격을 구성원들이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자격이 없다고 판단이 내려진다면 우리는 그런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 그리고 전파의 주인인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지만,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국면까지도 염두에 두고 끈질긴 싸움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우리 조합원들에게 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우리가 지치길 기다린다는데 누가 지친다는 것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건 저희 생존이 걸린 문제라 지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지치면 남는 건 노예 같은 삶뿐이에요."
 
 SBS 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과 아들 윤석민 부회장.
 SBS 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과 아들 윤석민 부회장.
ⓒ SBS

관련사진보기


- 그럼 태영건설은 (소유·경영 분리)합의파기를 왜 이렇게 계속 한다고 보세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90년 민영방송이 다시 생겨난 배경은 80년 군부독재에 저항하고 광주항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화 운동이 있어서입니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통폐합 되었던 방송 자유를 다시 세우는 일환으로, 언론자유 지평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민방 설립의 사회적 요구가 있었죠. 그러나 그게 노태우 정권 아래서 설립허가가 이뤄지며 결국 군사독재정권과 연결된 태영건설 자본이 수혜자가 된 거예요. 

하지만 방송 사업자가 됐으면 사회의 민주적 질서를 확산시키고 인권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 만들었어야죠. 그런데 창사 이래 계속 보수진영 이해를 대변하는 불공정방송 해오다가 재허가 파동까지 자초한 것이고, 그 이후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권언유착을 이어가다가 철퇴를 맞는 상황이 된 거예요."

- 2월에 위원장님이 농성하셨고 노·사·대주주의 합의를 이끌어 내셨잖아요. 그런데 한 달 만인 3월 25일에 노조가 비대위를 꾸렸어요. 그때 SBS 노조는 "이번 합의는 SBS 수익 유출의 통로와 구조를 영구적이고 완결적으로 청산하는 것으로 노와 사, 대주주 간 10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셨는데 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건가요?
"윤석민 회장은 과거 SBS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미디어 홀딩스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지주회사 전체를 지배하고 SBS의 콘텐츠 유통기능을 SBS가 아닌 지주회사 밑으로 가져갔어요. 그게 콘텐츠 허브라는 회사고 그 회사를 통해 엄청난 방송 수익이 유출되었어요. 그러나 지난 2월 20일 합의를 통해 SBS 밑으로 가져온 거예요. 그래서 10년 갈등이 종결된다는 의미를 부여한 거예요.

근데 SBS로 경영권을 넘긴 콘텐츠 허브의 경영진을 윤석민 회장 마음대로 구성한 거예요(관련 기사: 태영건설 회장 고발한 SBS노조, '오너와 전면전' 왜?). 쉽게 비유해서 설명 드리면 집을 판 사람이 그 집에 계속 남아 자기 집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이건 결국 SBS 중심의 성장 전략, 그리고 SBS 중심의 공공성 유지 전략을 파투 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노조가 양보할 부분도 없고 용납할 부분도 없는 겁니다.

상법상으로 봐도 SBS 대주주는 미디어홀딩스고요. 미디어홀딩스 대주주는 태영건설이죠. 태영건설은 미디어홀딩스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겠지만 미디어 홀딩스 자회사인 SBS 경영에 관여할 이유도 없고 권한도 없습니다. 하물며 SBS 콘텐츠 허브 경영에 왜 직접 개입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무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경영행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합의 뿌리가 다 뽑혔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왜냐면 소유 경영 분리라는 기본 정신이 깨져서요."

노조는 지난 4월 2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SBS 이사회에서 최상재 전 전략기획실장이 폭로한 사실을 전했다. 이사회에서 "SBS가 경영권을 인수한 콘텐츠허브 이사회에서 SBS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윤석민 회장이 직접 지시했으며, 윤석민 태영 회장은 향후에도 SBS 인사들을 허브 이사로 수용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최 전 실장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소유·경영 분리 요구와 경영진 퇴진 요구는 맞물려 있어"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SBS 지배주주인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과 이재규 부회장, 유종연 전 SBS콘텐츠허브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앞서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SBS 지배주주인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과 이재규 부회장, 유종연 전 SBS콘텐츠허브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앞서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 대주주 측은 반발을 무마하면 된다고 보는 걸까요?
"노동조합이 보기에는 윤석민 회장은 SBS를 신뢰받고 존중받는 강력한 방송사로 만드는데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돈은 태영에서 벌면 되고 SBS는 말 잘 듣는 비서로 삼으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체력 강하고 튼튼해서 대주주한테도 입바른 소리 하는 방송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내 말을 하늘처럼 받드는 비서가 필요한 것이죠.

