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랩터스의 우승에 대한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NBA에 또 하나의 대형이슈가 터졌다.

NBA는 16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A 레이커스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선수 4명과 신인 지명권 3장을 주고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리그 최고의 빅맨이자 뉴올리언스의 간판스타 앤서니 데이비스가 레이커스로 이적하고 레이커스의 론조 볼과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 그리고 3장의 신인 지명권이 뉴올리언스에게 넘어가는 조건이다.

작년 7월 NBA 최고의 슈퍼스타 '킹' 르브론 제임스를 영입하고도 2018-2019 시즌 37승 45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레이커스는 제임스와 짝을 이룰 또 한 명의 대형스타가 필요했다. 그리고 NBA 최고의 공수겸장 빅맨으로 꼽히는 데이비스는 이 조건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였다. 뉴올리언스 역시 여러 포지션의 유망주와 많은 신인 지명권을 얻으며 '포스트 데이비스 시대'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외로웠던 '킹' 제임스의 새 파트너가 된 NBA 최고의 빅맨

켄터키대 시절 팀을 NCAA 토너먼트 우승으로 이끈 데이비스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뉴올리언스에 지명됐다. 물론 잦은 부상 때문에 커리어 내내 '유리몸'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일단 코트에 서기만 하면 데이비스는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활약했다. 3번의 블록왕과 6년 연속 올스타, 3번의 올NBA 퍼스트팀 선정이 데이비스가 지닌 높은 가치를 증명해주는 지표들이다.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를 이끌고 2번의 플레이오프를 경험했지만 스몰마켓 구단인 뉴올리언스에서 데이비스가 우승에 도전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데이비스는 지난 2월부터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뉴올리언스 구단은 NBA 파이널이 끝나자마자 마음이 떠난 에이스를 트레이드했다. LA 클리퍼스, 뉴욕 닉스 등에서도 데이비스를 탐냈지만 데이비스 영입전의 최종 승자는 뉴올리언스의 마음을 흔든 양질의 카드를 제시한 레이커스였다.

이로써 레이커스는 제임스와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NBA 최고의 콤비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2018-2019 시즌 18.7득점 5.5리바운드로 부쩍 성장한 카일 쿠즈마를 지키면서 레이커스는 제임스-쿠즈마-데이비스로 구성된 최강의 프런트 코트를 완성했다. 18.3득점의 잉그램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사실 잉그램의 성장 방향은 레이커스와 제임스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또한 레이커스는 이번 FA시장에서 올스타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2015-2016 시즌 제임스와 함께 파이널 우승을 이끌었던 카이리 어빙을 비롯해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 클레이 탐슨, 지미 버틀러, 켐바 워커 등이 레이커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특히 레이커스는 론조 볼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고 라존 론도와의 계약기간이 끝난 만큼 경기를 풀어갈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보강이 절실하다.

다만 제임스와의 만남으로 인한 데이비스의 성적 하락에 대한 우려는 농구팬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과거에도 마이애미 히트의 크리스 보쉬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케빈 러브 등 제임스와 함께 뛴 빅맨들은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에 비해 개인 성적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농구팬들은 이제 만26세로 한창 전성기 구간에 접어 들어야 할 데이비스가 만 34세 노장의 '부품'으로 쓰이며 활동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새로 합류한 유망주와 신인들의 성장에 달린 트레이드 성공 여부

호네츠 시절 '천재가드' 크리스 폴(휴스턴 로키츠)을 중심으로 플레이오프에 단골로 진출했던 뉴올리언스는 펠리컨스로 마스코트를 바꾼 후 데이비스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했다. 즈루 할러데이, 드마커스 커즌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같은 선수들을 영입한 전력보강도 모두 데이비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만큼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를 위한, 데이비스에 의한, 데이비스의 원맨팀이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라는 현역 최고의 빅맨을 거느리고도 플레이오프에 두 차례 진출한 것이 전부였고 이에 지친 데이비스는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뉴올리언스는 지난 5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면서 또 한 번 전력보강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데이비스를 돌릴 수 없었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데이비스 트레이드에 팬들의 비난도 거셌지만 뉴올리언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데이비스를 보낸 것은 아쉽지만 얻어온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뉴올리언스가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잦은 부상과 심한 기복에도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신 포인트가드 론조 볼과 매 시즌 성장하고 있는 잉그램은 새 팀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유망주다. 쿠즈마와 함께 레이커스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하트 역시 식스맨으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되는 슈팅가드 자원이다.

하지만 정작 뉴올리언스가 '데이비스의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오는 21일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듀크대의 포워드 자이언 윌리엄슨이다. 201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엄청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윌리엄슨은 전문가들로부터 '찰스 바클리급'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다. 뉴올리언스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레이커스에게 받은 전체 4순위 지명권도 쓸 수 있다.

다만 130kg에 달하는 많은 체중과 포지션 대비 짧은 슛거리는 윌리엄슨의 NBA 적응에 불안요소로 꼽히는 부분이다. 만약 윌리엄슨이 빠른 시간 안에 뉴올리언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뉴올리언스 팬들은 계약 기간을 남기고 성급하게 떠나 보낸 데이비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결국 뉴올리언스의 이번 트레이드 성공 여부는 윌리엄슨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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