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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진리'인 이유 (Feat.이강인이 축구를 잘하는 '진짜' 이유)

강진리가 한국 축구를 자유케 하리니 -
19.06.16 20:5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1. 드리블

a. 한 스텝씩 치는 드리블

이강인은 드리블을 칠 때 자세히 보면 한 스텝당 한 번씩 드리블을 친다. 이것은 메시가 주로 사용하는 드리블 스텝이다. 이렇게 한 스텝당 한 번씩 드리블을 치면 발이 들어오는 순간에 순간적인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편을 재끼기 쉽고, 수비는 발을 내밀기조차도 힘들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면서 드리블을 치는 것이니까 자연스럽게 공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드리블을 치는 선수는 이강인밖에 없다. 이전에 이승우가 한창 한국의 메시라고 칭함을 받았을 때도 자세히 보면 그의 드리블 스타일은 가레스 베일 처럼 폭이 길었지 메시처럼 짧게 짧게 한 스텝에 한 번씩 치는 형태는 아니었음.


b. 감각적인 몸 페인팅

이강인은 몸 페인트가 몸에 확실히 베여있다. 이강인의 동작을 보면 수비수랑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처럼 발을 한쪽으로 질질 두 번 끌고 아웃사이드로 팍 치고 나가는 아주 단순한 드리블을 하는 것이 아닌, 상체를 수시로 흔들어서 상대를 멈추게 한다. 몸 페인팅이 부드럽고 명확할수록 수비가 순간적으로 얼어붙고 수비의 박자를 뺏어서 그 순간에 흔들며 스텝을 밟아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것 역시 메시가 무척 잘하는 동작이다. 좌우 밸런스가 무척 좋아야 하며, 자세 자체가 엄청 낮고, 몸이 전체적으로 유연해야 이것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딱히 배워서 나올 수 있는 동작이라기보다는 아주 감각적으로 순간 발휘가 되는 것인데, 이강인은 이 몸 페인팅을 정말 잘한다. 세네갈전에서는 등을 지고 고개를 휙휙 돌리는 것만으로 수비수를 벗겨내는 신기를 보여줬다.


c. 확실한 몸빵을 할 줄 안다.

축구를 할 때 공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원리가 있다. 그것은

공 — 나 — 수비

이런 식으로 공과 수비 사이에 내가 정확히 끼어있고, 등을 지거나 수비수를 손으로 밀고 있는 상태가 되면 절대 공을 빼앗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을 정말 잘하는 선수가 맨유의 포그바이다. 피지컬과 리치가 압도적이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포그바는 압박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자신의 몸을 공과 수비수 사이에 껴놓고 딱 버티는 동작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수비는 공에 발이 닿지도 않게 되고, 과하게 뻗어서 치려고 하면 파울이 되거나 그 순간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이강인은 피지컬이 좋지는 않지만 자세 자체가 워낙 낮고, 이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수비수가 볼을 놓고 경합을 하는 그 순간에 기가 막히게 몸을 껴서 넣는다. 그리고 심지어 잘 밀리지도 않는다. 일본전에서 이런 장면이 자주 나왔고, 세네갈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볼을 소유하는 드리블 자체도 워낙 좋지만, 이렇게 공을 지켜낼 수 있는 몸빵이 몸에 베여있기에 이강인의 볼 소유 능력은 더 빛을 발한다.


2. 패스

a. 패스의 질

패스의 질을 논할 때 축구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쓰는 말 중 '패스가 씹힌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씹히는 패스는 어떤 패스냐면 우리 편에게 내가 패스를 했는데 그 패스가 땅 밑으로 쫙 깔려서 낮고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지저분하게 지면에서 몇번을 통통 튀는 것을 말한다.

이런 씹히는 패스가 왜 질이 안 좋은 패스이냐면 패스가 이렇게 지면에서 몇번을 통통 튀게 되면 일단 패스의 스피드가 떨어지게 되고, 받는 사람도 받기가 힘들게 된다. 축구는 어떤 플레이들을 통해서 영점 몇초를 단축하느냐 못 하느냐의 싸움인데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EPL 경기를 보면 이런 씹히는 패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나 같이 다 예쁘게 땅으로 촥 하고 깔린다. 티비로 봐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엄청 빠르다. 국대 경기와 비교해서 보면 더 잘 알 수 있는데 씹히는 패스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전에 콜롬비아랑 친선경기를 했을 때 콜롬비아 패스의 질이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좋았다. 그래서 이런 패스의 퀄리티가 차이가 나니까 기본적인 빌드업에서 밀려버린 것이다.

이강인은 바로 이런 패스의 질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압도적이다. 씹히는 패스가 거의 없고 그 구질이 매우 좋다. 세네갈전에서 연장에 추가 골을 만든 쓰루패스 역시 정말 좋은 패스의 교과서였다.

