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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형 할인점 카트의 가로 길이는 성인 여성 손으로 네 뼘 정도다. 대형 마트의 카트 크기인 세 뼘보다 한 뼘 더 크다.
 창고형 할인점 카트의 가로 길이는 성인 여성 손으로 네 뼘 정도다. 대형 마트의 카트 크기인 세 뼘보다 한 뼘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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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하시는 분들, 앉아서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네? 고객님이 앉을 의자요?"
 

12일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재점. 계산대 근처에 서 있는 직원에게 계산원에게 주어져야 할 의자에 대해 묻자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계산원 이야기다'고 한 번 더 강조하자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한숨을 쉬며 "우린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이날 코스트코 양평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매장 직원에게 같은 질문을 건네자 "의자가 필요하시냐"며 되물은 것. 그들의 동문서답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 지점의 코스트코 계산대 어디에도 계산원을 위한 의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자에 대해 물으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셈이다.

코스트코 직원의 동문서답에는 이유가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자와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조문을 넣었다. 이때부터 유통 매장 내의 캐셔용 의자 설치는 의무가 됐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스트코에서 만큼은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자와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조문을 넣었다. 이때부터 유통 매장 내의 캐셔용 의자 설치는 의무가 됐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코스트코에서 만큼은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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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자와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문항을 넣었다. 유통 매장 사업자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매장에 계산원용 의자를 두도록 한 것이다.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생겨난 건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스트코에서만큼은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전 8시인 영업 시작 시간으로부터 2시간이 막 지난 오전 10시 10분께. 양재점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들 뒤편으로 꽤 넓은 공간이 나 있는데도 의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양평점 또한 의자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지 1시간여가 지난 오전 11시. 벌써 열 군데가 넘는 계산대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운동화를 신은 계산원들은 한 곳에 서서 밀려드는 카트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양재점 계산대 근처에서 소비자들의 영수증을 체크하던 정씨는 코스트코에는 계산원을 위한 의자가 '원래' 없다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다른 마트에는 있는데 왜 여기만 없냐'고 묻자 "구조적으로 자리에 앉아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일반 마트는 카트가 계산원 앞으로 다니지만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계산원 뒤로 다녀, 자리에 앉으면 오히려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자 없지만, 있어도 앉지 못했을 것"

'구조적으로' 코스트코는 소비자와 카트의 진행 방향을 다르게 정해두고 있었다. 계산원을 중심으로 소비자는 계산원 앞쪽으로, 카트는 뒤쪽으로 가게 한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소비자는 계산대 옆 이송 벨트에 물건을 직접 올린다. 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묶음 단위로 판매돼 무게가 상당하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결국 계산원이 직접 고개를 숙여 카트에 담긴 물건의 바코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는 소비자와 카트의 진행 방향을 다르게 정해두었다. 원칙은 그랬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캐셔 뒤쪽으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럴 때마다 캐셔들은 빠르게 몸을 돌려 피했다.
 코스트코는 소비자와 카트의 진행 방향을 다르게 정해두었다. 원칙은 그랬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캐셔 뒤쪽으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럴 때마다 캐셔들은 빠르게 몸을 돌려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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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앞에서 소비자와 카트의 위치가 나뉘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계산원 뒤쪽으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양평점에서 소비자들의 영수증을 검사하던 강씨 역시 "계산원들이 모니터를 보며 계산하는 사이, 소비자들이 카트로 계산원의 발가락을 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의자가 있다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고 했다.

의자를 놓을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도 계산원의 안전을 보장할 만큼의 여유 공간은 없었다. 마트보다 큰 '카트의 크기' 때문이다. 창고형 할인점 카트의 가로 길이는 성인 여성 손으로 네 뼘 정도다. 대형 마트의 카트 크기인 세 뼘보다 한 뼘 더 크다. 계산대 두 곳 사이로 카트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간다고 했을 때, 여유 공간은 두 뼘 정도였다. 계산원 한 명당 한 뼘의 공간이 주어지는 셈이라 의자를 두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계산원에게는 시간도 없었다. 양평점 계산원 민씨는 의자가 있어도 사실상 앉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리가 있다 해도 고객이 너무 많아, 계산을 처리하느라 앉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두 지점의 계산원들 모두 한 숨 돌릴 틈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양평점의 경우, 14개의 계산대가 돌아가고 있었는데도 한 곳당 6대 이상 카트가 달라붙어 계산을 기다렸다.
  
 12일 코스트코 양평점의 내부 사진. 평일 오전인데도 계산대 주위로 사람이 붐볐다.
 12일 코스트코 양평점의 내부 사진. 평일 오전인데도 계산대 주위로 사람이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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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아예 없는 것'

그럼에도 코스트코 회사는 계산원 의자를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계산원용 의자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위법'을 저질러온 셈이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코스트코 코리아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양 매니저는 "본사로부터 공지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면서 "공지된 내용이 없으므로 간이 의자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한편 그동안 코스트코가 의자를 설치했는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지금 '판매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유통업체 점검'을 하고 있으며 코스트코 울산점과 천안점에 (의자가 없는 것에 대한) 시정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지점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에는 "그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의자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코스트코에 시정 조치를 내린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검색하기가 어려워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 사이 '앉을 권리'를 빼앗긴 계산원들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가 2018년 발표한 '판매직 건강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판매직 노동자들의 경우 같은 나이대 노동자보다 척추측만증과 하지정맥류를 겪을 확률이 각각 55.5배, 2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스트코 두 지점 모두에서는 다리가 아픈 듯 발목을 돌리거나 다리를 털어가며 계산하는 계산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코스트코 양평점의 전경
 코스트코 양평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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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연맹 조윤희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과거부터 의자 비치 관련 조항이 있었지만, 강제력이 없어 사업주가 제대로 지키지 않아 왔다"며 "사업주들이 의자비치를 비롯한 많은 안전조치를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이 아니라 비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통 업체에 계산원용 의자를 두도록 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지키지 않더라도 사업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조 노무사는 이어 "(코스트코는) 계산원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계산원 업무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수행해서 의자를 비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의자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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