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포스터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년 전, 외계인을 감시하는 기밀조직 '맨 인 블랙(MIB)' 요원과 그들을 피해 도망가는 외계인을 만난 몰리(테사 톰슨 분)는 평생을 MIB 찾기에 몰두한다. 뉴욕에 위치한 MIB 본부를 찾는데 성공한 몰리는 무단으로 본부에 침입하고, 그녀를 만난 MIB 베테랑 국장 에이전트 O(엠마 톰슨 분)는 '요원은 선발로만 뽑는다'는 원칙을 깨고 몰리를 요원으로 받아들인다.

MIB의 훈련을 받고 수습 요원 에이전트 M에 임명된 몰리는 하이 T(리암 니슨 분)가 지휘하는 MIB의 영국 런던 지부로 발령받는다. 악랄한 외계인 '하이브'로부터 지구를 구하며 전설의 요원으로 추앙받는 에이전트 H(크리스 헴스워스 분)와 함께 런던에 온 외계인 왕자를 경호하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M. 그러나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이 왕자를 공격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왕자는 사망 직전 에이전트 M에게 의문의 물체를 맡긴다.

일반인들이 외계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맨 인 블랙> 시리즈는 로웰 커닝햄 작가가 발표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맨 인 블랙>(1997)은 5억 8천만 불(세계 3위), <맨 인 블랙 2>(2002)는 4억 4천만 불(세계 8위), <맨 인 블랙 3>(2012)은 6억 2천만 불(세계 10위)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맨 인 블랙> 시리즈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백인/흑인, 베테랑/신참, 늙은 세대/젊은 세대, 진지함/장난스러움 등 대비로 가득한 요원 K(토미 리 존스 분)와 요원 J(윌 스미스 분)가 일으키는 화학반응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주위에 사는 사람이 외계인일 수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도 흥미를 더한다.

<007> 시리즈의 SF 버전이라 불릴 만한 <맨 인 블랙> 시리즈는 차와 각종 무기로 재미를 준다. 특히 기억을 지우는 장치 '뉴럴라이즈'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맨 인 블랙>하면 바로 연상되는 블랙 슈트가 있다. 이는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한 버디 무비이자 SF 코미디 영화인 <맨 인 블랙> 시리즈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7년 만에 선보이는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최신작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외형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시리즈를 이끌어 오던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를 대신해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을 새로운 얼굴로 낙점한다. 전편들을 연출한 베리 소넨필드 감독은 제작자로 자리를 옮겼고 <네고시에이터>(1998), <이탈리안 잡>(2003), <모범시민>(2009),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2015),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 등을 연출한 F. 게리 그레이가 새로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부제 '인터내셔널'에 걸맞게 MIB 요원들의 활동 영역도 '국제적'으로 넓혔다. 앞선 영화들이 배경으로 삼았던 뉴욕 바깥으로 범위를 확장하여 지구 곳곳을 누빈다. 찰스 우드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뉴욕에 있는 MIB 본부에서 시작해 런던 지사, 모로코의 사막, 그리고 지중해의 파란 물결로 떠난다"고 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배우들을 교체하고 시리즈 최대 규모의 로케이션을 앞세우지만, 이야기와 액션에선 신선함이 떨어진다. MIB에 존재하는 내부 스파이는 누군지 뻔히 예상되는 수준이라 첩보물로서 낙제점에 가깝다. 하이브를 둘러싼 음모도 마찬가지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제작비는 1억1천만 불로 알려졌다. 1편(9천만 불), 2편(1억4천만 불), 3편(2억2천만 불)에 비교하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적은 제작비는 고스란히 액션 시퀀스의 규모로 나타난다. 액션 연출도 평범해서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맞나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가장 큰 문제는 주연 배우들간의 '화학 반응'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버디 무비와 스크루볼 코미디의 중간 정도에 걸친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의 티격태격은 <토르: 라그나로크>의 토르와 발키리를 반복하는 데 머문다. 캐릭터 복제는 한술 더 떠서 크리스 햄스워스는 '익숙한 그립감'을 말하며 망치 개그를 펼친다. 마블의 후광을 업고 가려는 안일함이 엿보인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금 할리우드의 화두는 페미니즘이다. 마블은 <캡틴 마블>(2019)에서 남성의 억압을 벗어나는 여성을 보여주었고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은 여성들이 활약하는 단독 장면을 선보였다. 블랙 위도우가 나오는 솔로 무비도 제작 중이다. 디즈니는 <겨울왕국>(2014) 등을 통해 전통적인 공주 캐릭터를 깨고 더욱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2019)는 여성을 주인공과 빌런으로 등장시키고 "엑스우먼"이란 대사도 넣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페미니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소니 픽쳐스/콜롬비아 픽쳐스도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의 리부트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고스트버스터즈>(2016)는 이전 시리즈가 보여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완전히 뒤집었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서도 도전의 흐름은 이어진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서 에이전트 M은 "왜 맨 인 블랙이냐?"고 묻는다. 후반부에 에이전트 H는 "(우리는) 맨 앤 우먼 인 블랙"이라고 말한다. 남성들로 가득한 버디물에 남녀 버디물도 가능함을 입증한 의미 있는 시도다. 

여태까지 할리우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렇기에 성별과 인종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시대 정신과 맞닿는 시도는 좋았으나 이야기의 재미까지 잡진 못 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리부트다. 
F. 게리 그레이 크리스 헴스워스 테사 톰슨 리암 니슨 엠마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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