만약 그 상황에서 조금만 패스의 질이 나빠서 씹히는 패스가 나와서 통통 튀었다면 수비수들에게 잘리거나 한 번 더 컨트롤해서 슛해야 했기에 타이밍이 늦었을 수도 있다. 오직 한 길만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었는데 그 길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완벽한 패스였다. 한국 축구에서 최근에 역습 상황에서 그런 쓰루패스가 나온 적 있었던가?

황인범이 괜찮은 플레이 메이커로 뽑히지만, 황인범이 패스했다면 분명 세기 조절 실패나, 중간에 잘리거나, 그 각도로 못 주고 바깥쪽으로 줘서 한 번이나 더 컨트롤해야 해서 타이밍이 늦었을 것이다. 연장전이라는 체력적인 막다른 길에서, 패스 커트로 이루어진 역습 상황, 수비 숫자 셋 공격 숫자 하나, 이 어려운 상황에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패스가 나온 것이다. 봐도 봐도 예술이다.


3. 킥

한국에서 제일 킥이 좋은 선수는 현재까지 기성용이다. 기성용의 킥은 '기묵직'이라는 별명답게 정말 묵직하고 정확한 킥을 구사한다. 근데 나는 이강인의 킥이 기성용처럼 묵직하지는 않으나 정교함에서는 기성용과 거의 비슷하고, 구질에서는 훨씬 더 열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안정환은 18살인 이강인의 킥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레전드 왼발잡이였던 고종수 선수 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정말 어마어마한 평가를 내렸다. 고종수의 선수 시절 왼발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대단한 평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금 왼발의 천재라고 불리는 염기훈 조차도 자신은 아직 고종수 선생님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한 바가 있다.)

국대경기를 자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크로스를 보면 참 답답하다. 아니 어떻게 맨날 밥만 먹고 축구만 하는 선수들이 크로스로 수비수 하나도 못 넘길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수비수 하나만 딱 넘겨서 멀리 보고 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씹히는 크로스를 날리는 걸 볼 때 정말 짜증이었다.

근데 이번에 이강인의 크로스를 보면 정말 엄청나게 날카롭다. 수비수 한명을 정확하게 넘겨서 감겨서 날아가기 때문에 키퍼는 쉽게 나올 수 없고, 수비수도 처리하기가 어려운 볼이 된다. 롱킥의 비거리도 굉장하다. 그리고 볼 끝이 살아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살짝 볼이 말리면서 떨어지는데 그건 월드클래스 들의 롱킥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강인의 킥에서도 보인다.

한스텝에 한 번씩 드리블을 치니 슛팅을 때릴 때 박자도 반 박자 빠른 슛팅이 되며, 다양한 구질을 찰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슛을 때릴 수 있다. 아직은 약간 슛의 파워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가 발렌시아에서 보여준 감아 차기의 구질들은 매우 좋아서 조합에 따라서 그게 빛날 것이라고 본다.


4. 시야

역대 스페인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사비 에르난데스를 데리고 일본에서 실험한 영상이 있다. 사비 머리 위에 액션캠 같은 것을 씌우고 경기 중에 얼마나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주위를 보는가를 관찰한 실험인데 그 영상을 보면 얼마나 고개를 도리도리하는지 정말 어지럽다. 사비가 말하길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이것이 훈련되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공을 받기 전에 이렇게 도리도리를 해서 주위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을 잡고 나서 보면 늦는다. 그러기에 공을 받기 전에, 공이 오는 중에, 공을 받고 나서 이렇게 총 세 번 정도를 확인하게 되면 거의 완벽하다고 본다.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들을 유심히 보면 정말 엄청나게 고개를 왔다 갔다 한다. 마치 비둘기와 같이 말이다.

이강인도 이러한 도리도리 스킬이 확실하게 장착이 되어있다. 유튜브에 이강인의 볼 터치 위주로 편집된 영상이 많은데 그것들을 보면 정말 소름이 돋는 게 계속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주위를 확인한다. 단 한 번도 그냥 공을 잡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먼저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렇게 해서 볼을 잡기 전에 공간을 확인하고, 자기 위치와 수비 위치 그리고 우리 편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인다. 이건 정말 스페인 정통 미드필더들의 DNA를 계승해서 나온 플레이다.


5. 인성

위에서 언급한 이 정도를 갖춘 선수가 이강인이다. 그리고 이걸 갖추고 지금 플레이하는 나이가 18살이다. 이 정도를 갖춘 선수가 겸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근데 이강인은 겸손하다.
그리고 그간 U-20에서 그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모든 문장마다 형들이 잘해서, 형들이 잘해주어서, 형들을 믿고 뛰었더니…. 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왼발에 팀이 달려있지 않냐고 기레기가 이상한 질문을 하니까 내 왼발보다 우리 팀이 중요하다는 우문현답을 한다. 이건 인성이 되었다는 말이다. 인성과 축구 실력이 딱히 비례하지는 않으나 인성이 좋은 선수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다. 이강인은 인성이 되었다.


6. 결론

이강인은 우리나라 역사상 역대급 최고의 미드필더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러하다. 날아라 슛돌이에 나오던 그 꼬맹이가 이제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슛돌이가 되었다. 마음껏 날아라 이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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