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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가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글로벌 비영리조직 ‘아쇼카’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체인지메이커)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관행과 시스템을 바꾼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체인지메이커들의 도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 비영리 단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재활해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를 만나 보았다.
쓸모 교육은 버려진 장난감과 유아용품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완성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재활해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를 만나 보았다. 쓸모 교육은 버려진 장난감과 유아용품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완성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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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를 손에 쥔 아이들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진다. 아이들은 앞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의 나사를 풀어 플라스틱 몸통을 들어내고 바퀴를 분해했다. 망가져 쓰레기통으로 갈 운명이었던 장난감이 새로운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분해된 장난감 조각들은 아이들의 손끝에서 예술작품으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자동차 바퀴, 로봇의 얼굴과 팔·다리 등 조각들을 이어 붙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작품을 만든다. 버려져 환경에 해를 끼칠 운명이었던 장난감이 '쓸모 있는 대 변신'을 하는 셈이다.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버려진 장난감 
 
▲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 “쓸모없는 장난감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재활해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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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가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다. 아이들은 망가진 장난감이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버려지는 장난감이 환경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사례를 공부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또 직접 분해해 얻은 장난감 조각으로 새 장난감을 만들어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만든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 버려지는 장난감이 자신만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장난감은 플라스틱·고무·철 등 다양한 재질로 돼 있어 분해하지 않고 통째로 버리면 재활용도 쉽지 않아요. 썩지도 않아 환경에 최악인 장난감이 아이들의 손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는 거죠. 다시 태어난 장난감에는 아이들 자기만의 감성과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금자동이를 설립한 박준성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1998년 자본금 400만 원으로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재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의 사업 모델을 다룬 기사를 본 게 시작이었다. 생계를 위해 돈도 벌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고민 끝에 장난감 재활용 사업은 의미 있는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 이름 금자동이에는 '재활용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귀하게 크라'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출산율이 지금보다는 높아 버려지는 장난감이 많았다. 자발적으로 장난감을 가져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장난감 회사에서 겉포장이 손상되거나 유행이 지난 장난감도 쓰레기로 버려졌다. 이런 중고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깨끗하게 닦고 고쳐서 재판매하거나 장난감이 부족한 지역에 보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장난감을 수거하고 판매하는 데 예상보다 걸림돌이 많았다. 

"장난감을 수거해야 하는데 전국 각지의 폐원하는 유치원·어린이집을 돌며 수거 활동을 하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또 수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또 중고 장난감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는, 안전한 장난감이라는 걸 설득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놀이와 교육의 도구로 재탄생한 플라스틱 조각들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가 쓸모 프로그램에 다녀간 학생의 ‘가라앉지 않는 세월호’ 작품을 소개하며 “플라스틱 조각들을 붙여 배 모양을 만들었는데 가라앉지 말라고 배 위쪽에 날개를 달아 놓았다는 말에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고 말했다.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가 쓸모 프로그램에 다녀간 학생의 ‘가라앉지 않는 세월호’ 작품을 소개하며 “플라스틱 조각들을 붙여 배 모양을 만들었는데 가라앉지 말라고 배 위쪽에 날개를 달아 놓았다는 말에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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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활용을 위해 장난감을 분해하는 작업은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다. 플라스틱과 고무, 전기기판과 철 등 복합소재로 구성된 장난감은 제조업체들이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분해해 얻는 플라스틱의 가치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너무 낮았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장난감 240만 톤이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이유다.  

"제가 30분 동안 장난감을 분해하면 얻을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이 1kg 정도에요. 가격은 kg당 50원 정도 밖에 안돼요. 성인 한 사람이 1시간 일하면 100원을 버는 셈이에요. 장난감을 분해하는 데서 그치면 도저히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장난감 재활용을 버려진 장난감을 수거해 되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분해한 장난감 조각들을 활용할 모델이 필요했다. 단순한 리싸이클링이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들을 놀이와 교육의 도구로 재탄생시키는 업싸이클링이 이뤄지는 장난감 학교 쓸모를 만든 배경이다. 

쓸모 교육 과정에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도 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음과 손이 가는 대로 장난감을 분해하고 붙인다.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대로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결과물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쓸모에 온 아이들이 만든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제목이 '가라앉지 않는 세월호'였어요. 플라스틱 조각들을 붙여 배 모양을 만들었는데 배 위쪽에 날개를 달아 놓은 거예요. 가라앉지 말라고. 이걸 만든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하기도 했어요." 

장난감을 분해해 새로운 장난감으로, 예술작품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에 사람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1회 교육 프로그램 수강비가 1만~6만 원인데 지금까지 쓸모에 다녀간 인원이 40만 명이 넘는다. 플라스틱 조각의 가치도 높아졌다. 교육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조각의 가격은 1kg당 1만 원에 달한다. 

쓸모에는 연령별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저학년은 장난감 분해와 조립, 고학년은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목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노인층, 특히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있다. 

"어르신들도 장난감을 좋아하세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분들에게 장난감은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만지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걸 굉장히 재밌어하고 몰입하시죠. 재미있는 놀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상상 이상입니다."  

쓸모의 수업은 때론 과학 수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건전지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의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교재가 된다. 

"사실 전기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고장 난 장난감 자동차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너는 어떻게 움직이는 거니'라고 물으면 그 순간 장난감이 과학 교재가 되는 겁니다. 분해해서 구조를 보고 원리를 하나씩 따져나가면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 하는 과학 수업이 이뤄지는 거죠."

장난감재활용연합 '트루'를 만드는 이유       
 
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금자동이가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 재질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금자동이가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 재질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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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금자동이가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 재질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금자동이가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 재질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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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금자동이를 운영해 왔지만 여전히 이익도 내고 의미 있는 가치도 챙겨야 하는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 풀어야할 숙제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인건비 지원이 중심인 현재의 지원 방식은 사회적 기업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아 고용을 먼저 늘리면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규모가 커져 회사가 나중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저는 정부가 인건비 보다는 공공구매를 통해 사회적 기업을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회적 기업 스스로도 공공구매에 참여하기 위해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경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박 대표는 올해 금자동이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참여형 공유매장 '모두의 샵'을 확대 개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두의 샵에서는 시민 누구나 본인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을 위탁해서 판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배우 유해진씨가 모두의 샵을 직접 찾아 옷, 가방, 1인용 소파 등 생활용품과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 사업설명회를 열고 모두의 샵을 운영할 의향이 있는 지방자체단체나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에 운영 시스템을 개방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또 버려지는 장난감들이 일으키는 환경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루(TRU : Toy Recycle Union)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빠르면 올해 안에 발족시킬 계획이다. 트루는 버려지면 환경에 최악인 쓰레기가 되는 플라스틱 조각이 교육과 치유의 도구가 되는 업싸이클을 전파하는 활동에 주력한다.  

박 대표는 "트루를 통해 장난감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쓸모와 같은 업싸이클링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며 "돈이 없어서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나 소외 지역에 장난감을 기부하는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장난감에 둘러싸여 장난감과 씨름하는 박 대표는 청년들에게도 전할 말이 많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버려진 장난감을 가지고 재밌게 놀면서 가치 있는 대안을 만들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 우리 청년들도 불안해하지 말고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고 도전하는 삶을 사는 데 용기를 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태그:#금자동이, #박준성, #플라스틱, #업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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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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