SBS를 총동원해서 경영위기를 넘긴 태영건설은 요즘 연간 몇천억 씩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BS의 내홍이 길어지고 신뢰도가 떨어지고 큰 폭의 적자가 나도 윤석민 회장은 아쉬울 게 없다는 식인 겁니다. 그러나 이런 무책임한 경영전략을 고수하는 대주주 아래서 SBS 구성원은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 태영건설의 소유와 경영 분리와 사유화가 계속 반복되는 거 같거든요. 답답하실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에는 끝내려고 합니다. 결론 내고 갈 것입니다. 이번엔 절대 어설프게 '합의' 같은 것 안 할 생각입니다. 속는 것도 한두 번이죠. 요즘 갑질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윤석민 회장이 SBS 구성원을 향해 하는 행위가 갑질이라고 생각해요. SBS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감히 어딜~'이라는 식으로 15년 전 독립 경영의 기본 약속까지 파기하고 있습니다. SBS에서 평생 일하고 젊음을 바쳐 일한 사람들을 모독하는 갑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주주와 사측은 노조의 항의에 반응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노조 등이 태영건설과 윤석민 회장의 불법 경영 혐의를 검찰에 고발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세 건의 범죄 혐의 하나하나가 대단히 위중하다고 보고요. 이것들은 방송사 대주주에 있어서 만에 하나라도 유죄 취지의 검찰 기소나 법원 판결들이 내려지면 그 자체로 이미 방송사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년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검찰 수사 결과는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업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를 지배하도록 놔두는 것은 방송법의 기본정신과 국민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현재 고발하는 혐의가 뭐죠?
"한 건은 태영건설 CEO인 이재규 부회장이 부인 명의로 회사를 만들어서, SBS 수익을 유출하는 통로인 콘텐츠 허브라는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200억 안팎을 챙겨간 의혹에 대해서입니다. 윤석민 회장과 이재규 부회장 등을 공정거래법과 배임에 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고요. 또 하나는 수익 모델이 전혀 없는 미디어 홀딩스 지주회사가 SBS를 포함한 다른 계열회사로부터 거액의 '경영 자문료'를 뽑아간 사례입니다. 일종의 갈취행위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이것도 배임 혐의가 명백해서 고발했고요.

나머지 한 건은 사안의 위중함 때문에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 위원회에서도 동참해주신 건인데, 재벌 2, 3세들이 자기 개인 명의 회사를 몰래 만들어서 재벌 기업의 일감을 몰아받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돼 왔습니다. 그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윤석민 회장이 갖고 있던 회사와 SK 총수 일가 3세의 회사를 합치고 지분율을 희석하는 식으로 공정거래법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뒤로는 더 많은 일감을 쓸어 담아서 사익을 추구한 혐의입니다. (관련 기사: '태영-SK 수상한 동거' 고발한 SBS 노조 "끝까지 판다" ) 이 사안 역시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 지금 싸우는 게 노동조합 차원인가요. 아니면 SBS 구성원 전반적인 건가요?
"광범위한 구성원들의 동의가 형성된 상태입니다. 노동조합 이외 6개 직능 단체가 결합하고 있어요."

- 노조의 요구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지키라는 건가요. 아니면 경영진 퇴진인가요?
"지금 경영진에 의해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박정훈 사장과 이동회 경영 본부장은 반드시 퇴진해야 합니다. 대주주가 누가 됐든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에서도 그건 필요한 일이고요.

향후 SBS 대주주가 누가 되든 다신 흔들리지 않은 원칙을 이번 기회에 만들려고 합니다. 소유·경영 분리 원칙 다시 세우는 일 하고 현재 경영진 퇴진시키는 일은 맞물려 있습니다. 별개의 안이 아니에요. 노사합의 기본 바탕인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무너뜨린 사람들과 무슨 약속을 다시 한다는 말입니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