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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 심의·의결을 추진하기 위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홍익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과거사정리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 심의·의결을 추진하기 위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홍익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어떤 안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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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고생하신다, 이번에 법안 처리하겠다' 해놓고선 안 된다. 늘 이랬다. 속이 터진다. 이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인지, 그 자질이 의심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똑같다."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여야 모두를 꼬집는 목소리. 인터뷰 내내 한숨이 잦았던 이 사람은 허순자 한국전쟁유족회 사무국장이다. 허 사무국장이 "속이 터지는" 이유는 국회에 계류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아래 과거사정리법)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10년 12월 31일. 이날 부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과거사위원회)는 해산됐다.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정지됨에 따라 항일독립운동 당시 반인권행위 그리고 한국전쟁 전후 군경 등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사망·상해·실종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명예회복 역시 모두 멈췄다.

19대 국회(2012~2016)부터 현재 20대 국회까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과거사 관련 법안 8건은 임기만료폐기로 운명을 다했다. 2017년부터 총 9건의 과거사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멈춰 버린 법안 처리에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이들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후손들이다. 그중 한국전쟁유족회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20일이면 1인시위 500일을 맞는다.

과거사정리법은 정치권에서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여야 이견이 없어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이라는 뜻. 하지만 수 년째 과거사정리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정쟁으로 치달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에는 과거사정리법의 법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로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법안소위 소속 위원들은 결국 '국회 정상화 이후에 처리하자'는 것으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이날 법안소위 현장을 찾은 한국전쟁유족회 회원들은 "이게 우리나라 법이여? 개똥 같은 법이네!"라며 울분을 토했다.

수 년째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과거사정리법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한국전쟁유족회 허순자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앞에서는 '고생하신다' 말만... 안에서는 국회의원들끼리 싸움만"
 
 허순자 한국전쟁유족회 사무국장.
 허순자 한국전쟁유족회 사무국장.
ⓒ 허순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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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과거사정리법 개정이 필요한지 설명해달라.
"한국전쟁 전후로 이 나라의 군대와 경찰 그리고 미군이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이는 등 엄청난 일을 저질러 왔다. 70여 년의 세월 동안 죽임당한 사람들의 후손들은 숨 죽여 살아왔다.

2005년에 과거사위원회가 생겨 활동을 했지만, 2010년 말에 해산되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또한 실추당한 명예를 회복하지도 못하게 돼버렸다. 과거사위원회를 재가동시키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책무 아니겠나. 그런데 수 년째 법이 통과 안 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 한국전쟁유족회 중 이전 과거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못했거나 신청했어도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람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정확한 인원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게 없다. 현재 실태 조사 중인데 약 2만~3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생각보다 그 숫자가 적다고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빨갱이 낙인' 같은 것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고, 일가족이 학살 당해서 살아남은 자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족회 회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 과거사정리법이 발의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처리가 안 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계속 심의만 하고 있다. 이게 문제다. 행안위 돌아가는 걸 보면 속이 터진다. 국회의원들은 논의가 끝나서 곧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것처럼 이야기해 놓고선 결과적으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고생하신다, 이번에 해드려야죠' 이러는데, 막상 회의 가서는 자기들끼리 싸운다. 앞에서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거다. 국민 생각을 하는 건지, 유족들이 기다리다가 죽게 만들려는 건지..."

"기다림에 지친 유가족들, 법이랑 목숨이랑 바꾸고 싶다는 말도 나와"
 
 한국전쟁유족회의 14일 국회앞 1인시위 사진. 오는 6월 20일이면 1인시위 500일이 된다.
 한국전쟁유족회의 14일 국회앞 1인시위 사진. 오는 6월 20일이면 1인시위 500일이 된다.
ⓒ 한국전쟁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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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잼 법안이라 처리를 낙관했을 텐데. 여야를 향한 불신이 커질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똑같다. 민주당은 그래도 유가족들을 자주 만나니까 말로 위로라도, 격려라도 하는데... 한국당은 '심의를 더 해야 한다'는 등 이런 식으로 나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합의를 안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뭔가를 은폐하려는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들어 한심하기까지 하다."

- 한국전쟁유족회 회원들의 상심이 날이 갈수록 커질 것 같다.
"그렇다. 지난 5월 28일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뒤 몇몇 분들이 '(부모님 혹은 형제) 명예회복 시켜드리고 죽어야 하는데...' '법이랑 목숨이랑 바꾸고 싶다'는 등 극단적인 말씀도 하시더라. 슬플 뿐이다.

유가족들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죄책감으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유가족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유족회에서 70이면 젊은 축에 속한다. 대부분 80을 넘기신 분들이다. 이분들 오늘 내일 기약이 없다. 이번 달만 해도 부고를 여러 건 전해받았다."

-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전쟁 전후로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지 못하면 그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부디 행안위의 통과를 바란다. 행안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야 하는 등 넘어야 할 고비가 여전히 많다.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발 법안 처리를 미루지 말아달라. 가족의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과거사정리법 법안심사를 할 행안위 법안소위는 언제 열릴지 미지수다. 지난 5월 28일 행안위 법안소위 종료 후 홍익표 법안소위원장은 "법안 심사는 완료했고, 회의 속개만 하면 의결할 예정이었다"라면서도 "다만 이후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과정에서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는 일단 오늘은 의결을 보류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전했다. "행안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이 다음 소위에서 합의 처리해준다고 했다"라는 설명과 함께.

결국 이 처리과정이 옳든 그르든 간에 유가족의 염원은 국회정상화 여부에 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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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