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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 심의·의결을 추진하기 위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 심의·의결을 추진하기 위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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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소방국가직 전환과 관련하여 법안소위가 열렸다. 그러나 회의는 이번에도 심의를 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날 심의를 하지 못한 것은 논란이 되었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불참이나 자유한국당 의원의 불참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이번 법안소위는 법안소위 위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면서 회의를 진행할 요건은 갖추어졌다. 그렇다면 왜 심의는 하지 못했을까. 

애초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심의를 통과하리라 예측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미 정부와 시도지사 및 각 기관의 협의를 통해 마련된 소방국가직 전환의 최종심의 안에 대해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권은희 의원의 반대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의과정에 이러한 문제보다는 자유한국당에서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소위 회의 자체가 어렵고 소방국가직 전환의 문제는 당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일 심의 및 표결을 강행,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야당이 국회가 정상화되면 본 안건에 대해서 합의해 주겠다는 제안을 함으로써 이날 회의는 더 진행되지 못한 채 야당의 진정성을 담보로 마쳐야 했다. 

이날 회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국회가 정상화 되면 합의해 주겠다는 야당의 제안은 내용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애초에 야당이 소방국가직 전환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그들의 주장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법안소위 회의에 불참한 야당의 행동이나 권은희 의원의 법안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의 입장의 이유는 결과적으로 무색한 꼴이 되었다. 

즉 그동안 반대해온 진짜 이유는 단지 '국민의 안전 확보의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각 당의 정치적 셈법에 의한 정쟁의 수단이었음을 시인한 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해서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그럴 것 이라는 심중이 있었고 그걸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방국가직 전환, 진정한 사회적 합의와 고민은 있었는가

이쯤 되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필자는 스스로 되묻게 된다. 과연 소방국가직 전환 모델을 결정하면서 진정한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통한 협의의 시간은 있었을까. 

현재 소방국가직 전환을 위해 마련된 최종안에 대해 필자를 비롯하여 소방관들이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권은희 의원이 주장해 논란을 키웠던 제대로 된 소방국가직 전환 내용(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원안)을 원한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 법안에 대해 수용하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대부분의 소방관과소방청의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 확보 및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소방국가직 전환의 모델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판단은 소방관들 및 조직 내에서도 현 소방국가직 전환 안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즉 반대의 이유가 근본적으로 소방국가직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만족스럽지 못한 현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나 온전한 소방국가직화가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들 모두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예산·인사권의 독립, 시·도 지방조직에서 분리된 지방소방청을 비롯한 온전한 소방국가직 전환을 희망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국민안전 확보 및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쪽짜리 소방국가직 전환의 모델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판단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와 그 '협의 과정에서 오간 논리들이 상식적이었는가'의 문제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이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논의를 중단하지 않는 것은 소통과 협의를 통하여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통과 협의를 통해 합의점에 도달했다는 뜻은 대립하던 양측이 내적 공감대와 그 주장에 있어서 완전한 일치를 보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며 있을 수도 없다. 단지 상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지만, 상대의 주장을 상식과 논리적인 측면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의 과정에서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진정성 있는 주장과 논리, 상식적이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 상대의 주장이 특수집단의 이익과 사적 욕망, 억압적 권력이 협의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면 최종 합의한 내용이 애초의 목적을 벗어날 뿐 아니라, 소통과 협의는 갈등만 키울 뿐이고 합의는 힘에 의한 굴복의 다름 이름일 뿐이다. 

소방국가직 전환의 모델에 있어 현실적 판단이 정당하고 반대자가 동의하기 위해서는 상기와 같은 협의 과정이 있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협의는 현실의 부정적인 가치와 권력, 이권에 굴복한 타협일 뿐이다. 

소방국가직 전환의 협의 과정은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소방국가직 전환, 최종 모델의 현실적 판단은 합리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비굴한 타협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그 정도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와있지 않다는 말은 하지 말자. 그것 역시 비굴한 현실과의 타협일 뿐이다. 

소방국가직화를 논하며 소방업무는 여전히 지방 사무로 남겨둔 이유, 인사권 지휘권을 시도지사에게 남겨둔 이유, 지방 소방조직이 독립된 조직이 아닌 여전히 시·도청 하나의 부서로 남겨둔 이유, 그곳엔 청산해야 할 과거의 부정한 가치에 대한 타협만이 있을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대문소방서(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소방관입니다.


태그:#소방국가직, #소방공무원, #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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