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포스

<업사이드> 포스 ⓒ (주)디스테이션

  
2011년 프랑스에서는 무려 2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10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가 등장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유럽 전역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그 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우뚝 섰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상위 1%의 백만장자와 하위 1%의 무일푼 백수의 우정을 다룬 영화로 국내에서도 2012년 개봉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업사이드>는 북미 개봉 당시 입소문에 힘입어 <아쿠아맨>의 흥행 독주를 막고 깜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버전에서 여전히 위력 과시한 '그들의 우정'

<업사이드>는 원작이 지닌 이야기의 힘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낸다. 상위 1%의 재벌과 하위 1%의 백수가 그려내는 우정은 할리우드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한다. 전과가 있는 무일푼 백수 델(케빈 하트)은 취업을 위해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보고 다닌다는 확인증을 받기 위해 면접을 본다. 이 면접 자리는 뉴욕의 주식부자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의 24시간 관리자가 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었다. 면접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델은 막무가내로 면접실에 들어가고 확인증에 서명을 해 달라고 강요한다.
 
델의 눈에 비친 필립은 전신마비 환자이다. 필립은 엄청난 재력과 예술을 이해하고 문학적인 격식을 지닌 매력적인 존재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필립을 찾아온 지원자들은 필립을 동정하는 말로 그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델은 그러지 않는다. 그는 필립의 결핍된 부분이 아니라 필립이 가진 것을 바라보며, 필립이 불행한 게 아니라 불편할 뿐임을 강조한다.
  
 <업사이드> 스틸

<업사이드> 스틸 ⓒ (주)디스테이션

 
막무가내에 예의가 없어 보이는 델의 태도는 예상 외로 필립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필립은 델을 면접에 합격시키고 델은 엄청난 주급을 약속한다. 이와 델은 함께 필립과의 동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원작이 지닌 매력을 살려내며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델과 필립의 만남은 단순히 상위 1%와 하위 1%의 만남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른 서로의 성향과 그 안에 감춰진 공통점 때문에 진실된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필립은 자신의 고집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 자책하고, 세상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본인이 공간에서만 살아간다. 이에 델은 필립에게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델은 필립을 스포츠카에 태우고 질주하기도 하고, 일반 음식점에 데려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자신의 아들과 필립을 만나게 하는가 하면 필립의 펜팔 친구에게 연락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필립은 델을 통해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기운은 델에게도 다가온다. 델은 필립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 델의 전과와 현실은 가난과 연결되어 있다. 이 가난은 그를 아내와 아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가장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적극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현실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된 델의 모습이 있다. 그는 필립을 통해 다른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법을 익히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원작의 감동은 잘 살렸지만, 새로운 부분은 찾기 어려운...
 
 <업사이드> 스틸

<업사이드> 스틸 ⓒ (주)디스테이션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동이 전해진다. 이에 더해지는 것이 웃음 코드이다. 델이 처음 필립의 저택에 들어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오프닝에서 경찰을 속이기 위해 필립이 경련이 일어난 척 입에 거품을 물고 연기하는 장면은 따뜻한 감동에 유머를 더하며 작품에 리듬감을 더한다.
 
<업사이드>는 원작이 지닌 힘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연출법을 택한다. 몇 가지 설정의 변화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변화를 주지 않기에 이야기의 힘이 유지된다. 다만 이런 선택이 과연 모범적이었나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모험을 하지 않는 대신 안정감을 택하며 원작이 주는 힘을 가져왔지만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필립의 비서인 이본 캐릭터를 통해 원작과는 다른 재미나 감동을 줄 수 있었음에도 캐릭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원작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업사이드> 자체만으로는 웰메이드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원작을 본 관객들이 이 작품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은 했지만 그 이야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리메이크 작품이 선보이는 특별함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은 다소 아쉬운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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