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치기 나쁜 공을 고르는 타자의 능력을 '선구안'이라고 한다. 현역 시절 '타격의 달인'으로 불리던 고 장효조 코치는 "장효조가 치지 않는 공은 다 볼이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로 유명했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그만큼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루상에 나갈 수 있고 출루율이 뛰어난 타자를 거느린 구단은 더욱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선구안이 필요한 직업은 야구 선수뿐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좋은 작품을 고르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적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최고의 배우로 불리는 송강호, 황정민, 하정우 등은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이고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물론 흥행에 실패한 적도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믿고 선택할 수 있고 이런 배우들에게 좋은 시나리오가 갈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연기력과 별개로 작품 운이 없는 배우도 있다. 14일 <아름다운 세상>의 후속으로 첫 방송되는 JTBC의 금토드라마 <보좌관>에서 비례대표 초선의원 강선영을 연기할 신민아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0년 간 영화에만 매진하며 많은 히트작을 남긴 이정재와의 연기호흡이 기대되는 <보좌관>에서 신민아는 '인생캐'를 갱신할 수 있을까?

연예계 데뷔 1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 신민아
 
 사실 느와르 장르의 <달콤한 인생>에서 신민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았다.

사실 느와르 장르의 <달콤한 인생>에서 신민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았다. ⓒ CJ엔터테인먼트

 
신민아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이던 1998년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그 시절 신민아와 함께 패션잡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가 김민희, 김효진 등이었다. 데뷔 초기 잡지와 CF모델로 활약한 신민아는 1999년 이승환의 <당부> 뮤직비디오에서 신비로운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당시에는 본명인 양민아로 활동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버거소녀'로 먼저 유명세를 탄 양미라라는 연기자가 있어 2001년부터 활동명을 신민아로 바꿨다.

2001년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의 동생 역으로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시작한 신민아는 같은 해 영화 <화산고>에서 검도부 주장 유채이를 연기했다. <화산고>는 장혁, 신민아, 김수로, 권상우, 공효진 같은 신예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학원무협액션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두사부일체> 같은 히트작들과 개봉시기가 겹치며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

2002년 하정우가 단역으로 나오는 영화 <마들렌>, 발라드가수 성시경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드라마 <때려>에 출연한 신민아는 2004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캐스팅됐다. <달콤한 인생>은 이병헌과 김영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대결로 '안 본 남자는 있어도 한 번만 본 남자는 없다'고 할 만큼 남성 관객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영화다. 하지만 두 남자가 갈라지는 계기를 제공하는 신민아의 역할은 썩 크지 않았다.

신민아는 <달콤한 인생> 이후 <새드 무비> <야수와 미녀> <무림여대생> <고고70> <키친> <10억> 같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많은 관객을 모으진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마왕> <이 죽일 놈의 사랑>에 출연했지만, 시청률 대박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신민아는 전지현의 뒤를 잇는 CF스타로 엄청난 주가를 올렸다. 물론 지금도 톱스타지만 2000년대 초·중반 전지현이 광고업계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생각하면 '리틀 전지현'이라는 수식어는 그 시절 20대 초반의 여자 배우에게 최고의 찬사였다.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불리면서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만나지 못했던 신민아는 2010년 홍자매가 극본을 쓰고 이승기와 함께 출연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드디어 대표작을 만났다. 물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시청률도 '흥행보증수표'로 유명했던 홍자매의 명성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그동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신민아는 오랜 만에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꾸준한 '중박'에도 의심 받는 신민아의 선구안, <보좌관>으로 씻을까
 
 전국 214만 관객을 모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민아의 최고 흥행 영화다.

전국 214만 관객을 모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민아의 최고 흥행 영화다. ⓒ 시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신민아는 2012년 1년의 공백 끝에 차기작으로 선택했던 <아랑 사또전>이 1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웃을 수 있었다. 신민아는 2014년에도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고 최진실이 연기했던 미영을 사랑스럽게 재해석하며 호평을 받았다.

신민아는 2015년 소지섭과 함께 '헬스 로맨스'를 표방한 <오 마이 비너스>에 출연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5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던 KBS 월화극을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만나기 전까지 언제나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시작으로 꾸준히 '중박'을 기록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신민아는 2017년 <시그널>로 전성기를 달리던 이제훈과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tvN의 <내일 그대와>가 1~3%를 오가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시 위기에 빠졌다.

신민아는 <보좌관>에서 세련된 외모와 완벽한 능력을 갖춘 변호사 출신으로 여당 비례대표 초선의원이자 대변인 강선영 의원을 연기한다. 김갑수가 연기하는 4선의원 송희섭의 수석보좌관 장태준 역을 맡은 이정재와 어떤 연기호흡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보좌관>에는 신민아와 이정재 외에도 이엘리아, 김동준 같은 젊은 배우들과 정진영, 김갑수, 임원희, 정웅인, 김홍파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작품을 빛낼 예정이다.

비록 영화나 드라마 작품 운은 없었지만, 신민아는 지난 2009년부터 탈북여성과 아이들, 독거노인 난방비, 화상환자 수술비 등을 지원하는 꾸준한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신민아의 기부금액만 무려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선행과 기부로 대중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착한 배우' 신민아가 <보좌관>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갱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밝고 명랑한 이미지가 강했던 신민아는 <보좌관>에서 여당 초선의원이자 대변인을 연기한다.

밝고 명랑한 이미지가 강했던 신민아는 <보좌관>에서 여당 초선의원이자 대변인을 연기한다. ⓒ JTBC <보좌관> 홈페이지

 
신민아 보좌관 선구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나의 사랑 나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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